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armada1588/220753633451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다. 진화심리학에 의하면 표현을 잘하는 사람들이 좋은 배우자에게 선택을 받아 짝짓기와 번식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민주주의 헌법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나 ‘학문의 자유’, ‘예술의 자유’ 등등의 이름으로 이를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대라 해서 표현하고픈 욕망이 없던 것은 절대 아니다. 제약과 금기로 가득 차 있던 시대에도 사람들은 주어진 범위 안에서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 방법이나 내용은 다양했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오랜 기간, 가장 대표적인 수단으로 사랑 받은 행위가 예술이다. 미술이나 음악, 공연, 문학에 이르기까지. 그 중에서도 특히 본능적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미술과 음악, 그리고 공연이 일찍부터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았다. (문학은 사람들이 글을 읽을 줄 알아야 하며, 전달 매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앞의 장르들에 비하면 좀 뒤늦게 보급이 된다.)
예술 작품들은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많이 애용되었다. 메시지는 제각각 달랐다. 어떤 이는 종교적 가르침을, 어떤 이는 정치적 목적을, 어떤이는 자기 개인의 높은 위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으며, 또 어떤이는 본연적인 재미, 혹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도 했다.
예술작들이란 것이 이래저래 다양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가진다.
("어머 뭘 봐요? 무슨 마음을 먹고 있으신거야 글쎄")
인간의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사실 때로는 예술작품을 보고 듣다 보면 '세상에 이게 뭥미?' 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현대미술이 더더욱 그러는데, 사실 이는 우리가 예술 작품을 그만큼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몇몇 예술가들은 일부러~! 우리 같은 대중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작품을 만들어 놓고, 우리를 무지몽매한 대중이라고 비웃기도 한다. 공대생들을 풀어 삼각함수 미분 문제를 내 버릴까보다)
(아, 아름다운 이 자태란~)
우리가 예술작품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작가와 작품 세계 그 자체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뭔가 특별할 것만 같은 이미지. 예술가들이란 사람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무슨 쏘울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딴 세상 사람들 말이다.
하지만 예술의 세계는 그 보다 더 넓고 다양하다. 그리고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 덕에 우리 같은 문외한들도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반가운 점은 작품 의도나 목적뿐만 아니라, 그에 얽힌 사람들도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흔히 예술 작품을 접할 때, 그를 만든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예술 작품에 오직 작가만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 예술작품을 보유하거나 관리하게 될 사람들, 그러니까 수요자의 입장이 크게 반영되는 경우도 많으니, 우리 같은 예술 뉴비들은 여기서 감상 포인트를 찾아 볼 수 있다.
("거 내가 누군지 알아?")
예를 들어, 군주가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 주는 그림을 원하거나, 고위 성직자들이 주님의 은총을 그린 작품이나, 그를 찬양하는 노래를 요청하거나, 귀족이나 부르주아들이 자신의 지위나 재력을 드러내 줄 수 있는 작품을 원할 때 같은 경우, 그들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에 관여하게 된다.
("오호호호, 제가 바로 중세 시대 설현+수지+아이유급이던 마리아라고 해요 호호호")
이리되면 예술에 예자도 모르는 나 같은 사람도 예술계 관련자가 될 수 있다. 예술 관련 능력은 눈꼽만치도 없는 (어느 정도냐 하면 내가 그럴듯한 그림을 그리기 바라느니 차라리 내가 여자 친구가 생기는 것을 바라는 것이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나 같은 사람들도 후원자나 고객, 관람자로서 관계를 맺을 수가 있다.
따라서 작가는 예술을 다룰 때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그에 얽힌 다양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작품을 구상한다. 예술이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유, 또 예술이 역사를 만들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예술을 모르는 사람들도 역사적인 시대와 상황을 떠올리며 작품을 보며, 그 재미를 배가 시킬 수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예술이 역사의 큰 흐름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았으며, 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야기 한다.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는 긴 시간을 연대기 형식으로 다루며, 시대의 명작들과 그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을 엮어 내듯이 잘 연결지어주며 지루할 틈이 없게 해준다.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아무래도 미술 쪽 비중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는 ‘런던 미술관 산책’의 저자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예술분야, 그러니까 음악이나 공연 같은 것 보다 (여기서 공연은 연극이니, 뮤지컬이니 행위가 들어가는 것을 포함하는데, 이를 뭉뚱그려 공연이라 칭하는 이유는 글 쓰는 작자의 예술에 대한 지식이 딱 그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술에 더 공을 들이고 집중해서 설명 하는것만 같다.
그러나 예술사 책들이 미술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예술 쪽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이 미술과 음악 시간보다 무려 수학과 한문 시간을 더 재미있어 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식견이 없는 이들이라면 아무래도 보다 더 자극적인 미술에 반응을 크게 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미술은 보기가, 그리고 음악은 듣기가 주가 되는 예술 분야인데 인간은 굳이 따지자면 청각 보다 시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크다. 그러다보니 예술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들은 아무래도 미술쪽에 더 많다.
예를 들면 우리는 다비드의 작품을 보면서 최소한 이 그림이 ‘와 나폴레옹 킹왕짱 하악하악’ 이라는 메시지를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 당시에 나폴레옹이 대세였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이 산이 아닌가벼~!)
하지만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을 듣노라면, 이 노래가 조낸 좋다는 것도 알겠고, 음악은 잘 몰라도 감각이 있다면, 뭔가 대단한 사람을 그리는 노래라는 것을 알 수도 있을텐데, 그 사람이 대체 나폴레옹인지, 프리드리히 대제인지, 프란츠 베켄바우어인지는 알기는 어렵다.
(그리고 저 오스트리아 출신 아니거등요~!)
기존 예술사 책들이 미술사를 주로 다루었던 것 역시 같은 이유. 따라서 저자의 경력과 시각적 메시지가 주는 편이성 때문에 미술작품들이 주가 되는 것에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전 시대, 전 주제에 걸쳐 꾸준히 음악이나 공연류에 대한 이야기를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다루려는 저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분량이 632 페이지에 달하지만, 글자 크기도 제법 크고 (곰브리치의 미술사 글자 크기와 비교하면 아휴, 효성이 옆에 선 설현과도 같다.) 그림 자료도 많이 있어, 읽기에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예술 속에 담긴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이 보다 분량이 더 적다면, 너무 부족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살펴본다는 점. 미술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나름대로 다른 분야도 틈틈이 언급해 주며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는 점. 그리고 적절한 시각적 자료와 분량이 뒷받침한다는 점을 들어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한다. 짝짝짝~!
예술작품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뭔가 좀 예술작품들에서 즐길 거리를 찾고 싶다면? 이 책이 딱 좋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이 책은 제법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한편, 예술에 대해 식견이 좀 있으신 분들도 본인들의 이해의 폭을 더 넓힌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제법 유용할 것이다.
그러고보면 예알못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두루 읽혀도 좋을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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