문화/책

추천하는 역사책(입문용)

억스리 2014. 1. 10. 10:34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40204260452



추천하는 역사책을 소개해달라는 글을 읽고 자판 두드려 봅니다. 아래의 5개의 책(세트)은 제 개인적인 기준에서 고른 것으로,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

근세 일본의 경제발전과 근면혁명

못난조선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이상의 추천 순서는 제가 생각한 '책 읽는 순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어떤 책이 더 낫다의 문제가 아닌.. 난이도? 혹은 이해 단계?의 문제라고 생각하심 좋겠습니다. 이제 본격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세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말이 필요없는 책이라고 봅니다. 세계사에 대해 관심 가진 분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이며, 도서 정가제 풀려서 값도 쌉니다. 

 

제가 이 책을 가지고 첫째 아들넘, 그리고 친구들을 데리고 '역사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아주 호응이 좋았던 기억납니다(당시 아들넘 초등 4학년). 즉, 난이도가 아주 있는 책은 아니며, 적당한 유머도 섞여 있지만.. 서구중심적 세계관이 아닌 나름 객관적이려 노력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1권은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를, 2권은 중국의 여명에서 로마의 황혼까지를, 3권은 이슬람에서 르네상스까지를, 4권은 콜럼버스에서 미국혁명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5권은 "바스티유(프랑스 혁명)에서 바그다드(이라크 전쟁)까지" 다루고 있습니다(참고로 5권은 그리 재미는 없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역시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고대 중세 아프리카의 역사를 비교적 상세히 다룬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계사에 거의 안다뤄지는 한국 역사도 조금은 나오니.. 나름 밸런스를 잘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 입문서로 소개하는 두 번째 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 실록"입니다. 제 아들넘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책. 이 한마디로 설명이 되는데, 일단 이 책 읽으면 조선왕조가 왜 그 모양 그꼴로 흘러갔는지.. 상당 부분 이해됩니다. 특히 저는 '선조' 실록 부분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함경도의 노비들이 근왕군(勤王軍)을 동원하기 위해 온 선조의 두 아들(임해군과 순화군)을 오히려 체포해 가또 기요마사에게 넘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노비들이 왜 선조의 아들을 왜군에게 넘기는가?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함경도에 온 두 왕자들이 토색질을 해댔고, 더 나아가 함경도는 이징옥의 난 이후에 항상 차별 받았던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노비들은 고리대 등으로 인해 양민에서 천민으로 신분이 떨어진 사람들이니, 당연히 제대로 나라를 이끌지 못한 임금에게 '호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었죠.

암튼, 늘 '임진왜란에서 왜군에 맞서 싸운 의병활동'만을 배웠던 입장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임난 이후에 왜 조선왕조가 성리학에 바탕을 둔 내부단속에 그렇게 신경을 썼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더군요. 외적에 대비해 나라를 정비하기보다, 내부의 반란 가능성을 막는 쪽으로 정책이 가는 것도 이해되고.. 더 나아가 부족한 국가의 재정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왜 그토록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도 이해가 되고.. ㅎ

결론은 '강력 추천'합니다. 이만큼 재미있고 밸런스 잘 갖춘 한국사 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사에 대한 책과 한국사에 대한 책을 소개했으니, 다음으로는 일본사에 대한 책을 소개해 봅니다. 

이 책("근세 일본의 경제발전과 근면혁명")은 일본이 왜 자주적으로 산업혁명을 추진하지 못하고, 미국 해군 제독 페리에 의해 강제로 개항을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잔잔하게 다룹니다. 특히 아래의 <표>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책의 저자 하야미 아키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산업혁명(혹은 공업화)의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눕니다. 

일단 산업화의 주체도 갖추고 있고, 더 나아가 산업화의 여건도 갖춘 1유형의 나라는 영국 밖에 없습니다. 부르조아들이 권력을 탈취(명예혁명 등)해서 산업화의 주체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죠. 그리고 영국은 산업화의 여건 면에서도 이미 '농업혁명' 및 '엔클로저' 등을 통해서 자본을 축적하고 임노동자들을 양산해 자본주의의 조건을 이미 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건 영국 밖에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지적해야할 게 있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영국이 산업화를 통해 급격히 앞서나가자 마자 즉각적으로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들이 꽤 있다는 겁니다. 즉, 영국은 매우 유니크한 사례로 이걸 가지고 모든 나라의 산업화 과정을 비교해버리면.. 모두 다 '열등한 국가'로 치부된다는 것이죠.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려면 1유형의 국가 만이 아닌, 2유형의 국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영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던 나라(미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그리고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공포를 느낀 나라(일본)들이 '위로부터의 산업화'에 성공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능력'은 다름 아닌 시장경제의 출현 여부라고 이 책의 저자, 하야미 아키라 교수는 강조합니다. 

