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내가 존재하는가? - 상윳따 니까야

억스리 2012. 12. 24. 09:45

[출처] http://blog.naver.com/lipidcho/120176455566


 

 

불교 경전에 대한 글입니다.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분은 여기서  stop ^^;

 

대개 사람들이 사춘기에 들어서거나 자신에 대해 성찰을 하면서 하는 가장 많은 질문은 '나는 무엇인가?'인 것 같다. 여기서 모든 질문과 해답이 출발하는데 잘못된 질문에는 올바른 답이 있을 수 없다.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엄청난 진리를 포함하고 있는 말인데 데카르트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대상을 보아 안다라는 의미의 '식', 일반적 의미의 앎 또는 생각이 모든 만물을 만든다. 즉 생각이 있음으로 해서 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면 이 생각하는 '내'가 정말 존재하는가 라고 물어 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무엇인가에서 더 깊게 들어가 '나라고 할만한 내가 존재하는가'라고 물어보면 황당한 대답이 기다린다. 과학적으로 물리학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보아도 내 몸은 수시로 변하고 탈바꿈한다. 3개월이면 내 몸의 모든 원자 분자가 다 교체된다. 어렷을 때 몸은 ㅎ나도 남아있지 않다. 도대체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마음 역시 그런데 심리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하루에 우리는 7만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실재로 훨씬 많이 하지만. 그리고 같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 흘러가는 몸과 늘 변하는 마음이 바로 나라는 존재인데 이 말은 나라고 할만한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뜻이다. 고정된 '나'라는 실체가 없음에도 '나'라고 하는 실체가 있다는 생각이 망념인데 실체가 있다고 생각하니 구할 바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구하고자 하는 마음, 즉 갈애는 곧 괴로움을 낳는다.

 

불교수행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투철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 바로 '나'의 비실체성인 무아와 고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무상으로 제법무아와 제행무상이다. 이 사실을 뼈속까지 투철하게 꺠닫지 못하면 공부는 사상누각이 되는데 아공과 더불어 법공을 투철히 꺠달아 공리에 능해야 이 꿈을 벗어날 수 있다.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지를 끝까지 밀고 가야 기껏 머리로서 이해가 가능한 이 것을 2500년전 부처님은 선정에 의해 깨달으셨는데 그런 설법을 엄청나게 많이 하셨다. 

 

우리를 임시로 구성하는 5가지의 요소인 색, 수, 상, 행, 식인 오온은 서로 기대어 발생하고 기대어 없어지는데 그 하나 하나도 실체가 아니라 요소라는 말도 부적절하다. 이 오온의 무상함과 비실체성을 꺠닫기 위해 참선도 하고 경전도 읽고 염불도 하는 것인데 그래도 부처님의 초기 설법을 보게 되면 더 안심이 되고 자신이 생긴다. 불멸후 불제자들은 설법을 결집했는데 초기불전 중 대표적인 것이 상윳다 니까야이다. 잡아함경으로 번역되는 것 같은데 전문가가 아니라 확실하지는 않다. 상윳타 니카야는 워낙 방대하여 최근에야 초기불전연구회에 의해 전문이 번역되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3권은 오온에 대한 가르침의 모음집이다. '나'라는 오온의 허망함과 무상함을 투철히 꺠달아야 한다는 설법이 반복적으로 다른 일화를 통해 설해진다. 번역도 잘 되어 있고 해설도 충실하다. 단지 각주가 너무 많아 그 것 때문에 책 분량이 좀 두꺼워졌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보림선원에서 키워드로 주문처럼 외우는 "모습은 자성이 없다. 변한다 헛것이다"라는 말도 결국의 오온의 무상함을 현대적 언어로 번역한 것인데 그 만큼 무아를 투철히 아는 것이 초석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전을 매일 조금씩 읽고 아침 참선을 하고 계속 키워드를 외워대도 경계가 워낙 강해 여전히 '내'가 있고 '세상'이 있으니 참 힘들긴 하다.

 

뜻있는 불제자들의 정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