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2) -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한 이유는?

억스리 2013. 12. 16. 20:35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40202709698



오늘은 일전에 소개했던 책,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해결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됩니다. 고민 중의 하나는 바로 "중국경제가 성장하는 게 한국에게 이익이 되는가?"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산업은 중국의 성장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신발산업, 그리고 제 고향의 섬유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이미 패퇴하고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의 고금리 사태가 치명타를 가하기는 했지만, 이미 게임은 이전부터 끝나 있었다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몇몇 산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우리나라는 중국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호황을 누립니다.

분명히 경쟁상대가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그 무서운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습니다. 주변에 무서운 강자가 성장하는데, 특히 섬유나 의류 신발 같은 산업에서 한국이 그렇게 처참하게 패퇴했는데 어떻게 한국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이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요?



그림설명: 붉은 선은 한국의 대 중 수출, 검정 선은 일본의 대 중 수출. 90년대 초반 5배 정도 차이 났었지만, 2013년 추월하는 데 성공했음. 


이에 대해 이 책 10장 "일본인은 정말 집단주의 성향이 강할까? 그러한 성향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까"에 흥미로운 분석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소개해 보겠습니다(176 페이지). 

하버드 대학의 판카즈 게마와트가 200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은 바로 이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게마와트는 기업이 신규 진출 국가를 선택할 때 시장 규모나 성장성만을 중시하고 경제 지표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요인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한국기업들이 미국에서 숱한 소송에 직면하고,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에 잇겠죠. 하나는 역사적 경험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국민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야 오랫동안 노력하면 어느 정도 공감도 형성하고 또 나라별로 차별화할 방법이라도 있는데, 국민성의 문제는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마스트리히드 대학 명예교수 헤르트 홉스테드는 이른바 '홉스테드 지수'를 개발하여, 각국의 국민성을 분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178 페이지). 

1970년대 후반 홉스테드는 거대 다국적 기업 IBM의 전 세계 40개국 직원 11만 명에게 설문지를 보낸 다음 그 응답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국의 국민성을 분석했다. (중략) 이러한 통계 분석을 통해 4가지 차원에서 국민성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홉스테드는 1980년 자신의 연구결과를 책으로 펴냇는데, 책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Individualism-Collectivism: 개인을 중시하는 지, 아니면 집단의 정체성을 중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
Power Distance: 권력의 불평등을 수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Uncertainty Avoidance: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제가 하려는 이야기를 이미 눈치 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성이 아주 다른 나라에 가서 사업하는 데 얼마나 힘이 들지 눈에 훤히 보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 사람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에 가서 사는 것도 아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겁니다. 기업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죠. 그럼 국민성의 차이를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을까요? 이 흥미로운 과제를 수행한 사람은 미국 컬럼비다 대학에 지직 중인 브루스 코굿과 펜실베니아 대학의 하비어 싱입니다(181~182 페이지). 

코굿과 싱은 4가지 차원에서 국민성을 분석한 홉스테드 지수를 바탕으로 각국의 국민성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를 '거리'로 나타냈다. 이 방법으로 일본과 세계 각국 간의 '국민성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표'의 가장 왼쪽 부분이 일본과의 국민성 거리입니다. 일본과 국민성이 가장 가까운 나라는 폴란드로 0.86 포인트이지만, 중국은 그 세 배가 넘는 2.96 포인트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일본 사람과 중국 사람의 국민성은 거의 극과 극에 위치해 있는 셈입니다. 역사적인 경험이 매우 비극적이었던 데다, 이렇게 국민성의 차이마저 크니.. 일본 사람들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데 엄청 힘이 들겁니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 매우 비슷한 국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2.59포인트로, 중국(2.96 포인트)과 매우 근접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가장 비슷한 나라는 호주(2.58)와 미국(2.59)입니다. ㅋ 왜 한국이 호주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는지, 그리고 전자제품을 공습하다시피 쏟아 부을 수 있는지 짐작 가지 않나요?



표 설명: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일본과 국민성의 차이가 큼. 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 영국의 거리가 비슷하다는 데 주목. 


암튼.. 이상의 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한국과 국민성이 매우 유사한 나라들일 수록 사업하기 쉬울 겁니다. 더 나아가 역사적 경험이나 지리적 여건 등도 한국이 매우 유리한 입장이니(통일되면 더 유리해지겠죠), 중국시장에서 한국이 1위의 자리를 차지한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