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조용한 대공황

억스리 2014. 2. 10. 10:45

[출처] http://blog.naver.com/sjkim100000/110183893929




(앞으로 20저성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험한 재분배 정책에 따라 형성된 거대 버블

미국의 경제학자인 라구람 고빈드 라잔에 따르면 그 배경에 재분배에 휘말린 정치의 실패가 있었다.

미국의 국영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같은 공적 기관을 통해 정부가 주택 융자에 암묵적인 보증을 해줘특히 저소득층이 주택 대출에 접근하기 쉽도록 제도화한 것이다부시 정권이 오너쉽 소사이어티주장을 내세운 2001년 이후에는 연방준비은행 FRB의 저금리정책과 맞물려 내 집 마련 붐을 선동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모두 교육과 복지의 재정리을 통한 중간층 육성이라는 번거로운 선택을 피하고손쉽게 저소득층에게 경제 성장의 과실을 배분하려 든 정치적 선택의 결과였다고 라잔은 지적한다.

이것은 미국의 주택 버블에 대한 분석이지만아마도 세계 각지에서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격차 확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고로움과 비용이 들고세금을 늘리려 할 경우 고소득층의 반발도 무릅써야 한다중간층의 육성에 힘을 쏟기보다 내 집 마련을 용이하게 해주는 호경기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훨씬 손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이 버블을 조장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유럽이나 중국또는 일본에서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정부가 묵인하곤 했던 것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한 재분배 정책이 사상 최대의 버블을 생성한 하나의 요인이었다.

 

스톡 경제가 버블을 더더욱 키웠다

일본의 예를 들자면 개인 금융 자산이 1400조 엔이나 된다. GDP가 약 500조 엔이므로 거의 3배 가까운 개인 자산이 있다는 이야기이다일본뿐만 아니라 선진국이면 어느 나라나 GDP의 서너 배 되는 개인 자산이 존재한다. GDP라는 경제의 플로 Flow: 생산량사용량 등 流量보다 자산을 의미하는 스톡Stock: 잔고재량 등 貯量 쪽의 규모가 더 큰 것이다.

선진국은 어디나 고령화 사회를 맞이하여연금 등 자산 운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이러한 대규모의 자금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투자처를 찾아 전 세계로 떠돌아다니다 상황이 바뀌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만다어느 나라 정부든 이 같은 자금의 흐름을 도저히 관리할 수가 없다.

한편 국내의 자금이 부족한 신흥국은 적극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시장 우호적인 정책을 취한다그런 정책은 신흥국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다른 한편 위기가 일어났을 때 급격한 자본 도피로 말미암아 경제에 주름살이 깊이 파이게 한다그 전형적인 예가 1997년의 아시아 통화 위기였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완화가 초래하는 마이너스 작용

세계적인 불황이 닥쳐와 청년층 실업이 늘어나고 있다청년 인구가 많은 북아프리가와 중동의 국가들에서 이 문제는 체제를 뒤흔드는 사태로 발전했다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장기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은 지금도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이러한 정정政情 불안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독일의 인구학자 군나르 하인손은 현재 신흥국에서 나타나는 청년 인구의 증가가 정정 불안과 테러내전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어떤 나라에서나 불황에 의한 실업의 여파는 청년층으로 번지게 마련이지만복지가 충실하지 못한 신흥국에서는 청년층의 불만이 곧바로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되고 만다오늘날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필두로 벌어지고 있는 폭동은 단순한 민주화 운동으로 치부할 수 없다이 문제에 관해서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 후의 세계적인 경제 위기라는 문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융 완화는 통화 가치 하락을 불러온다특히 미국과 유럽의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로 성장해온 신흥국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위기에 허덕이는 유럽과 미국이 취한 자국의 구제 정책이 이번에는 신흥국을 허덕이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융과 재정 정책의 동원이 불가피하다어쩌면 앞으로도 더욱 대담하게 그런 정책을 취할 필요성이 대두할 것이다사상 최대의 버블이 꺼지면서 기업의 도산과 실업이 줄어들지 않고 앞으로도 그런 조짐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될 경우에는 말할 나위조차 없다특히 내 생각에 일본의 경우 그런 위험성이 더 크다.

