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개인적인 역사 고전 품평

억스리 2020. 11. 27. 19:52

[출처] m.blog.naver.com/bosom86/221496486699

 

개인적인 역사 고전 품평

야밤에 독서하다 삘받아서 작성하는 고전 코멘트.언급한 책들은 소장하고 있으며, 완독하거나 완독 진행 중...

blog.naver.com

야밤에 독서하다 삘받아서 작성하는 고전 코멘트.

언급한 책들은 소장하고 있으며, 완독하거나 완독 진행 중인 책들에 국한해서 쓴 주관적인 품평이다.

- 동양편 -

《서경》 - 난이도는 쉬운 편.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들의 기록을 모아놓은 글로, 정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동양 사학, 그리고 국가관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국가 모델을 볼 수 있는 문헌. 어렵지 않고 복잡한 내용도 없으며, 교훈적인 글이 많다.

《춘추좌전》 - 생각보다 어렵진 않은데, 이 시대가 워낙 복잡하고 수많은 나라가 많이 나와서, 세력 구도를 모르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춘추공양전》 - 역사의 탈을 쓴 철학서. 좌전과 다루는 내용은 동일하지만, 더욱 이념적이고 철학적인 저서라 난이도가 좌전보다 어려운 편이다.

《국어》 - 좌전보단 쉽게 읽히는데, 나라별로 분류를 한 편집 덕분에, 편년체의 문제점을 나름 극복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야사와 정사가 혼합되어서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

《전국책》 - 재미는 있는데, 전체적인 숲을 그린 책이 아니라 전략과 모략들을 중심으로 편집한 책이기에, 초심자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전국시대에 대한 1차 사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책이긴 하지만, 초짜들이 지식 없이 보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

《사기》 - 기전체 역사서의 백미. 인물 중심의 역사서로, 동양 사학의 필수 아닌 필수적인 책. 다른 사학책들에 비해 문학적인 요소가 다분하고, 저자인 사마천의 필력이 끝내주는 편이라, 술술 읽힌다. 만약 처음 읽는다면 본기보다 열전을 위주로, 나라 역사보다 잘 알려진 인물들 중심으로 읽는 편을 추천. 재미와 교훈 모두 갖춘 역사서의 명저.

《정사 삼국지》 - 《사기》와 마찬가지로 기전체인데, 솔직히 필력은 떨어지는 편. 그래도 《삼국지연의》가 유명한 탓에 익숙한 인물들이 많이 보인다. 삼국지 덕후들이라면 좀 딱딱한 문체더라도 재미 읽게 읽던데, 삼국지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쉽게 읽히진 않는 책.

《자치통감》 - 최근 완독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데, 한기 중간까지 읽었다. 여타 기전체 정사들을 압축해서 편년체로 서술한 책으로, 중국 통치학의 정점을 찍은 책. 다만 구성 자체는 매우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편으로 인내심이 없다면 읽기 힘든 책이다. 적응되면 나름 읽을 만하고 부피에 비해 책장도 잘 넘어가는 편.

《십팔사략》 - 고전으로 중국사를 '굳이' 배우겠다는 초짜들은 이 책을 추천. 조선시대 때부터 어린아이들이 중국사를 배울 때 썼던 교재라 난이도가 쉽다. 사략을 읽다 보면 《자치통감》을 압축하고 쉽게 풀이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중국사 다이제스트 같은 고전

《삼국사기》 - 사기를 베껴서 만든 현전하는 최고의 역사서. 의도적인 편집, 생략 등등이 있지만, 그래도 국사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완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책은 아니다.

《삼국유사》 - 《삼국사기》보다 훨씬 재미있다. 《삼국사기》가 교과서 같은 이미지라면 《삼국유사》는 소설 같은 느낌. 당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기록한 삼국의 이야기책으로 개인적으로 국내 사서 중 가장 난도가 낮은 책이라고 생각함.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

《조선왕조실록》 - 개인적으로 편년체 역사서 중에서 가장 최고봉으로 치는 책인데, 너무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기록들이 많아서, 완독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책이다. 《태종실록》을 읽고 있는데, 통감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는데 읽다 보면 중요한 부분과 지엽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보인다.

