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왜 지금 지리학인가 _ 지리에는 많은 답이 숨겨져 있다

억스리 2016. 9. 23. 10:31

[출처] http://blog.naver.com/armada1588/220817676435




왜 지금 지리학인가

작가
하름 데 블레이
출판
사회평론
발매
2015.07.06.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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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브렉시트가 결정되었다하지만 영국의 EU 탈퇴는 그리 놀랄만한 사건은 아니다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영국은 유럽의 한 부분이지만유럽 대륙 국가들과는 다른 행보들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영국의 특성은 그 지리적 위치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섬이라는 그 위치 말이다대륙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결국 바다를 건너야 하다 보니바다를 통해 연결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대륙보다 멀리 떨어진 영연방들에 더 친숙했던 것도 무리는 아닐터.

 

서남아시아의 분쟁 역시 지리적 틀로 바라보면 더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그동안 사실 이 지역의 다툼을 이스라엘과 그 뒤에 있는 서구의 기독교 세력의 패권 vs 침략과 수탈을 당하는 아랍권의 저항 구도로 이해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실제로 이 지역의 인문지리적 요소는 그렇게 간단히 규정될 것이 아니다서남아시아를 유대인과 아랍인이렇게 둘로 구분하는 것도 틀린데다가이슬람교도 하나의 종교가 아니며심지어 같은 종파 내에서도 세속주의와 원리주의가 나뉜다.

 

자연지형인구분포종교문화 등등국제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폭넓은 영역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으니이를 다루는 학문이 지리학이다.

 

지리학은 세상을 공간적으로 바라본다. ‘역사학자들은 세상을 시간적연대기적으로 바라보고경제학자와 정치학자들은 구조적으로 바라보지만지리학자들은 공간적으로 바라본다’ 고 한다물론 공간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하겠지만어쨌든 그 기본은 공간이다.

 

따라서 지리학은지역 공간의 한계와 가능성그리고 각 지역 간 관계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이들은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고 이끌어내기 때문에지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우리들 삶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리에 대한 이해는 앞서 언급한 서남아시아의 예처럼 그다지 깊지 못하다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고교 과정에서도 지리는 거의 듣보잡 취급에 가깝고 지리를 전공과로 두는 대학교도 별로 없으며 지리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꽤나 중요한 분야이지만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지리 분야에 볼만한 교양서적이 나왔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 라는 제목으로 하름 데 블레이라는 이름부터 유럽틱한 학자의 책이다이쪽 분야로 책도 많이 내고 상당한 네임드인 것 같다.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크게 두 파트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5장까지는 지리학 총론?의 느낌이 나고 6장부터 11장까지는 각 지역별 이슈를 다루고 있다많은 분들이 앞의 파트에서 매우 지루하다가 뒷 파트가 참 재미있었다고 하는데나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재미있었다지리덕후 분들은 전체적으로 다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듯 하다.

 

첫 번째 파트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후 변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 주는 영향이다인류의 머나먼 여정부터 중세 북유럽 사람들의 활발한 대외 진출그리고 소빙하기와 그로부터 야기되는 각종 혼란들을 보면 온난화와 한랭화건조화 등등의 기후적 요인은 인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저자의 식견이 돋보였다이 책 원서가 2012년에 씌여진 것을 감안하면, IS의 발흥이나 EU가 흔들릴 것이라 전망한 것에는 좋아요와 엄지척을 수십개 날리고 싶다특히 저자가 이슬람권이 바라보는 세계 지도를 보는 순간그 그림이 IS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너무 닮아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 역시 지리의 위엄이던가.


"무슬림 지역 여러 학교의 지리 교실 벽에는 그림 6-2 (그림은 첨부되지 않았으나, 아래 지도와 거의 비슷하다)와 비슷한 지도가 걸려있다. 이 지도는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이슬람의 지배 아래 놓인 적이 있는 모든 지역을 표시한 것으로.. (중략) .. 이 지도를 보면 이슬람 세력이 미친 세계적 범위는 물론, 과거 이슬람이 문화적 영화를 누렸으며 과학, 수학, 건축, 예술에서 유럽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던 기억을 상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 지도는 IS가 말하는 희망사항과도 거의 같다.)  


"온건한 무슬림도 이 지로를 보면 상당히 자극 받곤 한다. 1980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한 학교의 교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지도를 통해 우리가 겪은 굴욕과 우리가 읽은 신의 땅과 사람들을 매일같이 떠올립니다. 이 지도는 우리의 영감이고, 전 세계에 대한 우리의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그곳은 다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시설을 갖춘 현대식 학교였다."


- 이상 책 248~249쪽 - 



유럽연합을 약하게 본 부분에서는 금강석 형님의 총,,쇠가 떠올랐다금강석 형은 중국과 유럽을 비교하면서지형과 해안선으로 인해 각 세력이 안정적으로(?) 분열된 것이유럽이 중국보다 앞서나가게 된 큰 원인중 하나라 한 바 있다.

 


그렇다면 반면에 지리적 요인으로 인한 안정적인 분열이 통합을 가로 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터이다유럽 통합이 지체되는 것은 정치적경제적 요인도 있지만그 이면에는 지리적 요인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주제에 재미있고 유용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어 좋았다읽어 나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저자도 저자이고번역가 분도 번역을 깔끔하게 하신 듯하다지도도 적절하게 수록되어 있어 여러모로 좋았다.

 

세계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면서 아직 이 책을 읽어보시지 못한 분에게는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