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zisan2000/70186086152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
윤석천 지음
편집된 사실 뒤에 숨겨진 불편하고 낯선 경제.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는 제목 그대로 경제신문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의 이면에 숨은 의도를 파헤져 봅니다. 대게 경제학은 도표와 이론, 전문용어와 수식이 난무해서 저 같은 평민들은 읽기에 불편함이 있는데요. 이 책은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아주 좋다는 생각에 제가 평상시 보통 책에 주던 평점 보다 별 한 개를 더 주게 되었습니다. TV 뉴스나 경제신문의 연일 쏟아지는 긍정적인 전망과는 다르게 왜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펼쳐봐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윤석천님의 프로필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글을 쓴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시대에, 어떤 환경에서 그 글을 썼는지에 대해 궁금하게 됩니다. 글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썼더라도 그 사람의 삶은 그렇지 않다면, 그 글은 다른 의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요즘, 자기계발서들이 유행하면서 프로필에 학위나 좋은 대학을 포함한 이력을 줄줄이 내세우고 내용은 부끄럽기 그지없는 그런 책들이 많은데요. 그중 제일 웃겼던 것은 모 대기업에서 일하다 퇴직한 후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도서관에 처박혀 책을 몇 년간 읽었다는 식의 프로필이었습니다. 자기가 쓴 글의 초라함을 가리기 위해 맨 앞 겉표지에 화려한 이력으로 칠해놓는 짓은 유치하기가 그지없습니다. 다행히 윤석천님의 활동과 생각, 그리고 이 책의 소개를 섞어서 적혀있는 프로필을 보니 그런 가벼운 책들을 접했을 때와는 다른 반가움이 생겼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덤덤한 느낌으로 자료를 나열하며 분석하고 경제신문기사 내용을 반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경제 관련 책이라고 하기엔 직접적인 언어와 정확한 가치관, 확실한 주장을 가지고 뜨겁게 이야기를 펼칩니다. 그렇게 작가는 경제신문기사를 매개로 독자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전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경제구조에서부터 세계경제구조까지 두루 폭넓게 이해하고, 그 구조 속에서 서민을 위한다는 경제정책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 경제정책 뒤에 숨어 이득을 취하는 것은 누구인지, 그것을 교묘하게 가려주는 경제신문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러고 있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질문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정말 멋진 것은 질문과 고민만을 던져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안도 함께 던져 줍니다. 물론 쉽지 않은 정답입니다만...
▲언론의 사명이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명제는 마치 신화처럼 굳건하다. 하지만 그런 태도가 오히려 대중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먹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매체가 진정한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사실 추구도 중요하지만, 진실을 안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팩트만 고집하며 진실에는 입을 닫고 눈을 감는 것은 방관에 불과하다. 언론이 전해야 하는 건 사실 뿐만 아니라 진실이다.
-6P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사실을 나열한다고 해서 그 기사가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 그 사실들을 골라낸 의도와 시각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엄밀히 말하면 객관적인 관점이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는' 경제기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듣기 좋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입맛에 맛는 기사에 현혹되어, 언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사고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는 비단 경제신문을 읽을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정말 '규제'는 악일까? 현대를 규정하는 단어 중 하나가 '법'이다. 법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법'이야 말로 큰 틀에서 '규제'다. 법을 철폐 혹은 완화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박수를 보낼까. 규제도 마찬가지다. 규제 없는 시장은 불가능하다. 규제 혹은 규칙이 생긴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규제를 완화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건널목 신호등 하나를 없앨 때도 고민이 필요한 법이다. 보행자의 수, 통행량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하물며 시장 경제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 혹은 완화하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다.
-10P
대기업이 망하면 나라가 망해서 국민이 굶어 죽을 것처럼 떠들며, 법을 어겨도 1인 사면도 서슴지 않았지만 '과연 우리의 삶은 좋아졌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고,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해서, 일자리가 없다며 그렇게 규제를 풀어대고 재벌들의 세금을 깎아줘도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나마 늘어났다고 주장하는 일자리는 정말 창조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질 낮은 일자리들 일색입니다. 재벌들의 세금을 깎아 주면, 국가 재정이 부족하게 되고, 그 적자를 과연 어디서 메우고 있을까요? 이것과 우리의 삶이 불과 몇 년 사이에 더 팍팍해진 느낌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까요?
