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타임패러독스 - 미래지향적 인간 vs. 현재지향적 인간

억스리 2014. 1. 7. 13:56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40203967050




요즘 흥미롭게 보는 책, "타임 패러독스"를 소개합니다. 책 무게가 조금 나가서 전철에서 보기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내용이 너무 흥미진진해 결국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책을 결국 내내 들고 있게 됩니다 ㅎ

특히 '현재지향적인 사람'을 만드는 요인에 대한 지적은 참으로 가슴을 치는 무엇인가가 있는듯 합니다(책 132~133 페이지 부분).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사회에서는 현재를 발판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쉽지 않다. 힘들게 번 돈을 은행에 저축해 놓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돈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삶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종잡을 수 없이 변하니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게 된다.

곡절많은 현대사를 겪은 나라들이 대부분 이렇죠. 제가 일전에 소개했던 책 "영장류 게임"에도 이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죠(책 110~113페이지).  

(이탈리아의 족벌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콘코르소' '바로네' 같은 이탈리아어 단어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콘코르소는 공립대학에서 대학생의 대학원 진학을 위해, 또는 신임 연구원이나 교수의 임용을 위해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전국적인 경쟁시험제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네'는 학생 입학, 교수 임용, 연구 기금 등의 문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학의 교수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중략)

1980년까지 이탈리아의 대학에서는 오직 한 가지 학위만을 수여했다. '로레아'라고 불린 이 학위는 학사와 석사를 합한 것과 같았다. 박사과정은 그 이후에 도입되었는데, 이 과정에 들어가려면 콘코르소라는 경쟁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이 시험에서는 응시생들의 대학 성적과 그동안의 연구 업적을 평가했고, 그 밖에 구두시험과 필기시험을 치렀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이루어진 이 경쟁은 조작된 것이었다. 바로네(=권위 있는 교수)들은 매년 자신의 박사과정에 들어올 학생 수가 누가 콘코르소를 통과할지를 서로 담합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지원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바로네들은 벌써 누가 합격할지를 결정해 놓을 정도였다. (중략)

학생들의 입학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가족이었다. 바로네들은 자기 자식이나 친척을 자신이 운영하는 박사과정에 입학시키거나 다른 바로네에게 추천했다. 바로네들은 자기 제자들에게도 입학의 문을 열어주었다. (중략) 입학지원서를 제출했으나 위의 범주에 들지 못한 학생들은 학문적 자질과 무관하게 입학이 거부되었다. 
왜 이탈리아는 저렇게 되었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책("타임 패러독스")의 논리를 적용해 본다면, '현재 지향적'인 사람들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백년에 걸친 외세의 점령, 특히 이탈리아 남부지역에서 장기간 이뤄진 이슬람계 해적의 약탈과 이민족 정권의 성립(노르만계) 속에서 '앞장서면 다친다'는 문화가 정착되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현재지향적인 가치관은 국가 전체 뿐만 아니라, 각 계층을 고착화시킨다는 게 이 책 저자들(필립 짐바르도 , 존 보이드)의 지적입니다. 즉 미래를 대비해 저축하고 교육하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특정 계층이 지속적으로 '빈곤의 악순환'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134 페이지부분).

사회 계층은 개인의 시간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자 동시에 시간관 때문에 생긴 결과이기도 하다. (중략) 성취에 대한 야망과 필요를 느끼면 일과 저축,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계획을 중요시하는 미래지향성이 발동한다. (중략) 반면 현재지향적인 사람들은 일에 대한 관심이 적을 뿐만 아니라 현재에 한 노력의 대가를 미래에 받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이런 현재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면 갈수록 점점 더 수렁에 빠져드는 것이겠죠. 최근 일본에서 현재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저성장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저자들의 지적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당연히 사회의 구조, 특히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는 게 이 책 저자들의 지적입니다. 이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387 페이지부분).

 


현재지향적인 사람들을 미래지향적인 사람으로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캘리포니아 주 샌머테이오의 지역 사회 학교 학생들에 대한 경험은 매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우리는 그 중 50명의 대상으로 2주간 자신의 행동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며 연습하는 멘탈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다시 말해 학생들에게 미래에 자신이 할 행동을 영화처럼 그리는방법을 가르친 것이다. 각자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져야 할 생각, 감정, 행동을 상상해 보게 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바로 다음날 이룰 일을 목표로 했지만 이후 다음 주, 다음 달, 6개월 후, 1년 후, 10년 후의 목표를 세우는 식으로 그 기간이 점점 확장되었다. (중략)

마음 속으로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을 그리며 연습한 학생들에게 생긴 변화는 놀라웠다. 분명치 않고 비현실적인 목표 - 락스타, NBA 슈퍼스타 등 - 는 검정고시 합격하기, 감옥 가지 않기, 일반 고등학교 들어가기 등과 같이 성취 가능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로 바뀌었다. 

 

물론 저는 이게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실패하더라도 시도되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안 그러면 남부 저소득 층 아이들의 유일한 꿈이 '마피아 조직원'이 되는, 그런 이탈리아 같은 나라가 될테니까 말입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