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

억스리 2014. 1. 9. 10:37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노암 촘스키 지음시대의창

진실을 말한 시대의 석학 촘스키...그를 감시한 美 중앙정보국
진짜 역사를 이해하라는 그의 말...대한민국 독자들에 깊은 울림

지난 2009년 미군은 한 칼럼집의 관타나모 수용소 반입을 거부했다. 반입 거부된 칼럼집은 ‘촘스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로 노암 촘스키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집필한 칼럼을 모은 책이었다. 

최근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촘스키의 행적을 감시하며 그와 관련된 정보를 축적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촘스키는 미국 국적을 가진 백인 남성이자 대학교수이지, 결코 테러리스트 같은 위험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그를 미국이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경계한 이유는 진실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촘스키는 치밀한 조사를 통해 미국이 선전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거짓을 걷어내고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해왔다. 전 세계에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민의 관심을 정치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선 촘스키는 달갑지 않은 존재였다.

또한 촘스키의 문장은 쉽고 명료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풍자까지 더해진 그의 문장은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무기였다.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촘스키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칼럼 52편을 모은 칼럼집이다. 

촘스키는 칼럼을 통해 오랫동안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자리를 넘보며 급부상하기 시작한 중국과, 여기에서 비롯된 세계 질서의 변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며 노동자들을 절벽 끝으로 내몰았던 2008년 금융위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 미국의 중동정책, 라틴아메리카의 좌경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점령하라’ 운동, 핵문제와 기후변화 등 최근의 다양하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북한의 외교 정책과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 등 현재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의 칼럼들도 읽을거리다.

촘스키는 이념이나 실리 대신 상식을 쟁점의 판단 기준으로 세워 보편적인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의 입장을 분석하며 그 누구도 원칙론적 입장에서 전쟁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또한 그는 이라크 전쟁이 ‘전략적 대실책(오바마)’이나 ‘다른 나라의 내전에 간섭한 승리할 수 없는 전쟁(힐러리)’이라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무력 침략은 ‘최악의 국제범죄’이기 때문에 전쟁을 반대한다고 일갈한다. 이어 그는 대량살상무기,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관련성, 테러와의 전쟁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이라크 석유를 지배하려는 노력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라크에 매장된 석유는 두 번째로 많은 양으로 추정되며, 더구나 채굴하기도 무척 쉽다. 영구 동토층도 아니고, 셰일이나 오일샌드도 아니며, 심해에서 시추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입안자들로서는 이라크를 고분고분한 위성국가로 삼아 주요한 석유매장지 한복판에 거대한 미군기지들을 세우고 최대한 지배하에 두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90쪽)

촘스키는 칼럼집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방법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상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역사를 통해 배우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며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촘스키의 주장은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와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사회가 맞는가’에 대해 독자가 상식적인 기준을 가지고 고민하게 만든다. 

이 칼럼집은 세계의 주요 이슈를 분석 및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독자가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혜안과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