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중년의 발견 - 40~50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는 좋은 길잡이

억스리 2013. 12. 9. 10:10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40201984676



요즘 바빠.. 출근길에만 책 읽을 시간이 나네용. 아침에 무척 졸리지만, 오늘 소개하는 책(중년의 발견)은 정말 재미있어서..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일단 "그분이 모든 것을 설계하셨다"는 쪽의 주장을 일단 따로 떼놓고 보면, 중년(中年) 남성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미묘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종(種)에서,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린 후 얼마 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인간 남성 대부분은 60~80살 정도까지 생존합니다(산업국가 기준). 

반면 여성들이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엄마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또 인간 여성들은 동시에 2~3명의 유년기 아동을 양육해왔기에 중년.. 아니 노년까지 사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 의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베인브리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책 65~67 페이지 부분). 

남미 수렵 채집인 사회에 대한 한 연구에서, 각 커플은 자식을 위한 양식을 준비할 때 평균 1.4명의 다른 성인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일반적인 경향은 성인 남자, 특히 중년의 남자가 자녀에게 가는 추가적인 양식의 주된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중략) 그리고 짐작컨대 언젠가는 자신의 역할을 맡을 젊은 남자를 '훈련' 시키는 사람 역시 중년의 남자다.
예.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사는 동물이며, 중년 남성은 이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고 더 나아가 아이들이 사회 속에서 경쟁하고 또 협력하는 방법을 일러주는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년의 아버지를 곁에 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에는 '생존' 확률에 큰 차이가 난다는게 이 책의 주장입니다. 즉, 어머니의 존재는 아이의 '즉각적인 생사'를 좌우한다면 아버지의 존재는 아이의 '사회적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그럼 중년에 접어든 사람들이 무조건 다 똑똑하고 현명해지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책에서 재미있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런 일 없다'는 겁니다. 즉, 멍청한 사람은 중년에도 멍청하며 성격 급한 사람은 중년에도 불같이 화를 낸다는 겁니다(책 150~151 페이지 부분)

최근 연구에서는 중년은 심리적 교착기도 아니며, 모든 심리적 카드들이 공중에 휙 날려져 완전히 새로운 패턴이 이뤄지는 시기도 아님이 확인되었다. 대신 이전 성격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진적으로, 그리고 부분적으로만 변한다. 이 때문에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람은 계속 긍ㅈ어적이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부정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계속 부정적이고 건강치 못하다. 

아동 성품에 대한 교사의 평가가 그 학생의 중년기 정신 및 신체 건강, 체중,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 문제를 예측하는 일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안다면 놀랄 것이다.
좀 더 단력되고 지력이 나아진다는 것 뿐이지, 인간은 웬만해서는 안 바뀐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중년들이 더 지혜로워 보이는 이유는 아주 격한 성품을 가진 일부 집단이 중년이 되기 전에 표본에서 사라졌거나(사망 혹은 큰 충격을 받은 후의 변신?), 아니면 겉으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지 않게 나름 자제력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죠.

물론 후자(=자제력)는 늘 위태위태한 경계선을 걷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암튼, 인간이 타고난 성품은 어쩔 수 없으며 이 테두리 내에서 조금씩 개선되는 게 인간이며.. 이러다보니 중년에 접어들면 아이들을 기르고 또 미래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겠습니다.

타고난 성품과 교육, 이외에 중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지위입니다(책 184~185 페이지 부분)

많은 사회적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집단은 자연적으로 사회 계층 구조 안에 자신을 배치한다. 이 과정은 10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이런 계층 구조와 그 기준 - 미모, 건강, 부, 취업 여부, 지능 - 은 중년기까지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는다. 

