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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의 중국 굴기가 될 것인가, 굴욕이 될 것인가 - 중국경제권력지도

억스리 2018. 6. 15. 15:05

[출처] https://blog.naver.com/atena02/221298841624


명목상 GDP 14조 달러에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 구매력(PPP) 기준으로는 이미 미국을 능가형 세계 1위인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약진은 실로 대단하다. 제 아무리 통계에 거품이 끼었네, 성장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들 어쨌거나 중국은 가장 떠오르는 "핫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근래 들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다소 주춤한 반면, 인도나 브라질 등 다른 개발 도상국들이 빠르게 치고 들어오고 있다지만 이들이 중국의 상대가 되기에는 아직은 먼 얘기이다. 중국이 아직은 미국과 정면 대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해도 어차피 미국 이외에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나라 또한 없다. 

엄밀히 말하여 중국이 오늘날처럼 미국의 아성조차 위협하는 거대한 용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고작해야 요 몇년 사이의 일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처음으로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죽의 장막을 걷었지만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뒤인 2001년에 와서야 비로소 중국의 1인당 GDP는 처음으로 1천 달러를 돌파하였다. 우리가 1천 달러를 돌파한 것이 1977년이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후발 도상국이었던 우리와 비교해도 최소 한 세대는 늦어진 셈이다. 

개혁개방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원로들은 여전히 매우 보수적이었고 서구 자본주의의 유입이 과거 청조를 무너뜨렸듯이 자신들의 체제 또한 와해시키지 않을까 겁을 내었다. 20여년이 넘도록 문고리를 걸어 잠구었기에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경험도 부족하였다. 개방은 중국 전체가 아니라 선전시를 비롯한 동남 연해의 몇몇 도시로 국한되었으며 공산당의 엄중한 감시와 통제를 받았다. 특히 개혁개방 11년 차였던 1989년의 톈안먼 사건은 외부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여전히 통제된 공산주의 독재 사회라는 것을 새삼스레 절감하였고 인권 탄압을 이유로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였다. 1990년대 중반에는 타이완 독립을 외치는 천슈이벤의 당선으로 제3차 타이완 해협 위기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고도 경제 성장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극심한 빈부 격차, 민중의 불만으로 이어졌다. 여전히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중국의 모습은 경제적으로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하나이자 정치적으로는 중국식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성공한 타이완과는 그야말로 대비되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인구 10억의 중국 경제는 인구가 1/20에 불과한 우리보다도 작았다. 중국이 오늘의 모습으로 오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얘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일본, 독일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1997년 동아시아 무역의 허브인 홍콩의 병합이었고 두번째는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의 가입이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정치 안보적으로는 견제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힘을 실어주었다. 미국의 경제적 불황을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거대한 시장으로 돌파하겠다면서 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중국으로 이전하였고 중국에서 생산된 완제품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로 팔려나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덕분에 변변한 기술력도, 세계적인 경쟁력도 없었던 중국은 돈도 벌고 서방의 선진 기술 또한 빠르게 배워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값싸고 질 나쁜 짝퉁을 떠올리지만 이 또한 옛날의 얘기이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이 서방과 1, 2위를 다투고 어느 분야이건 중국 돈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부시 행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은 중국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지만 이유가 어떻든 G2 중국을 만들어낸 최대의 공신인 셈이다. 

그 시절 미국의 눈치를 보았던 중국은 이제 미국이 이들의 눈치를 보아야 할 판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의 70%를 소화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미국을 빅엿을 먹이겠답시고 가지고 있는 미국 국채를 덤핑으로 파는 일이야 없겠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 중국이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만 해도 가뜩이나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체면이 땅에 떨어질 판이다. 최악의 경우 부도의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채 발행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일본이나 EU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은 아직은 국채의 90% 이상을 국내에서 소비하고 있다지만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일본 정부가 재정 적자를 흑자로 돌리지 못하는 한, 국민들의 호주머니가 텅 비고 나면 어차피 중국에 손을 벌리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전 세계의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경이적인 모습만큼이나 어두운 면도 분명하다. 개혁 개방 시기에 운 좋게 편승한 소수의 행운아들을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공업국가임에도 여전히 인구의 절반은 농민이라는 사실은 중국의 모순을 보여준다. 인구 비율로만 본다면 중국은 아직도 전근대적인 농본국가인 셈이다. 게다가 농민들의 소득이나 삶의 질은 개혁개방 이전에서 거의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 사회의 안정을 위협하는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다. 또한 중앙과 지방의 괴리, 공직 사회의 극심한 부정부패, 나날이 심각해 지는 환경 문제 등. 국가 지도자인 시진핑의 의지야 분명하지만 "산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山高皇帝遠)"라는 중국의 오랜 격언에 젖어 있는 지방 정부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되지 않으면 그저 시늉만 할 뿐이다. 중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은 실로 총체적이며 지도자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사회가 성숙하고 중국인들의 사고가 바뀔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지만 민중이 우매하기를 바라는 중국 지도자들로서는 이 또한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것이 중국의 딜레마이며 앞날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게 한다.

어바웃어북 출판사에서 나온 신간 도서 <중국 경제 권력 지도 - 세계 경제패권의 미래를 포착하다>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다루는 책이다. 저자인 김재현 박사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세계로 뻗어나가기 시작하던 2003년부터 11년 동안 중국에서 체류하면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등 나름대로 중국통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때에는 우리가 토끼였고 중국은 만만디 거북이였다. 토끼처럼 저 멀리 뛰어가면서 저 뒤에서 느릿느릿 기어오는 거북이를 돌아보았던 것이 우리였다. 그랬던 거북이가 어느 사이 유니콘의 등에 올라타서 하늘을 날아올랐고 우리는 심장이 터져라 달렸지만 저 멀리 훌쩍 날아가버린 거북이를 이미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솝 우화의 반전인 셈이다.