 

 

<표> 산업화(혹은 공업화)의 유형

 

 유형

산업화의 주체 

산업화의 조건

(혹은 여건) 

 1 

(영국)

+

 

(일본과 서유럽 대부분 국가)

-

+

 

(소련과 중국, 그리고 한국?)

+

-

 4 

(그외 모두)

출처: 책("근세 일본의 경제발전과 근면혁명") 39페이지.

설명: '+'는 조건에 부합하는 상태, '-'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


어떻습니까? 우리는 어디에 들어갈까요? 바로 산업혁명을 수용하지 못했으니 3그룹이라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약간의 시간만 더 있었다면 일본처럼 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 '남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생산하는' 이른바 시장경제가 존재했었을까요? 

이 의문은 다음에 소개하는 책에서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일본이 개항 후 바로 산업혁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면, 조선은 어떠했을까요? 이 의문에 직접 답하는 흥미로운 책, "못난조선"이 네 번째 추천 도서가 되겠습니다.

일단 이 책은 조선시대 가장 첨단산업인 '도자기'에 집중합니다. 서양에서 가장 가지고 싶어한 상품은 14세기 후추에서 17세기 도자기로 바뀌었고, 특히 중국산 청화백자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국립 중앙박물관을 가봐도 청화백자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청화백자의 모습인데, 그 밑에 위치한 중국산 청화백자와 꽤 다르죠. 아래는 17세기 중국 강희제 때의 주요 수출품이었던 커피잔인데, 색깔이 훨씬 진한 청색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못난조선"에는 아주 잘 설명되어 있죠. 예. 진한 청색 안료, 코발트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세종대왕 때에 코발트 구입에 다른 과다한 비용지출이 문제로 부각되면서 이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런 조치가 가능했던 이유는 도자기의 최종 수요자가 '정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달랐습니다. 어떻게든 중국산 자기와 비슷한 수준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임진왜란이 그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수 많은 도공을 끌고가서 중국산 도자기의 카페제품을 만들어내도록 강요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아래와 같은 '명품'이 출현했습니다. 

이른바 사츠마야키라고 불리는 제품이 유럽 시장을 휩쓸게 된 것입니다. 청화자기의 다양한 무늬는 기본, 거기에 일본 특유의 디자인까지 결합함으로써 유럽 시장을 점령하게 됩니다. 물론 영국에서 도자기의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주류시장에서 밀려납니다만, 일본은 모방으로부터 혁신을 일으켰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암튼..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왜 우리가 개항 이후 즉각 '산업혁명'을 추진하지 못했는가?" 라는 의문을 푸는 데 상당히 도움되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조선과 명, 그리고 일본 모두 유교의 영향력 하에 있었는데.. 왜 우리만 그렇게 주자학에 집착한 명리론을 벗어나지 못했는가? 이 의문이 커질 수 밖에없습니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정치적 지정학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추천하는 역사책의 마지막은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걸작,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오랜 궁금증(=왜 서양이 산업혁명을 먼저 일으며, 지난 100년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는가?)를 풀어주는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8세기 초반까지 서양보다 발달된 문물을 자랑했던 중국과 일본이 산업혁명을 주도하지 못했던 이유가 혹시 "유학 때문인 것은 아닌가?"라는 ("못난조선류의)지적에 대해 흥미로운 답변을 제공합니다. 

먼저 '중국이 유교 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당시 주희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었죠(책 587 페이지).

만약 우리가 한 점의 미혹도 없이 마음을 바르게 세운다면 깨달음은 마치 거대한 강물이 터져나오듯 수월해 질 것이다. (중략) 그런고로 우리는 덕성을 함양하고 학문연구에 정진하자. 

