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클래식을 뒤흔든 세계사 _ 클래식 음악에 대한 신선한 관점이 돋보인다

억스리 2016. 9. 17. 14:19

[출처] http://blog.naver.com/armada1588/220809862220



클래식을 뒤흔든 세계사

작가
니시하라 미노루
출판
북뱅
발매
201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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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시대를 타고 난다예술가의 혼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을 받지만예술가는 결국 한 시대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그래서 예술가들의 행보와 그 작품 세계를 잘 들여다보면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미술에 대해서는 이런 시도가 많이 이루어진 것 같다미술작품이나 작가를 시대와 사건그리고 다른 역사적 인물들과 결부시켜 이야기 하는 책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미술과 더불어 예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이런 시도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그래서 음악과 역사를 묶어 이야기 하는 책도 별로 없었다. (내가 못봤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나 같은 음알못들이 '아, 이런 책도 있다더라' 하고 알 정도는 되어야 그 분야 책이 많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런 와중에 나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책이 나왔다. ‘클래식을 뒤흔든 세계사라고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에 어김없이 등장한 클래식 음악의 탄생 비화를 이야기 하겠다고 한다이래저래 자금 수요가 많지만이를 그냥 놓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바로 구매 완료.

 

책이 다루는 시기는 종교개혁의 불꽃이 필어오르던 1550년대터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한 전쟁이라는 1차 세계대전이 종료 시기 까지이다그러니까 우리가 근대’ 라고 부르는 시기를 다룬다.

 

유럽의 근대는 여러 책이나 논문에서도 자주 다루는 시기다대분기라 하여 비약적 발전을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고만고만한 나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라 역동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준다그렇기에 이 책 역시 상당히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클래식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사조그리고 그 변동의 원동력이 바로 사회의 부에 있다고 주장한다사회의 부가 어디에 집중되고그 부가 어떠한 목적과 방침 아래에 재분배 되는지의 문제가 음악 활동과 무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합스부르크 왕가는 유럽 근대사에 있어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권력가이고베토벤은 당대 최고의 음악가 중 하나인데도 정작 베토벤이 합스부르크의 의뢰를 받았거나그들에게 헌정한 곡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베토벤의 후원자는 주로 보헤미아나 헝가리의 귀족들이었는데여기에 바로 부와 경제적 요인이 숨어있다는 식이다.

 

예술인들이 들으면 살짝 기분 상할지도 모르지만 음악은 엄연히 사치재다음악회에 가서 선율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사치 부린다는 이야기가 아니라음악이라는 것이 생산 활동에 꼭 필요한 필수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노동요를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다시 생각해보자음악이 없다고 해서 그 일의 능률이 대폭 하락하거나아니면 작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가?)

 

음악은 일종의 소비재그것도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된 상태에서 편안히 소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우리나라를 보면이제는 음악을 소비하는 계층이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닌우리 같은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는데이것은 우리가 이제는 경제적으로 제법 풍요로운 나라가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근대 유럽에서 이렇게 음악 소비를 즐길 만큼 생활이 안정된 계층은 훨씬 더 적었다시민혁명과 자본주의가 정착하기 전에는 거의 왕가와 귀족거상들 정도만 음악을 소비할 수 있었다따라서 이들의 재정 상태에 따라 음악에 대한 수요는 요동을 쳤다음악이라는 서비스와 음악가라는 그 공급자의 행보 역시 수요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 유럽에 큰 전쟁이 벌어졌다고 하면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원하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여기에 자원을 집중하게 되는데그 과정에서 생기는 재정압박으로 인해자신들이 지원해 온 음악가들에게 더 이상 돈을 쓰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음악가들은 자신을 지원해 줄 스폰서를 새로 구하거나아니면 줄어드는 보수를 받아들이거나또 그것도 아니면 쓸쓸히 짐을 싸서 나와야 하는데이 과정에서 음악 경향이 바뀌거나 (구매자나 사회 분위기가 변화하니까)음악 자체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유럽의 많은 궁정악단이 쇠락하게 되는데이는 17~18세기에 벌어진 수많은 전쟁과 여기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며 왕들이나 공작백작들이 더 이상 악단을 운영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19세기가 들어시민계층이 성장하면서 부가 좀 더 널리 분배하게 되자더 넓어진 수요층들의 입맛에 맞게 음악 스타일도 변동하게 된다음악도 좀 더 넓은 소비자층의 기호즉 유행을 따르게 되는데 유행이 문화를 주도하면서 음악의 종류와 질도 변질되고 소비에 적합한 음악이 생산되는 구조로 변모하게 된다.

 

이렇듯음악과 음악가들이 사회의 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이 관점이 사뭇 신선하고 재미있었다음악사를 사조와 문화적 트렌드에 따라 정리한 사람들은 많았을 법 한데이렇게 음악사의 변동을 물질적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이전에 거의 본적이 없는 것 같다.

 

편견 하나를 말하자면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가 특유의 도도함 때문에 이런 물질적인 요인들 때문에 자신들의 예술 세계가 영향 받는 것을 싫어하고과거에 그런 역사를 부정하려는 경향이 강할 것만 같아저자도 차라리 음악에 관심 많은 경제사가나 역덕 쪽인줄 알았는데음악사회사를 전공한 음악인 중 하나여서 되려 더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역사에 대해서 제법 조예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오히려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음악 전공자라고 해야 겠다. (음악 전공의 역덕이라 캬아아)

 

아쉬운 것은 음악사에서 비교적 중요하게 다루는 이탈리아 오페라그리고 프랑스와 스페인 근대 음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저자도 이 점에 대해서는 직접 아쉬움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말했듯이이 책이 음악사를 두루 다룬다기보다는 클래식 음악 사조나 음악가들의 행보가 부와 경제적 요인에 크게 영향 받는다는 점을 주로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싶다.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역사그 중에서도 경제사 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이 책을 제법 재미있게 읽으시리라 본다.

 


※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만한 떡밥 투척.


1. 모차르트와 프리메이슨에 얽힌 이야기, 그 진실은?


2. 비발디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밀정이었다고?


3. 슈만, 하마터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명을 달리할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