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라이프 트렌드 2014, 그녀의 작은 사치 - 된장녀와 초식남에 대한 흥미로운 재해석!

억스리 2014. 2. 19. 19:26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40206669884



오늘 소개할 책은 김용섭님이 쓴 책 "라이프 트렌드 2014 - 그녀의 작은 사치부키도서출판 펴냄)"입니다. 이 책은2014년의 소비트렌드를 분석하는 마케팅 관련 책이지만, 뜻밖에 매우 흥미로운 분석을 담고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된장녀'에 대한 설명일 것 같습니다.

 

된장녀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2008년 즈음이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나 잠깐 떠돌다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다. 지극히 편엽한 여성 비하이고 소비의 기본 욕구를 이해 못하는 이들의 말 장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말은 지금 점점 더 생명력을 가지고 있죠. 이에 대해 김용섭님은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된장녀 타령을 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또 하나가 루이비통이다. 루이비통 코리아의 2011년 매출은 4,973억원이었다. 루이비통을 비롯해 해외 패션 명품 업체의 국내 매출 총합은 5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중략)
 
여자에게 패션 명품이 있다면 남자에겐 수입차가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수입 차 업체의 판매액은 7조 7,600억원이고, 1조원대에 달하는 파이낸스 매출까지 감안하면 8조 8천억원 수준이다.
 
 
명품가방 사는 여성들에게 비아냥 거리는 남자들의 소비는 어떠하냐는 이야기에 할말 있을까요?
여자들도 수입차 탄다는 반박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고급 위스키 시장에서도 우리나라는 압도적 1위 소비국이다. 2010년 기준으로 1조 2천억 원인데, 2위 중국과 3위 미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한국의 소비량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중략) 2011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된 전체 기업의 접대비는 8조 3,535억원이었다. (중략) 도박도 빼놓을 수 없다. 연간 100조원에 가까운 돈이 도박에 쓰이고 있다.

 

도박산업 규모가 정말 이렇게 큰가? 싶어서 좀더 살펴보니 사실이네요. 사행산업 통합 감독위의 "불법 도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전체 규모는 75조가 넘는다고 하네요. 합법적인 도박(해외 및 강원*드?)까지 감안하면 정말 100조원이라는 숫자를 반박하기 힘드네요.

 

암튼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된장녀'라는 말을 안쓰기로 맘 먹었습니다. 일단 명품가방 걸치고 또 비싼 커피전문점에 죽치고 있는 일부 여성분들이 맘에 들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 말씀을 떠올려.. 한국 남자들이 저지르는 여러 일탈행위에 비하면 이 부류에 속하는 여성분들의 '죄악(?)'은 너무나 하찮은 것이며, 더 나아가 국부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기여하는 게 더 크다는 생각들었기 때문입니다. ㅎ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최근 된장녀에 대칭되며 부각되는 인기 단어는 '초식남'입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더욱 흥미롭습니다(128 페이지).

 

결혼도 연애도 안하고 혼자서 취미 생활을 누리면서 잘 사는 남자를 두고 '초식남'이라고 부른다. 애초에 연애하고 결혼하는 남자를 육식이라고 두고, 그 대칭점에 있다고 초식이라고 붙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들어 초식남들이 늘어난 것일까? 갑자기 여자들에 대한 관심이 식은 걸까? 남자라면 여자를 관심에 두는 게 당연한 일일진대 왜 초식남들은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예. 저도 궁금합니다. 결혼 전 20대 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연애였던 것 같은데 말입니다(책 128~129 페이지).

 

남자들의 성향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단지 돈 때문이다. 돈 앞에선 남자가 약해진다. 강했던 남자도 돈이 없으면 자존심을 잃은 것만큼이나 약해진다. 초식남은 경제 불황의 시대가 만들어 낸 슬픈 산물이기 때문이다. 초식남이란 말은 일본에서 유래되었다.

 

우리보다 먼저 경제 불황을 심하게 겪은 일본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찌감치 나타나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초식남 트렌드도 앞으로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경제불황은 끝날 기미가 없는 데다 돈 앞에서 자존심 잃고 나약해진 남자들은 더 많아졌으니 말이다. 초식남은 더 이상 비주류도 루저도, 변동도 아니다. 그냥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남자들의 새로운 모습인 거다.

 

아.. 맘 한구석이 싸한 느낌이 드네요. 조금만 더 인용해보겠습니다(책 129~130 페이지).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초식남이야 말로 책임감 강한 남자인지도 모른다. 남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여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초식남이건 육식녀건 모두 시대가 만든 산물이다. 사회, 경제 변화는 우리네 삶의 태도를 바꾸기도 한다. 이제 남자들의 연애관은 열 번 찍어 안넘어오는 여자 없다는 '약탈적 연애관'에서 남녀 평등적인 연애관으로 변화하고, 강한 남자 콤플렉스에서도 자유로워지고 있다. (중략)

 

과거의 남성상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남자가 초식남이다. (중략) 그러고 보면 초식남에 세상에 해를 끼친 것은 전혀 없지 않은가?

예. 마지막 대목이 참 인상적이어서 말입니다. 오늘 모 신문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좋았어… 좋았는데 왜 애프터 신청을 안 하지?") 읽다가.. 문득 책 내용이 떠올라 소개해 봤습니다.

 

기사에 등장하는 미혼 여성이 괜찮은 남성에게 팔짱을 끼는 등 약간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자, 남성이 애프터를 안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참 맘이 아팠거든요. 기사의 내용만 본다면 그 남성분도 분명 글쓴 녀성분에게 맘이 있었을 텐데.. 왜 그는 애프터를 신청하지 않았을까요?

 

그에 대한 저 나름의 답은 '자신감 부족'이었습니다. 이 여성분이 맘에 들지만, 사귀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상처받으면 어떻하나? 더 나아가 결혼할 때가 되어 경제력 부족을 이유로 파혼하게 되면.. 난 어떻게 하나? 등등의 생각을 너무나 많이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었거든요.

 

이러한 한국 남성의 변화를 '찌질*다' 혹은 '못*다'라고 표현하는 것에는 저는 반대하게 되네요. 능력도 안되면서 허세 떠는 남자들보다는 미리 고민하며, 또 상대에게 상처 받을까 걱정하는 이들 초식남이 세상에 그렇게 폐를 끼치는 것은 또 없으니까 말입니다.

 

암튼, 최근 한국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고 또 미래를 예측하려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 되겠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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