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바람난 남자, 등돌린 여자

억스리 2012. 11. 29. 17:49

바람난 남자 등돌린 여자
0.0 | 네티즌리뷰 0건
김영수 저 |에세이 |2007.04.06
페이지 224|ISBN  8960231142|도서관 소장 정보 국립중앙도서관
판형 A5, 148*210mm
정가 9,000원















결혼이 여자에게 대단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처럼 많은 여자들은 착각하고 있다. 여자들은 연애 시절에는 늘씬한 몸매를 가꾸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온갖 공을 들이면서, 남자친구의 눈에 섹시하게 보이는 야한 옷과 화장으로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에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결혼을 정점으로 여자들은 완전한 탈바꿈을 한다. 화장은 장을 보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할 때에만 하고, 남편이 귀가하기 전에 다 지워버린다. 남편이 들어 올 즈음에는 볼품없는 박스형 티셔츠에 꼴 사나운 치마나 츄리닝 바지를 입고 있다. 남편이 옆에 있어도 침실에 붙어 있는 화장실에서 소변, 대변을 거침없이 본 후에도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 대한 갈무리는 커녕, 화장실에 남은 악취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샤워를 하지 않는 것은 게을러서 그렇다고 이해해 줄만해도 저녁식사 때 마늘 씹은 이빨마저 딱지 않고 이부자리에 들어오는 아내가 예뻐 보일 남자는 결코 없다. 아무리 한 이불 안이라고 하지만, 방귀를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밤새도록 껴대다가 결국 이혼당한 여자도 주위에서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에 온갖 새집을 지어 놓고, 세수 하지 않은 부시시한 얼굴에서 잡티와 주근깨가 지저분하게 보이고, 씻지 않은 손으로 아침상을 준비하는 것을 보는 남편의 심정을 여자들은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결혼 후에는 자신을 가꾸지 않아도 남편이 당연히 자신을 좋아해 줄 것이라고 많은 여자들은 착각하는 것 같다. 

결혼은 여자에게 다이어트의 중단이고 출산은 여자에게 비만의 권리를 부여하는 듯하다. “당신은 왜 그렇게 살이찌냐” 물으면, “아이 놓느라 고생했는데 산후조리를 잘 못해 그렇다”며 남편에게 책임을 떠 넘긴다. “당신은 왜 그렇게 비만하냐”고 물으면, “남들처럼 돈 많이 벌어와 가정부 들일 수 있으면, 하루 종일 헬스 다니고 몸매관리만 할 수 있다”고 남편에게 책임을 떠 넘긴다. “당신은 왜 그렇게 뚱뚱하냐”고 물으면, “남들처럼 저녁에 같이 산책을 한번이라도 해 주냐”고 남편에게 책임을 떠 넘긴다. 그리고 그런 질문 한번이라도 한 후에는 어김없이 아내는 일주일, 한달의 긴 시간 동안 지독한 벌을 남편에게 준다. 다시는 그런 마음에 ‘상처’되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결혼한 여자는 살이 무작정 쪄도 되는 권리를 부여 받은 것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은 생각하고 있다. 실제, 젊은 처녀들은 힘든 다이어트의 끝을 결혼식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우리나라 남편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의무 방어전’이라는 것인데, 못생기고 뚱뚱한 자신의 아내에게 어쩔 수 없이 가끔 한번 밤일을 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 만큼 자신의 아내와 관계를 하는 것이 싫다는 뜻이다. 그 만큼 자신의 아내가 ‘여자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자답지 못하다’라는 것은 여자로서 성적인 매력이 없다는 부정적인 뜻 뿐만이 아니라, 더럽고 추하다는 경멸적이고 극단적인 의미도 포함되었을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아내가 키스하기에는 지나치게 입냄새가 나고, 애무하기에는 겨드랑이 암냄새가 심하고, 몸을 맞대기에는 뱃살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있다면 남자에게 부부관계란 고역에 속하는 것이다. 결혼한 유부녀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추한 모습 역시 남편은 당연히 사랑해 줄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아니면 당연히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잘못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