 

통화전쟁의 발발

G20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양적 완환 정책은 중국의 환율 조작과 마찬가지로 불공정한 수법이다라며 미국을 지명하면서 강력하게 비판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미국의 양적 완화는 금융위기에서 건져내줌과 동시에 저달러에 박차를 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그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 유럽과 미국 수출로 경제 성장을 한 브라질 등 신흥국이다.

달러가 하락하고 자국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성장을 견인하는 신흥국의 수출 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나아가 고약하게도 금융 완화로 남아도는 미국의 단기 자본이 자국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박차를 가하는 꼴이 되고 그로 말미암아 나라 안의 사회 불안이 가중된다.

이것은 사실상의 근린 궁핍화 정책이 아닌가즉 타국의 경제를 희생시켜서라도 자국의 생존을 도모하겠다는,사실상 경제전쟁이 아닌가브라질 재무장관이 저통화 低通貨경쟁이 아니라 통화의 전쟁이라는 강력한 단어를 사용한 배경에는 이 같은 사정이 존재한다.

 

깊어만 가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대립

현대의 통화전쟁을 생각할 때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서방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대립이다금리를 내려 통화의 가치를 낮추는 정책은 구미 국가들에게 일석이조의 효과로 이어진다디플레이션 우려가 강한 서방 선진국에서 금리 인하는 지금 당장 취해야 할 금융 정책이다무역 면에서 보자면 통화 절하는 수출을 유리하게 하며수입을 억제함으로써 단기적인 고용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예컨대 10%의 평가 절하는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그리고 수출품에 대한 10%의 보조금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선진국으로서는 이런 상태를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저금이통화 약세 정책을 단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거꾸로 선진국에 의한 통화 절하 정책의 쓰나미를 맞이하는 곳이 대對선진국 수출을 주도하며 성장해온 신흥국이다이들 나라는 계속 이어온 경제 성장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통화 강세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지만단기적으론 수출 산업에 타격을 가한다.

또 단기적인 투지 자금의 유입에 따라 버블이 조장되며선진국들이 금융 긴축으로 전환시 자금 역류에 의한 급격한 통화 가치하락과 버블 붕괴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선진국의 금융 정책에 따라 세계의 자금 흐름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그 움직임에 신흥국이 휘둘리게 되고 마는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 중상주의 – 애덤 스미스의 비판

중상주의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그것을 처음으로 지적한 것이 경제학의 태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다.

스미스가 행한 중상주의 비판의 핵심은 중상주의는 국민 전체의 행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국가가 무역 상인에게 주는 특권은 원래 대로라면 국내의 농업과 공업 분야로 향해야 할 자본 배분을 왜곡하고 만다그런 까닭에 일부 상인만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국내의 분업을 진전시켜 국민 전체가 저마다 번영을 분점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미스는 그 수단을 무역을 포함한 경제 전체의 자유화에서 구했다바로 그러 점 때문에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원조라고 간주되곤 한다.

 

그러나 스미스가 자유화를 제창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국내 분업을 진전시켜 부를 국민에게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자유화는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국민 전체의 경제 기반이 강화되면 세수稅收가 늘어나 민정과 군사 분야에 쓰일 자금 또한 늘어난다.

국민에게 부를 분산하는 것이 국민의 통합으로 이어지고나아가서는 강대한 국가를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 스미스의 생각이었다스미스가 지은 책의 타이틀 (원제는 모든 국민의 부의 성질과 원인에 대함탐구)에 국민이란 단어가 들어가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충격에 취약한 신흥국

애덤 스미스가 200여 년 전에 가한 비판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중상주의는 일부 상인에게 부를 몰아주는 것으로국내적으로 심각한 분열을 초래한다이와 똑 같은 상황이 오늘날의 국가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적용된다고 하겠다.

현대 중국은 수출 기업이 집중된 연해 지역으로 부가 집중하고 있다부의 편재는 내부의 대립을 생성한다.중국의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해마다 10만 건이 넘는 폭등이나 시위가 벌어지는 사정은 잘 알려져 있다정부와 부유층의 유착관리의 독직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만일 거기에 실업 증대가 가세할 경우 중국인들의 정부 비판은 더욱 거세지게 될 것이다향후 세계 경제의 감속으로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면그것은 단순한 경제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국가의 토대가 흔들리는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하락은 정책 기반의 약화로 직결되기 대문이다.향후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격렬하게 전개될 국내의 반정권 운동을 억누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국가자본주의는 수출에 의한 경제 성장을 전제로 한 체제이다세계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중국이나 러시아 모두 30%를 넘어섰다이러한 수출 중심의 경제 발전 모델은 글로벌 경제가 순조로울 때에는 그 기세에 편승하여 잘 돌아가지만글로벌 경제의 조화가 무너지는 순간 여지없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만다가령 미국이나 EU가 향후 보호주의 색채를 강화하면 그 타격이 심각할 것이다. 1930년대에 미국과 영국의 블록 경제화의 타격을 받은 나라가 독일과 일본이었던 것과 닮은꼴 구조이다.

