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총,균,쇠

억스리 2014. 2. 10. 10:44

[출처] http://blog.naver.com/ljb1202/203912936




 
<잉카제국이 망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허무하게도 몇 명 되지도 않는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생포되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황당한가.> 

 

 

서울대생이 2013년 가장 많이 대여한 책이 바로 『총,균,쇠』라고 한다. 도대체, 『총,균,쇠』는 어떤 내용이기에 대학교 도서관의 대출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판타지소설을 누르고 말랑말랑 하지 않는 인문서적이 되었을까? 


책 초반에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가 스페인의 파사우에 너무나 어이없고도 쉽게 잡히는 장면에서는 전율이 일면서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잉카제국이 망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그토록 허무하게 몇 명 되지도 않는 인물들에 의해 생포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황당하던지 그 당시의 상황이 상상되면서 ‘내가 아타우알파였다면’이란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가장 무서운 무기, ‘인간’


우리의 생각과 달리 실제로 총이라고 대변되는 무기로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승리한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하고도 무시무시한 무기가 바로 인간이었다.


원래 인간이란 무서운 존재이며 충분히 무기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할 때의 그 무기가 아니라 실제로 인간의 내부에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내재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균’이라고 하는 것이다. 말라리아, 매독, 에이즈, 페스트 등의 각종 질병에 인간은 멸종 위기까지 몰릴 때도 있었지만 이런 질병을 이겨낸 인간들의 유전자는 후세에 전달이 되고 그에 맞서 싸워 균들은 새롭게 변종되어 인간에게 다시 침투하고 인간은 다시 피해를 입지만 이를 이겨내는 방법으로 단련이 되었던 것이다.


다양한 ‘균’을 갖고 있는 서구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접촉했을 때 유럽인들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 당연히 그들의 의도는 원주민들을 물리치거나 굴복시키는 것이었지만 - 균에 노출된 원주민들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원주민들까지 질병에 걸린 이유에 대해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죽었다. 정말로, 황당하고 처참하고 암담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부분의 질병, 가축으로부터


유라시아대륙에서 수렵 채집민 생활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정주형으로의 변화가 실질적인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여기서 인간은 일부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역사는 발전을 거듭했지만 가축화 시점부터 인간에게는 생각하지 못했던 각종 균이 새롭게 생겼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큰 질병들이 동물에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었다는 것이다.

 

동물의 대변을 통해 오염되기도 하고 동물과의 육체적 접촉을 통해 전염이 되어 숙주가 된 인간은 균이 살아남기 위해 모든 인간에게 균이 퍼지면서 더 이상 퍼지지 못할 정도로 모든 인간을 전염시킨 후에 균에 완벽하게 적응한 새로운 인간이 등장한다.


한때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균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소강상태에 접어든 후에 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인간을 숙주로 삼아 창궐한다.

 

식량을 생산하고 가축을 키우는 환경이 비슷한 위도에 몰려있는 유라시아에서는 발달할 수 있었지만 기후와 환경이 천차만별인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들은 수렵채집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청정지역으로서 인간이 살기에 역설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기에 유럽인들과의 접촉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에.

 

반대로 유럽인들도 쉽게 정복할 수 없는 지역이 있었다. 그들이 적응되고 익숙하지 못한 질병이 있는 지역은 지속적으로 침범을 하지만 그들의 월등한 무기에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자신들을 무력화시키는 질병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우수한 무기를 누가 더 갖고 있었느냐는 싸움이 아니라 질병과 질병의 대결에서 더 많은 질병을 몸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서구유럽인들이 이긴 것이다.


인간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에 적응하여 발전을 했다.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의 환경에 적응하여 발전을 거듭했지만 이 대륙들은 동서로 넓게 펼쳐지지 못하고 상하로 구성되다보니 유라시아 대륙은 서로 발전시킨 문물을 상호교환할 수 있었는데 각자 자신의 지역을 벗어나 다른 원주민들과는 접촉이 제한되다보니 더더욱 발전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총,균,쇠』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알려주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건과

현상에 대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까지도 고민하게 만든다.> 

 


유럽과 중국의 기원


똑같이 동서로 펼쳐져 식량을 생산하고 가축을 키운 유럽과 중국은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생긴 것일까? 서로 발전을 거듭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경쟁자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유럽으로 지칭되는 서양으로 기울어 졌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 인간들은 무리를 이룬 후 부족을 만들어 생활한 후에 본격적으로 식량생산과 가축을 기른 후부터 추장 사회를 거쳐 지금의 국가를 이룩하게 된다.


국가들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하나의 국가로 유지가 되었지만 유럽은 다수의 국가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반복했다. 초기에는 강력한 하나의 국가인 중국이 더 큰 발전을 이룩하지만 역사를 볼 때 고여 있으면 정체되고 만다.

 

유럽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더 좋은 환경과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


중국은 단일 국가로 모든 결정이 한 번 내려지면 일사분란하게 처리되지만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 유럽에서는 한 국가의 결정이 그 국가에서만 유효하고 다른 국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결정된다.

 

중국에서 거대한 선함을 이끌고 바다로 나갔지만 환관과 관료들의 싸움 끝에 다시 돌아오라는 단 한 번만에 내려진 결정으로 해외진출이 완전히 끝나는 대목에서 보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해외진출이 끝까지 펼쳐졌다면 세계 역사는 완전히 변해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에서는 콜럼버스가 여러 나라에서 거절을 당했지만 오로지 딱 하나의 국가에서만 허락과 지원을 했어도 이를 통해 지금의 서구열강이 된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다 제각기다’라는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니나』에서 처음에 시작하는 문장이다. 이러한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은 우리가 지금까지 본 역사에서도 수없이 목격된다.


지금 성공한 나라들과 가난한 나라들을 볼 때 이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지금도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나 뉴질랜드와 같은 곳에서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살고 있는 수많은 부족들이 있다.


그들이 부족에서 추장사회와 국가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와 같이 『총,균,쇠』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알려주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사건과 현상에 대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피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이면까지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뷰를 보여준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들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를 통해 볼 때보다 인간은 환경에 지배를 받고 움직인다는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