 

- 서양편 -

《역사》 - 서양 역사학의 시초. 테마는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인데, 메인 주제를 다루기까지 온갖 신변잡기, 지리, 자연학 등등을 다 다뤘다. 그래서 인문학적 역사 + 자연학이 합쳐진 짬뽕이라 읽는데 좀 고역이다. (특히 지루한 지리 설명...) 그래도 꾸역꾸역 읽다 보면 후반부에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전쟁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꿀 잼을 보장하는 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재밌다. 헤로도토스의 《역사》가 잡탕스러운 느낌이라면 이쪽은 인간의 행위에 집중한 본격적인 역사서. 그래서 《역사》에 비해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이 강하다. 그리스 내전을 다룬 책인데, 술술 읽히는 편이다.

《헬레니카》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후속작인데 크세노폰이 이어서 썼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보단 필력이 떨어지지만, 그리스 내전 이후 알렉산드로스 등장 시기까지를 다룬 책이라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와 같이 세트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

《키로파에디아》 - 역사서를 가장한 최초의 자기 계발서. 크세노폰이 쓴 키루스의 전기인데, 사실 + 허구로 구성된 책이다. 생각보다 읽을 만하고 내용도 쉬운 편이며 교훈적인 목적으로 쓰여서 처세적인 교훈도 많다. 서양에서는 최초의 리더십 교본으로 받들여지는 책

《알렉산드로스 대왕 전기》 - 로마 시대 퀸투스 쿠루티우스 루푸스가 쓴 책. 알렉산더 대왕을 고찰한 전기는 아리아노스의 책과 퀸투스의 책이 대표적이라는데 아리아노스의 전기는 못 읽어봄. 퀸투스 전기는 알렉산더를 칭찬하고 있지만, 로마 사람답게 전제 왕정을 비판적으로 생각하기에, 알렉산더의 무질서한 부분을 더욱 부각시켜 왕정은 타락할 수밖에 없는 체제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게 이 책의 주제다. 그렇기에 이 책으로만 순수한 알렉산더의 행적을 고찰할 순 없다고 본다. 고전 문헌으로의 가치가 있는 책. 대중성은 아리아노스의 전기가 더 있는 편인 듯.

《리비우스 로마사》 - 개꿀잼. 리비우스의 필력이 상당해서 내용도 소설처럼 쉽게 읽히는 데다 개꿀잼이고, 리비우스가 자기의 수사술을 바탕으로 인물들의 연설들을 기록한 대목에서 당시의 수사학, 논리학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서양의 《자치통감》이라고 할 수 있는 책. 난이도도 쉬운 편.

《열두 명의 카이사르》 - 로마 황제 전기. 수에토니우스가 쓴 책으로 야사적인 내용을 대폭 받아들여 쓴 책이다.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신빙성이 없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있어서, 기록 자체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란 어려운 책이다.

《타키투스 연대기》 - 공화국을 다룬 로마 고전이 리비우스의 저작이라면 제정 로마의 권위서는 타키투스의 책이다. 특히 《연대기》는 그런 타키투스의 대표작. 티베리우스에서 네로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왕정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다. 무난하게 읽히는 편인데, 원전이 분실된 부분이 있어서, 로마사의 흐름을 모른다면 순탄하게 읽긴 어려운 책.

《타키투스 역사》 - 분실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 책만으로는 로마사를 파악하기 힘들다. 연대기보다 분실된 부분이 더 많은데, 전해지는 내용은 연대기 이후의 내용이라, 굳이 시대를 따져서 읽는다면 연대기를 읽고 역사를 읽는 것을 추천. 타키투스의 대표작만 읽을 생각이면 《연대기》 정도에서 끝내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 덕후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 도서

《로마제국쇠망사》 - 완역을 읽으려면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내심도 강해야 한다. 기번의 필력은 상당히 좋은 편인데, 다루는 시대가 쇠망사이다 보니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다소 암울한 편. 개인적으로 제국의 쇠망사 쪽에 관심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몇몇 지인들은 완역하는데 고역이었다고 하더라. 책은 술술 읽히는 편이다. 완역이 힘들면 잘 정리된 축약본을 읽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동양에 《사기》가 있다면 서양에는 《영웅전》이 있다. 《사기》와 마찬가지로 인물 중심의 기전체 형식이라, 그리스 로마의 네임드와 영웅을 알기에는 이 책만큼 유용한 책이 없다고 생각. 재미도 있고, 책도 술술 읽히는 편이지만 한편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기본적인 흐름을 모른다면, 완독하는데 다소 어려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