 

국가와 자본주의그 불가분의 관계

왜 위기는 반복되는가?

현재진행형의 세계 경제 위기는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제까지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두고 리스크 시나리오에 입각하여 논지를 전개해왔다.

여기서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은 왜 이러한 위기가 반복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글로벌 경제는 대개 10년을 주기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뒤돌아보면

1987년의 블랙 먼데이,

1997년의 아시아 통화위기,

2007년의 서브프라임

 

위기처럼 7이 붙은 해마다 커다란 위기가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다음 번 위기는 2017년이라고 단정한다면 너무 비과학적이지만어쨌든 주기적으로 커다란 위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중요한 사실은 위기가 벌어질 때마다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거이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미국의 주택 버블은 가속도가 붙었다이는 일국 차원의 저축과 투자의 정합성을 도모하던 브레튼우즈 체제 시기에는 보이지 않았던 현상이다금융이 자유화되면서 자금은 높은 수익을 노리며 유동한다특히 현재와 같은 글로벌 불균형이 발생하는 경우저축이 넘치는 나라에서 저축이 부족한 나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미국이나 남유럽에서 거대한 버블이 발생한 배경에는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버블과 그 붕괴가 일어날 때 자본주의 폭주라는 말이 등장한다틀린 말은 아니지만자본주의는 원래 불안정한 시스템이란 것을 생각하면이는 하나마나 한 이야기이다.

역사를 살펴봐도 자본주의는 버블과 그 붕괴를 반복해왔다자본주의의 여명기인 17~18세기의 유럽에서도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1637년경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과열 투기 현상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로 일컬어짐사건이나 영국의 남해 거품(18세기 초 영국의 국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남해회사의 주가를 둘러싸고 발생사건 등 역사적인 거대 버블이 발생한 바 있다.

자본주의는 미래에 대한 인간의 기대라는 극히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구동된다그것이 과잉으로 부풀렸다가 끝내 위축되고 마는 역동성이야말로 자본주의의 큰 특징이라고 봐야 한다그런 본질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본주의는 지금도 살아서 기능하고 있다그것이 무엇보다 자본주의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제도적인 지혜가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중시한 케인즈

체인즈는 자본주의의 원동력을 투자라고 보았다투자란 수중에 있는 현금을 내놓고 미래 수익을 획득하고자 하는 행동이다. 기업이 설비 투자를 행하는 것은 그것이 산출할 미래 수익을 기대하는 행동이다투자가가 주식이나 채권을 사는 것은 그것이 미래 어느 시점에 산출할 배당이나 이자혹은 주식 가치의 상승을 기대하기 때문이다자본주의는 이러한 투자에 의해 뒷받침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문제는 투자 수익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를 아무도 확실히 모른다는 점이다근본적으로 인간은 미래의 일을 알 수 없다물론 인간은 손해를 보려고 하지 않으므로사전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아 투자 대상이 정말 수익성이 있는지를 따져본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 가설

금융기관은 처음에 담보 가치를 신중하게 따져보고 대출을 해준다그러나 경기가 좋아지면 차츰 대출 기준이 완화된다경기가 과열 단계에 들어서면 금융기관 또한 경쟁하는 가운데 이익을 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대출을 더욱 확장하려고 든다. 1980년대의 일본에서는 은행이 단골 거래처를 돌며 제발 돈을 빌려가라며 부탁하고 다니는 현상까지 등장했는데버블기가 되면 실제로 그 같은 사태가 횡행한다.

개중에는 규제의 틈을 파고들며 대출을 늘리려 드는 악덕업자도 나온다이 또한 1980년대 일본이나 2000년대 미국에서 나타난 현상이다버블이 시작되자 고배당을 내세우며 자금을 모집하는 사기꾼이 잇따라 등장했다.

