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인플레로 돈버는 사람들

억스리 2009. 1. 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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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사피로 지음 | 박정삼 옮김 | 한울

 


인플레로 돈버는 사람들

 

인플레는 가파른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의 줄임말로 쓰였다.

 

요즈음 물가가 정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밥값도 1,000원씩 다 올랐고, 이상하게도 유가도 올랐고 환율도 올랐으니깐 그런거지 뭐 하면

 

서 어쩌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언론에선 성장없는 인플레이션을 말하는 단어인 스테그플레이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될까? 스테그플레이션만 아니면 정말 아무상관없는 것일까? 이 책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인플레이션 자체도 우리생활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오고 차후엔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초고인플레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1차 세계대전 때인 1920년 스위스에 사는 한 노부인은 고향인 독일을 방문했다가 다치는 바람에 3년여가 지나서 스위스의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는 아래와 같은 3통의 편지가 은행에서 와 있었다.

 


  1920년 중반에 온 편지 내용

 

  "상당한 액수에 달하는 귀하의 예금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르크와의 구매력이 떨어질 것 같으니 좀 더 실질적인 것

 

   에 투자하여 이에 대비하는게 좋겠네요."

 

  이때 부인의 예금액은 60만 마르크, 미화로 7만달러 정도였다고 한다.

 


  1922년 9월에 온 편지 내용

 

  "귀하의 예금이 너무 적어서 우리에게 더 이상 이해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빠른시일 내에 예금을 찾아가주십시오."

 


  1923년에 온 편지 내용

 

  "아무리 연락을 취해도 소식이 없어 당신의 구좌를 폐쇄했습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소액권이 없어 여기 100만 마르크짜리 지폐를 동봉합니다."

 


이게 바로 80여년 전에 있었던 독일의 초고인플레의 산증거이다. 부인은 1923년에 온 편지봉투에 붙은 100만 마르크짜리 우표를 보고는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4년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을정도의 충분한 돈이 보통 우표도 못살 정도로 물가상승이 일어난다는게 상상이 되는가?

 


책에서는 로마시대, 프랑스혁명기, 미국의 남북전쟁기, 세계1차대전의 독일에서 있었던 인플레의 사례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인플레의 공통점을 3단계로 설명한다. 인플레의 시작은 정부가 재정적자 또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화폐를 발행하는데서 시작된다. 화폐가 발행되어 시중에 풀리면 물가상승이 일어나고, 인플레의 1단계로 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이뤄진다.

 

고용주는 생산원가 상승을 핑게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정부는 다시 자금압박을 받게 되고 다시 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인플레의 2단계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취해야할 정책인 효율적인 세제도입은 미룬채 계속해서 화폐발행에만 몰두하고 신용도가 우수한 부유층만이 잉여화폐를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때 정부에서 발행하는 화폐를 수요자인 부유층의 세금은 줄이고, 서민의 세금은 유지함으로서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의 세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이때 정부당국자나 경제학자, 언론은 인플레의 원인이 불가항력적인 원인이라는 무책임한 주장만 반복하면서 자신들을 포함한 기득권이 이익을 위한 정부정책을 옹호한다. 인플레의 마지막 단계가 되면 화폐의 실질가치가 상실되고 경제가 마비되면서 화폐에 의한 거래가 아닌 물물거래가 일어나고 정부는 결국은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인플레가 지나가면 일부 부유층은 더욱 부유해지고 대부분의 서민은 더욱 궁핍하게 된다. 저자는 해결방법도 제시하고 있는데, 임금과 가격의 확실한 통제와 흑자예산집행, 지급준비율인상 등이 있다.

 


이 책을 읽고 현재 우리경제와 정부정책을 바라봤을 때 물가인상, 세수감소, 부유층을 위한 정책진행, 복지정책 후퇴 또는 포기, 환율상승 등이 인플레를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인플레의 결과로 정부재산매각이라는 부분이 권력자들과 부유층에게 더 많은 부를 축적할 기회를 주게 되는데, 현재 공기업 매각과 민영화가 자신들만의 부 축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끝으로 이 책을 평하자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회인이라면 꼭 읽을 필요성이 있는 필독서... 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자신의 회사동료, 경쟁회사 또는 미래의 보이지 않는 누구와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가장 큰 경쟁자는 자신이 속한 회사의 운영자와 정부이다. 조직이나 국가에서 개인의 힘은 미약할 수 밖에 없고 항상 법이나 정책이라는 대의에 희생되기 마련이다. 개인은 항상 그러한 대의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경쟁한 한두명 이겨봐야 회사가 잘 못되거나 나라가 혼란스러워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하는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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