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blog.naver.com/atena02/221315479307
벌써 20년도 더 된 고전 게임이지만, 도스로 게임하던 시절에 <시저Caesar>라는 게임이 있었다. 요즘 나오는 로마 토탈워처럼 부지런히 병력 뽑아서 배틀뜨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라 로마 시대의 도시를 만드는 건설 시뮬레이션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선택하여 집 짓고 건물 짓고 식량도 생산하고 심심할 때 한번씩 쳐들어오는 오랑캐 막으려고 군대도 만들어야 한다. 도시 경영에 필요한 돈을 벌려면 세금만 뜯어서는 안되고 다른 도시와의 무역을 해야 하고 무역에 필요한 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특히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수로의 건설이다. 심시티의 상수도 시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수로가 없으면 그 시절 로마인들에게는 목숨 다음으로 중요했던 일과, 즉 목욕을 할 수 없다. 주택가 주변에는 일정범위마다 반드시 목욕탕을 설치해야 하는데 수로가 끊어지면 목욕탕에 넘치던 물이 단숨에 바닥을 드러내고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면 목욕을 못한 폭도 놈들이 횃불 들고 총독부 불사르겠다며 쳐들어왔는지는 하도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외에도 사람들이 모여드는 행복한 도시를 키우려면 신전과 극장, 콜로세움 등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았던 것같다. 한동안 어지간히 했는데 현대 도시를 재현한 심시티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4편까지 나온 뒤로 더 이상 신작이 안 나오는지 아쉽다.
주말에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눈에 띄길래 빌려 본 책이다. 페이지가 350여 페이지에 불과한데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1시간 만에 숨도 쉬지 않고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이 책에서는 여느 로마사마냥 카이사르나 아우구스투스같은 위대한 황제의 이야기나 한니발을 꺾은 스키피오 장군은 나오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로마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는, 하지만 지금의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 시절 평범한 소시민들, 그 중에는 정치가와 고위 귀족도 있고 상인, 빵집주인, 학생, 신전을 지키는 무녀, 모두가 잠든 밤거리를 순찰하는 경찰관, 검투사, 심지어 노예와 매춘부도 나온다. 이들의 일상 생활을 통하여 로마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수레꾼 비비우스는 조금이라도 나은 벌이를 위해 한밤중에 로마로 떠난다. 편안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수레를 타고, 돈이 되는 켜켜이 물건을 싣고 도적떼를 피해 혼잡하고 좁디좁을 길을 지나야 하는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좀 늦었네요?” 빵집의 노예는 실어 온 밀 포대를 내리는 비비우스를 향해 쏘아붙인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마자 밤에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고역인지 속사포로 투덜대는 비비우스 너머로 오늘도 새벽부터 일을 시작하는 제빵사 미스트라티우스가 보인다. 로마 사람들은 아무도 집에서 빵을 굽지 않는다. 밀을 제빵사에게 갖다 주고 그들이 자신들의 화덕에 맛있게 구워낸 빵을 먹을 뿐이다. 맛있는 빵 한 덩이를 만드는 건 사악할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 시대에 효모균의 과학적인 발효 과정을 이해하진 못했을 테지만 빵을 잘 부풀어 오르게 하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잘 아는 미스트라티우스는 오늘도 완벽한 빵을 만들고서 자랑스럽게 가게 직인을 찍는다. 아벤티노 항구에서 일을 끝내고 퇴근길에 미스트라티우스의 빵집에 들른 땀에 전 일꾼들 사이로 프세카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주인에게 아침식사로 올릴 흰 빵을 사기 위해 매일같이 오는 단골이다. 로마 여성에게 머리 모양은 매우 중요한데 프세카스는 그저 가죽 끈으로 머리카락을 한데 묶어놓은 단순한 스타일이다. 계급 피라미드에서 최하층이라는 의미다. 여종 프세카스가 하는 모든 일이 그렇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싫은 것은 주인마님의 머리를 만지는 일이다. “이 머리는 왜 이렇게 뻗친 거야?” 곧장 응징할 기세로 가죽 채찍을 손에 꼭 쥔 채 묻는 주인마님은 그녀의 못생긴 코가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어도 그 책임을 프세카스에게 돌릴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이 책을 읽다보면 로마 시대가 얼마나 인류의 황금기였으며 발달된 사회였는지 와닿는다. 새삼스레 20여년 전에 즐겼던 <시저>가 떠오른다. 하지만 로마가 멸망하고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 문화가 서구를 지배하면서 문명이 적어도 1천년은 퇴보함직하다. 중세 시대의 모습을 묘사한 <중세의 뒷골목 풍경>라는 책도 있는데 서로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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