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책을 통해 깨닫는 것이 뭔가요?

억스리 2013. 3. 21. 12:23

[출처] http://blog.naver.com/ljb1202/182797594


 

Carafe and Book(1920)
Juan Gris

책을 읽는 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훌륭한 소일꺼리(?)중에 하나이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인생에 있어 딱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는 쓰레기 같은 책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누군가는 그 책을 인생을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 책입니다. 이와 같이 책은 누구에게나 구체적으로 손으로 잡히지 않지만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던져주지만 딱 한권의 책만 읽고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투영하게 되면 오히려 위험하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는 B가 될 수도 있고, C가 될 수도 있고, D 또는 E 등으로 다양하게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A는 B라는 것만 알게 된 사람은 세상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어 차라리 책을 안 읽은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것은 그 반대를 깨닫기 위해 읽는 것인데도 말이죠.

우리는 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꼭 진실이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고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측면에 대해 읽을 수 있게 됩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책을 읽게 됩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자 사실이지만 이처럼 모든 사람이 다른 의견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는 극히 드뭅니다. 어떤 것이든 얼마든지 다른 측면을 볼 수 있고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중세 이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가면 평평한 지구에서는 결국 떨어져 죽는다고 생각을 했죠. 연구 결과 지구는 평평한 것이 아니라 둥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타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부류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있으니 그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접근하지 말라는 문구까지 해 놓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실이고 진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결단코 동의할 수 없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혼자서 면벽수련을 한다고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닫고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과거처럼 수 백년이 흘러도 인류의 발전이 극히 미비할 때는 가능했을 지 몰라도 지금처럼 1년만 지나도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깨닫고 그 원리를 파악하기란 거의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처음 접하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읽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한글로 되어 있고 읽을 수도 있는데 글자가 제대로 내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거죠. 가장 좋은 방법은 관련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연속적으로 몇 권 선정해서 읽는 겁니다. 읽으면서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있을테고 휘발유처럼 하나도 남지 않는 것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이처럼 반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몇 권을 책을 읽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하나씩 들어오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던 분야의 내용을 알게 되고 과거와는 다른 나로 다시 탄생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분야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거의 비슷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걸 깨달은 사람들은 속독법처럼 300페이지 되는 분량의 책을 1시간 만에 읽을 수도 있는거죠. 책이라고 문구 하나, 문장 하나가 전부 중요한 것은 아닐테니 스으윽~~ 읽으면서 모르거나 새롭게 보이는 부분을 좀 더 집중해서 읽으면 가능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머리가 아둔한 편이라 그렇게 읽어 본적도 없고 읽으려고 시도하지는 않았으나 꽤 많은 독서가들이 이런 방법으로 많은 책을 섭렵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내용이 비슷하게 나와도 한 권의 책에서 우리는 최소한 다른 책과는 다른 5%정도의 다른 내용을 접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읽기도 하지만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다음에는 읽은 후 꽤 시간이 지나면 까먹는 경우가 많아 다시 기본을 닦는다는 생각으로 읽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잡념이 사라집니다. 한 편으로는 책을 읽을 때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이 갑자기 번뜻하고 머리에서 뛰쳐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내용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이런 생각들은 사실 아무런 이유없이 떠 오른것이 아니라 평소에 내가 생각하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거나 궁금해 하고 있는 사고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 책에서 힌트를 얻어 나도 모르게 연관되어 떠오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책을 읽는 게 그저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거나 흥미있는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인생에 조금씩 조금씩 침범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결정하는 데 있어 망설이고 있거나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문뜻 책을 읽다가 결정을 내리게 되거나 뜬금없이 '맞다! 그때 그렇게 한 행동은 이런 이유로 잘 못 되었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말이죠.

재미있게도 이런 경험은 투자 쪽의 문제가 전혀 상관없는 소설책을 읽다 뛰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마도 소설에 나오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읽다 자신도 모르게 연관된 무엇이 감각을 건드려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로 고민이 많고 힘들 때는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나도 모르게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몇 페이지가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잠시 책을 덮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사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굳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고 머리에 남는 것이 있으면 있는 것이고 전혀 모르면 모르는대로 다음 책을 읽게 됩니다. 다음 책에서 그 전 책에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또 다시 새롭게 모르게 되는 부분도 다시 생깁니다. 굳이 무엇인가를 꼭 얻으려고 강박적으로 책을 읽으면 오히려 책을 읽는 행위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기는 합니다.

다만, 그런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생각을 하려 하지 않고 무엇인가 꼭 얻거나 깨닫으려 하지는 않지만 계속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알음 알음 내 머리속에 차곡 차곡 쌓이는 것들이 모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듯 합니다. 계속 무엇인가를 머리에 넣다보니 머리에 저장되어 있는 것들중에 흘러 넘치면서 생각으로 교환되거나 치환되어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도 모르게 책을 읽다 저절로 책을 덮고 생각이라는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인해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보다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나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아무런 연관도 없는 책을 읽다 문뜩 떠 올라 저절로 책을 덮고 좀 더 집중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가끔은 의도하지 않게 현재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것과 연관된 내용이 책에서 나와 힌트를 얻어 나도 모르게 책에서 빠져 나와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고 거창하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런 시간이 5분에서 10분을 넘지는 않는 것 같으니 말이죠.

인간이라는 동물은 몰라서 운 좋게 넘어가는 것 보다는 알아서 대처하고 슬기롭게 넘기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책을 통해 쌓이는 지식이 결국에는 지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떨때는 지식과 지혜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책을 통해 얻게 된 지식을 활용해서 지혜롭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말이죠.

책을 굳이 어마어마 하게 많이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알아서 자신에게 맞게 읽으면 된다고 봅니다. 책을 많이 읽게 되면 굳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신도 모르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깨닫거나 얻는 것이 있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별 거 아닌 듯 해도 생각을 하며 사는 것과 생각을 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큰 차이가 나리라 봅니다. 그저 억지로 생각이라는 것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라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주의 삼라만상을 깨달을 필요까지는 없겠죠.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만 깨달아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엄청난 힘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Still life with Bible(October 1885)

Vincent van Go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