사춘기부터 쭉 인간집단은 자발적으로 별개의 서열 두 가지 - 하나는 남성용, 다른 하나는 여성용 - 를 확립한다. 그리고 그 계층구조 안에서 오르락내리락 할수는 있으나 거기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특히 중년 여성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불편한 도전(=노화에 따른 미적 서열 하락)에 맞딱드린다.  (중략)

알다시피 사람들은 사회계층구조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것을 불편해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와 같은 처지에서는 이상 행동, 역효과를 낳는 상호작용, 부실한 건강 상태 같은 명백한 스트레스 징후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하여 정신 질환은 낮은 지위의 모든 사회적 동물이 직면하는 문제점이 인간한테 비정상적으로 발현된 것이라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이론에 백퍼센트 동의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얼마전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를 봐도.. 경제적 요인에 의한 자살이 압도적인 비율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사회적 지위가 성격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지금 이야기의 대상이 되는 40~50대 중년에는 더욱 더 '사회적 지위'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20대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가 28.7%였지만, 30대에는 42.6%로 상승하고, 40대와 50대에는 각각 51.5%와 52.6%를 차지합니다. 반면 가정불화에 따른 자살 비율은 40대 16.9% 그리고 50대 13.5%로 '경제적 어려움'에 비해 사소한 원인입니다. 




중년의 '바람기'에 대해 이야기되었던 것을 감안할 때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 결과죠. 20대 여성에게 추근대는 40~50대 중년 남성에 대한 이미지를 감안할 때, 중년을 가장 괴롭히는 요인이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또 재미없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중년들은 정말 얼마나 바람을 피울까요? 이에 대해 UN이 발표한 숫자는 '중년남자의 바람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책 293~294 페이지 부분)

국제연합(UN)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89%까지 49세까지는 결혼을 한다고 한다. (중략) 남녀는 연령별 혼일율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결혼하거나 동거하는 남성의 비율은 성인기 내내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중년기의 어느 시점(45~55세)에 정점에 오른다. 

이 차이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여자는 남편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고, 헤어지거나 사별한 뒤에 남자보다 재혼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우자 없이 사는 경우가 남성보다 여성이 다섯 배는 더 흔하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젊은 시절에 뭘 어떻게 하고 살았건 남자는 나중에 결혼을 할 가능성이 높으며, 결혼하지 않고 살면 일찍 죽는다. 이 결과 중년 여성보다 중년 남성이 더 결혼한 상태에 머무른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급관계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 중년에는 괜찮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늙어서까지 결혼 안한 총각들은 대부분 기대수명이 짧기 때문에, 결혼 중년들이 수급에서 우위에 서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럼 중년 남성들의 바람기 때문에 이혼이 빈발하는가하면, 그렇지 않습니다(책 295페이지 부분)

통계를 보면 중년기에 관계가 유난히 많이 결렬되지는 않는다. 간단히 말해 이혼의 대부분은 30~40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이 시기가 로맨스가 뜨겁게 타오르는 시기임을 고려하면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중년(40~50대)은 애정관계에 있어서 매우 안정적인 시기이다. 중년의 결혼생활은 중년과 관련된 부담감이나 두려움이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탄탄하다. 그것을 떠받히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실제로 이러합니다. 이혼율이 가장 높은 시기는 결혼후 0~4년 차로 전체 이혼의 24.7%를 차지하며, 중년이라 할 수 있는 15~19년과 20년 이상 부부의 결혼 비중은 각각 14.6%와 26.4%에 불과합니다. 물론 최근 자녀의 결혼 혹은 남편의 퇴직 이후 이혼하는 '황혼이혼'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신혼부부의 이혼건수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중년의 '바람기'를 감안할 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겠죠. 하나는 서로 정서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안맞는 부부는 신혼 초에 대부분 헤어진다는 것. 다른 하나는 열정이 사그러든 대신 호혜와 신뢰 같은 요인들이 싹트면서 부부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별거 아닙니다. 중년은 '사그러드는' 존재라기 보다는 미래 세대를 양육하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지적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안정적인 시기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중년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에 치우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 시기를 즐기고 또 노년을 대비하는 '긍정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암튼 40대 중반을 경과하는 '아빠' 블로거의 입장에서.. 매우 재미있는 책이었음을 밝히며, 아마도 오늘 다룬 부분 이외에 부부생활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