 

그러나 과열된 버블은 언젠가 꺼진다그렇게 되면 민간의 변제 능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금융기관은 대출의 축소기피환수에 나선다그 결과 채무 불이행이 빈발하게 되고도산하는 금융기관도 속출하여 경기가 급격히 악화된다. ‘채무 디플레이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버블의 발생과 붕괴라는금융 불안정성에 대한 민스키의 설명은 극히 상식적이다그러나 극히 최근까지 민스키는 잊혀진 존재였다.

그 이름이 다시금 부각된 것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고 나서의 일이다최근에는 버블이 꺼지는 순간을 민스키 모멘트라고 지칭하기도 한다어쨌든 자본주의에서는 거의 불가피하게 버블이 일어나고,그것이 크면 클수록 피해가 막심해진다는 것이민스키가 금융거래에 주목하여 도출한 자본주의 근본적인 불안정성이다.

 

민스키의 중요한 강조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버블의 발생을 사전에 억누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지금이 버블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실무적인 문제도 있지만그 이상으로 만일 철저한 버블의 규제를 택할 경우 이번에는 건전하게 운영 중인 기업으로 돈이 들어가지 않게 되는 폐단이 발생한다는 문제도 도사리고 있다금융기관이 책정하는 채무의 비율은 채무자가 어느 정도 장래성이 있느냐에 따라 바뀐다말하자면 이는 사람들의 기대감에 의존하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그러므로 적정한 채무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를 객관적으로 분명히 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여기에 규제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높아만 가는 해외 의존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 경제의 체질 변화즉 해외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된 과정이다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엔고와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되었다그 상황을 방치하고 자유화와 세계화를 추진했기 때문에민간투자가 국내에서 해외로 옮겨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사실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은 1990년대에 시작되어 생산 거점이나 판매 거점의 해외 이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GDP에서 차지하는 제조업의 비율은 내리 하강선을 그리며전성기였던 1970년대의 35%에서 이제는20%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일자리가 해외로 넘어간 결과 일본인의 평균 소득은 지난 20년간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지속적인 디플레이션으로 기업은 설비 투자를 꺼리고가계 또한 지출을 억누르고 있다그 결과 일본 경제의 체질은 내수 중심에서 외수 의존으로 바뀌어가고 있다일본의 수출 의존도(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율)가 1990년에는 10%정도였지만, 2007년에는 18%로 크게 늘었다.

이는 일본 경제의 성장이 해외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는 뜻이다그런데 이것이 결코 새로운 현상만은 아니다. 1930년대에는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율이 20%이상이었다전전의 일본은 틀림없는 수출입국이었던 셈이다그러니 21세기 초엽의 일본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일본 경제의 체질에 눈길을 돌려 살펴봐도역시 제1차 세계화 시대와 현대가 매우 닮은꼴임을 잘 알 수 있다.

 

취약해진 일본 경제

일본은 20년 동안 수출 의존도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그 결과 글로벌 경제 전체의 경기가 호조일 때에는 성장하고글로벌 경제가 조금이라도 감속하면 격렬한 경기 후퇴를 경험한다외부 충격에 대해 취약한 체질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시아미국유럽에서 무언가 큰 충격이 닥칠 때 일본의 수출 기업이 타격을 받아 고용이 위축되고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되었다지난 20년 동안 일본은 무역과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충격에 취약한 경제 체질로 바뀌고 말았다고 하겠다.

 

저성장도 분명 문제이다그러나 성장률의 둔화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보이는 경향으로일본에만 있는 특유한 현상이 아니다본질적인 문제는 저성장보다 경제의 취약성이다.

각국이 세계화 노선을 수정하려 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보호주의 움직임은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며신흥국에서는 국내의 불만과 맞물려 분명 외국 자본을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국가도 나올 것이다그때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세계화에 따른 해외 진출을 서둘러온 일본 같은 나라이다이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도시와 지방의 대립

특히 도쿄 도시권의 인구 증가는 현저하다사실 도쿄 도시권(도쿄가나카와지바사이타마의 1 3)에만 3750만 명으로세계 최대의 도시권을 자랑한다도쿄 도시권은 일본 인구의 30%, GDP 34%가 몰리는 거대 경제권으로 부상되어 있다.

