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억스리 2012. 11. 29. 17:53

[출처] http://blog.naver.com/greenlsc/110033779605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권태훈외 지음
시대의창 2008.05.23
평점

세계의 정세변화, 정치와 자본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패권'의 움직임을 살펴 보는 것이다.
패권국의 움직임은 지구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것은 곧 우리의 삶과도 직결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이면 우리나라에서 파병을 해야하고, 김선일씨와 같은 원치 않는 희생을 맞아야 하는 것이다. 그 뿐인가? 달러 패권 시대에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휘청거리니까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게 된다. 

산업혁명 전 네덜란드와 스페인 패권 시대가 있었고, 이후 영국의 패권시대를 거쳐 이제는 명실상부한 미국의 패권 시대다. 미국의 패권은 2차 대전 이후 공고화 되었는 데, 특히 미소간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에는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하게 되었다.

패권국가, 즉 헤게모니를 쥔 국가는 이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패권 경쟁자의 성장을 막는 데 온 힘을 다한다.
현 패권국인 미국은 자신의 패권 유지를 위해 두가지의 핵심전략을 세우고 있다.
어렵지도 않다. 바로 '핵독점'과 '에너지 독점'이다.

2차 대전중 하와이에서의 교전을 빼면 자국에서 한번도 전쟁을 경험하지 않았던 미국은 핵을 독점함으로써 절대적인 패권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NPT를 통해 핵보유국을 제외하고 핵무기 개발을 억제함은 물론, MD체제를 구축해서 자국을 향해 날아오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공중에서 떨어뜨리려는 계획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는 것이다. 

에너지 독점은 에너지의 생산처도 중요하지만, 이동 경로 확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중동으로부터 석유를 갖고 오기 위해 유조선들이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 수송로 중간에 특정 나라가 통행을 방해한다면? 당연히 석유 들어올 수 없다. 비행기로 석유를 운송하느니 전쟁을 택하지 않을까?
여하간, 이 에너지 독점을 위해 미국에게 중동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이라크 전쟁도 알고보면 석유때문이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설이 길었는데..
바로 이 시대의 유일 패권국 미국에게 반기를 든 나라들이 있다.
미국에 의해 악의 축으로 지목된 나라들..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베트남, 조선, 이란, 리비아..

이 책은 이 일곱 나라들의 '반미'에 대한 이야기다.
기실 이들 나라의 반미는 미국의 핵독점, 에너지 독점을 반대하고 자주적인 정책을 펴 나간 것밖에 없다. 이것이 핵심이고 나머지는 서구 언론들의 이미지 조작으로 만들어진 허구가 대부분이다. 

나라별로 저자들이 다양하고, 더불어 이들 반미 나라들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가 없는 바, 책을 읽는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리비아와 관련하여 처음 접하면서 많은 인식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란편은 주목해서 읽어볼 만 한데 뒷부분에 미국 패권의 현주소에 대한 분석이 있고, 더불어 현재 이란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중동정세가 매우 혼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을 장식하는 시아파와 수니파..이들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지 않았나?

조선편은..다소 주관적으로 서술된 흔적들이 있긴 하지만, 한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물론, 남북관계와 당시의 국제정세가 반영되지 않고 북미간 '외교'만 따로 떼어 놓고 서술되었다는 것을 고려하고 읽어야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특징적인 것은 저자들이 이 나라들이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미'가 21세기의 대세며 트렌드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사실 미국의 패권은 약화되고 있다.
그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달러화 약세에서 드러나듯 그들의 경제력이 약화된 측면, 그리고 유럽연합과 중국 러시아등 지역 블록화 현상화 지역 패권의 등장..그리고 중동과 남미에서 보이듯 반미국가들의 등장과 성장들이 요인으로 지적 될 수 있을 것이다.
호주 하워드 총리의 실각이나 일본 아베 총리의 실각 역시 미 패권의 약화를 나타내고 있고 결정적으로 이라크라는 '늪'은 미국의 패권을 결정적으로 후퇴시켰다.

더불어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에 경제가 성장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중산층이 파괴되고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이렇듯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고, 이 책에 소개된 7개국 이외에 유럽연합과 중국, 러시아도 여기에 가세해서 미국 패권에 견제하는 양상이니 하나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도 다극화하는 세계질서에 대비하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한미동맹 올인'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외교에 집착하고, 숭미를 넘어 공미주의자가 된 듯한 이 땅의 수구세력들은 반미는 고사하고 탈미만 외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이 땅의 보수세력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무능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우리사회에서 금기시 되어온 '반미'의 단어를 전면적으로 드러냈다. (아마 조금 일찍 나왔다면 국방부 선정 반미 서적으로 당연히 꼽히지 않았을까?)
미국식 삶을 강요당해온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국없는 대한민국, 그리고 한반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한가지 인상적으로 다가온 사실..
이 일곱 반미 나라들은 1인당 GDP나 경제 규모로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기본적인 철학이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식 사고방식과 경제운용..여기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사회, 대안의 세계가 보일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