그 만만디 거북이였던 중국은 어떻게 훌쩍 날아오를 수 있었던가. 우리가 모르는 요즘 중국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무엇인가. 

"펑샨씨는 출근하기 전에 집 앞의 작은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결재는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끝이다. 차량 공유앱인 디디추싱으로 차를 부르고 퇴근 길에는 마트에서 먹거리를 산다. 집에 가기 전에 잠시 들린 KFC에서는 스마트폰 앱으로 할인쿠폰을 찾아서 알리페리로 결제한다. 마주 치는 곳마다 심지어 길거리 군밤 장수조차 QR코드를 한쪽에 붙여놓고 있다. 알리페이로 결재하면 5%를 할인해준다. 집에 와서는 위쳇페이로 백일잔치하는 사촌 언니에게 500위안을 보낸다." 

여전히 결재할 때마다 지갑을 꺼내어 신용카드와 할인카드를 뒤져야 하고 작은 식당이나 노점에서는 현금 아니면 안 된다며 박대를 당하는 우리로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마치 별천지 세상같은 느낌이다. 적어도 핀테크만 놓고 본다면 중국은 우리보다 몇 년은 앞서가고 있다. 정작 중국의 IT 환경은 우리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지만 중국인들의 상술은 그러한 점까지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여 도리어 새로운 돈벌이의 영역으로 삼는다. 

후발 주자에다 자본주의에 대한 변변한 경험도 없었으며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중국이 유니콘의 등 위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일단 돈이 되는 일은 뭐든 한다는 것이다. 말그대로 금전 만능주의가 지금의 중국을 만들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청년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 하나로 이른바 "맨손 창업"에 나선다. 실패하는 사람도 많지만 성공하는 사람도 많다. "중국은 넓고 팔 곳은 많다"라는 것이 이들의 사고 방식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급변하고 있는지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한편, 동시에 중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정치,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도 함께 거론하면서 오늘날 중국의 빛과 그림자를 가감없이 말한다. 금전만능주의가 중국 경제를 이만큼 끌어올렸지만 동시에 도덕 윤리 또한 타락시켰다는 사실이다.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져라"라고 했을 때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는 중국의 현실이다. 

"<인민의 이름으로>라는 중국 드라마는 중국인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었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다. 이 드라마는 중국 정부의 반부패 사정 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수준에 그쳤다. 관료의 부패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 즉 비대한 정부 권력과 이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공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 내용을 담았으면 아마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통계 조작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GDP 수치가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이를테면 중국 각 성에서 자체 집계한 지역내 총생산을 모두 더하면 항상 GDP를 초과했다. 물론 통계상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격차가 너무 컸다."

"국민소득을 2배로 늘리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3년 간의 경제 성장률이 6.3%이상 유지되어야 한다. 중국이 매년 적어도 6.5%의 성장률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문제는 경제 성장을 통해서 국민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의 분포를 두텁게 했지만 정작 중산층의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산층이라는 이름의 함정에 제대로 걸린 것이다. 주거와 보건, 양육 등 기본적인 사회복지가 불안정한 이상 서민들에게 경제성장률은 허탈한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놀라운 잠재성만큼이나 수많은 예측 불허의 위험 요소를 안고 있는 나라이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자본주의화된 나라. 게다가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고 거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 서방과도 다르고 러시아나 인도와도 또 다르다. 또한 조석으로 변화하는 나라이다보니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른 나라이다. 워낙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기에 어느 한 가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중국이다. 따라서 한쪽 면만 보고 섯불리 장미빛 환상을 떠들 수도 없고 내일이라도 당장 중국판 자스민 혁명이 일어나 공산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것도 성급한 속단이다. 우리가 가진 상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는 중국을 얼마나 알고 있나. 우리에게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경제적으로는 미국, 일본을 재치고 무역 상대국 1위이다. 그나마 중국에서 돈을 벌어서 대미적자와 대일적자를 겨우 메꾸는 판이다. 중국 없어도 잘만 살 수 있다는 소리는 그야말로 철 모르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 안보적으로는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이웃이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놓고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우리더러 "하나의 중국"을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은 "두개의 한국"을 고집한다. 과거사 문제를 놓고도 입을 다문 채 영해 문제나 외교적인 마찰이 있을 때마다 대화와 타협으로 절충점을 찾기보다는 구태의연한 대국 근성을 내세워 우리를 윽박지르고 길들이려고 한다. 당장 사드 배치만 놓고서도 합리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당장 자신들의 자존심을 내세워 금한령을 선포하는 등 속좁은 대응에 급급하지 않았던가.

중국이 우리를 대하는데 서툴다면 우리 역시 중국을 대하는데 서툴다. 한중 관계에 이슈가 발생하면 그 때마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미국을 등에 업으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 물론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제아무리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미국의 힘에 기대려고 해도 도대체 미국이 우리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다는 말인가. 현실적으로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이 그만한 리스크를 감수할 때에는 우리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이 걸려 있을 때의 얘기이다.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미국더러 그들의 이익을 버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장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첨예했을 때에도 미국은 립서비스 이상의 것을 해주지 못하였다. 어차피 그들로서는 돕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중미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중국더러 한국의 반도체 대신 미국의 반도체를 사달라고 요구하였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부터 깨닫고 솔직히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지금의 글로벌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처럼 단순하게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정복하는 함포 외교의 시대가 아니며 국가간의 갈등 양상은 그야말로 다양하고 첨예하다. 


우리의 서툰 외교술은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우물안 개구리마냥 막연하고 관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중국을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중국의 민낯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 

중국경제권력지도

저자 김재현

출판 어바웃어북

발매 2018.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