대도시로의 인구 유입은 고도 성장기부터 시작되었다따라서 이것이 전혀 새로운 현상이라고 생각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분명 그런 측면이 있지만지금이 당시와는 뚜렷이 다른 한 가지 사실만은 명심해야 한다오늘날의 일본은 인구 감소 사회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인구 쟁탈전이다그리고 인구를 잃어버린 지방은 급격한 가세로 쇠퇴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셔터 상점가이다도쿄 도시권에서는 (지역에도 그런 곳이 있겠지만)상점가의 활기가 아직 남아 있음에 비해지방의 중심 시가지에서는 상점가의 셔터가 곳곳에 내려져 있다. 지방 도시는 이제 어디서나 낮에도 사람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해 한적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공장 등이 해외로 이전함으로 말미암아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이 모두 대도시로 이동하기 때문에이런 광경은 일본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인구가 감소 국면으로 접어든 지역에서는 손님을 광역화하여 자동차를 이용한 쇼핑 고객을 겨냥한 대규모 체인점밖에 살아남지 못한다지방도시의 중심 시가지에서 셔터 상점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이러한 사정 때문이다.

 

두 번째 탈 세계화가 찾아온다

이 말만은 분명하게 할 수 있겠다세계화는 한번 시작되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이른바 불가역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역사적으로 보아 세계화는 어느 시점에 반드시 반전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이 책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화는 결코 역사의 필연이 아니며한번 시작되면 영원히 계속되는 프로세스가 아니다.

현실의 경제적 흐름을 보아도 탈세계화로 풍향이 바뀔 소지가 이미 조성되어 있다글로벌한 경상수지의 불균형이 구조화되어 있는 데다 자본 이동의 자유가 확대된 현재의 글로벌 체제에서는설사 단기적으로 이번 위기가 극복된다해도 언제 버블이 생성되었다가 붕괴되며 위기 상황에 빠져들지 모를 일이다그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사태가 벌어진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한정된 정책 수단에 내몰리는 국가의 움직임이 국제 정치의 커다란 긴장과 결부될 때 세계화는 순식간에 탈세계화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역사는 명백히 변화의 기로에 선 경제 지점에 와 있다일본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서 벗어나 향후 세계가 나아갈지도 모르는 탈세계화의 시나리오를 좀 더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조용한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낙관론에 일침을 가하다

지금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금융위기는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역사 속의 대공황과 같은 맥락의 것이라고 보았다다만 이전과는 다르게 거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각국 정부의 능력의 진화로 인해 이것이 조용하게’ 표출된다는 점에서 조용한 대공황으로 간주한다.

자유로운 금융 정책은 시장에 필요 이상이 과잉유동성을 조성하여 거액의 자금 유출입을 허용한다저자는 과잉유동성이 오히려 시장을 불안정하게 하는 이른바 의도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이는 결국 군사적 전쟁의 서곡으로 볼 수 있는 통화전쟁인 통화 가치 절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심화되고 있는 글로벌 차원의 조용한 대공황이 더 이상 파국적으로 전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내수를 확대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이와 관련해서 저자는 지금 대부분의 나라에서 글로벌화로 인한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어 내수 확대를 통한 위기 억제가 쉬운 것이라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이는 소득 및 자산 양극화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수출기업과 내수 기업 간 양극화 등 다양한 형태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거대한 규모의 경제 위기에 직면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책의 선택지가 매우 좁다는 것을 경고하는 정문일침으로 보인다.

 

저자의 주장대로지금 세계 자본주의는 조용한 대공황의 시기에 진입했다금융위기에 의해 붕괴한 거품의 크기에 비해 지금의 상황이 조용하게느껴지는 것은 각국 정부가 기업을 규제하고 금융 완화책을 통해 시장에 돈을 인위적으로 흘리고 또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위기의 상황을 은폐하고 또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또 이와 같은 각국 정부의 처방이 초래하는 부작용은 지금부터 문제화될 것이라는 저자의 핵심적 주장이다이를 고려하면지금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낙관론은 상대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이 책은 우리에게 자본주의적 경제 위기에 대한 보다 현실적이고도 역사적인 접근과 이해를 권유하고 있고 또 세계 경제의 위기적 국면하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보다 근본적인 정책과 대응에 관해서도 풍요로운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글로벌화의 부작용이 현재화되고 있는 가운데급반전의 충격 아래에서 우리나라가 향후 어떠한 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또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그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시바야마 게이타 저전형배 옮김동아시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