우리가 학문을 연구하면서 게을리한 점은 없는지 덕성을 함양할 때 해이한 점은 없는지 매일 스스로에게 묻자. (중략) 만약 우리가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스스로를 갈고 닦는다면 어찌 발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휴우.. 서양인들이 중국과 교역할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탐험하고 아메리카로 배를 띄울 때, 자신을 돌아보자고 외친겁니다. 뭐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죠. 이런 식으로 자신을 돌이켜보고, 또 고전을 읽으면서 사색에 잠기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실사구시'의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들면, 사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혁신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아질겁니다.


이제 우리는 성배를 찾은 걸까요? 주희에게 매달린 명 나라와 남송의 바보 정치가들 때문에 동양이 패배한걸까요? 


이에 대해서 이안 모리스 교수님은 '아니다'라고 선언합니다.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주장을 인용해보겠습니다(책 583~585 페이지 부분).


1500년의 피렌체는 문학과 예술과 정치 사이를 편안하게 오가는 천재들로 넘쳐났다면, 1100년 북송의 수도 개봉도 마찬가지였다. 다빈치가 지닌 지식의 폭이 농업과 고고학, 지도제작, 기후 변화, 경전, 민속지, 지질학 에 대해 쓴 심괄의 지식이 드러내는 폭보다 더 놀라운 수준이었을까? 

송나라의 천재, 심괄은 운하의 갑문과 인쇄기 가동 활자의 원리와 작동법을 설명했고 새로운 종류의 물시계를 고안했으며 400제곱 킬로미터의 늪지에 고인 물을 빼낸 펌프를 제작했다. 마키아벨리처럼 다재다능한 그는 천문대장을 역임했고 유목민과의 조약을 협상했다.(중략) 

11세기 중국인과 15세기 유럽인은 다소 유사한 쟁점에 직면했다. 둘 다 사회가 발전하는 시기였다. (중략) 둘 다 그들의 '야만적인' 과거를 넘어 영광스러운 고대를 뒤돌아봤다. 그리고 둘다 가장 선진적인 학문 연구를 고대 문학과 예술에 적용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대응했다. 

명색이 사학과 출신이면서.. 이 책 덕분에 심괄에 대해 처음 알았습니다. 이안 모리스 교수가 얼치기 동양학자가 아니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이 대목에서 충격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 '주자학 때문이 아니라면, 어떤 요인 때문에 동양이 서양에 뒤쳐지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답은 바로 '지리학'입니다(책 593~594 페이지 부분).  


우리는 이미 답을 안다. 이번에도 지도가 중국과 서양이 다른 경로를 가게 만들었다. (중략) 

유럽의 가장 명백한 지리적 이점은 물리적인 것이었다. 무역에 이로운 탁월풍, 식량과 식수를 조달하기 유리한 섬들의 위치, 대서양과 태평양의 규모 자체가 서양인에게 일을 더 쉽게 만들어주었다. (중략) 

서유럽 국가들이 흑사병 이후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을 때, 정치적인 지리는 경제적 유인에 힘을 더 보탰다. 대서양 변방에 위치한 통치자들(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은 더 많은 대포를 구입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반면, 돈을 벌 수 있는 일반적인 수단은 바닥나고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조세 수입원을 제공할 수 있다면 누구가 하는 이야기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예. 그리고 그 돈을 버는 방법은 동양을 상대로 무역하는 것이죠. 동양에서 생산된 물건을 수입해 서양에 가져오는 순간 엄청난 마진을 남길 수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즉, 두 가지 지리적 요소가 서양과 동양의 역전을 가져왔다는 게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조선의 지리적 여건은? 해양은 일본에 막혀있고, 북쪽으로는 청나라에게 침탈당했습니다. 더 나아가 청나라가 명나라 왕족들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시행한 '해금정책'으로 조선까지 항해해 오는 서양의 선박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중국의 빈자리를 채워 도자기를 판매하면서부터 더 더욱이 서양배가 조선까지 올 이유가 사라졌죠. 

 

물론, 이런 환경에서 조선은 민중 반란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내부 단속에 신경 쓸 수 밖에 없었고, 두 차례에 걸친 반정으로 왕권이 신권에 비해 밀리게 되며.. 양반에게 군역을 부과하는 등의 가장 기본적인 조세 개혁 조차 '대원군' 때에나 가능해집니다. 

 

어떻습니까? 대략 이 정도면, 역사의 전체 흐름과 발전 방향. 그리고 자본주의적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에 대한 설명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