▲일방적으로 공급되는 정보에 함몰될 일이 아니다. 정보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기사와 방송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는 경제기사를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이는 반드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다. 공부는 일종의 연습이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왜?', '정말?'이라고 묻고 또 물을 때 우리는 진실에 한 걸음씩 가까워질 수 있다.
-12P
작가는 머리말에서 저에게 이렇게 많은 질문을 던져 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책의 순서는,
1경제기사는 돈을 잃게 하는 통로다
2경제기사는 기업의 본질을 외면한다
3경제기사는 거품 낀 꿈과 희망을 선물한다
4경제기사는 성장의 역설을 외면한다
5경제기사는 거시경제를 축소하고 왜곡한다
이렇게 5개의 큰 꼭지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많은 밑줄을 치며 읽었는데요. 평상시 제 머릿속에 있던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이 많이 정리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문장을 가슴속에 담아 전부 발췌하기엔 무리가 있어 생각나는 대로, 손 가는 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는 제목과 같이 경제기사를 인용한 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은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해 기사를 인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사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지난 시기에 우리 사회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흐름을 알게 됩니다. 그 흐름을 따라 흘러가다 보면 세계의 흐름과 그 속에 있는 한국의 위치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겪고 있고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고통스런 일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지금 팽창해있는 신용으로 가려져 있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고, 현실적인 판단과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저축보다 소비가 미덕이 돼버린 세상 속에서 신용이라는 거품을 빼고 제 자신을 바라보니 부끄럽습니다.
▲투기적 거래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조직이 바로 은행임을 인식해야 한다. 더불어 신용확대를 통한 성장 논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직시해야 한다. 신용확대 때문에 은행이 주기적으로 병이 들고, 그 병이 악화하면 세계가 위기를 겪게 된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이것이 현대의 성장 경제가 내포한 치명적 한계란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국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세상으로의 복귀가 답이다. 동시에 무분별한 신용확대를 통한 성장 제일주의도 반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은행의 실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은행 실패에 따른 위기도 마찬가지다.
-27P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온 교육의 결과로 인해, 우리는 이제 생산자를, 노동자를 아주 우습게 알고 있습니다. 무식하고 게으르며 공부하지 않은 것들이나 되는 것쯤으로 치부하죠. 그렇게 대다수의 시민이 노동자이면서도 자신이 노동자라 생각하지 않고, 자본가만을 바라보며 1프로에 진입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천대하고 학대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생산 없는, 실물이 없는 경제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요? 어떤 고고한 의사는 트위터에 '의사가 리베이트 좀 먹으면 어떠냐'며 '의사 없으면 세상의 태반은 다 병신일 거다'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항상 여기에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농민이 없다면, 당신은 병신이 아니라 굶어 죽습니다.'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어떤 것은 과도하게 낮게 평가 되고, 어떤 것은 과도하게 높게 평가 되어 부가 한쪽으로만 몰리는 형태가 과연 옳을까요? 그것도 실물은 없이 성장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궁금해집니다. 사실 이미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했죠. 우리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의 대부분을 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은행 이자에 대한 부분은 정말 흥미롭더군요. 이자가 없는 나라도 있고, 이 이자라는 것이 작용되는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또한 빚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기업의 이자를 대신 내준다고 말하는 이론은 상당히 놀라운 시각이었습니다. 그렇게 대다수의 시민들은 은행이 뿌려놓은 빚의 덫에서 삶이 힘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기관투자자를 위한 희생양
이유가 있다. 개인들을 끌어들여야 기관투자자들이 살기 때문이다. 시장의 주체는 더는 개인이 아니다. 메가뱅크를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주류를 이룬다. 은행을 비롯한 금용기관을 신용 공여나 중개기관으로만 보면 오산이다. 오히려 자기자본 매매 조직에 가깝다. 시장은 모두가 승리자가 될 수 있는 장이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는 패배자가 되어야 유지되는 살벌한 전쟁터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잃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제로섬'의 정글이다. 기관은 누구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들의 전망은 언제나 낙관적일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장밋빛 전망은 희생양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에 불과할 수도 있다.
-49P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특히 시장은 더욱 예측할 수 없다. 시장이란 본질적으로 수많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집합된 곳이다. 그런데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그 과정에 인간의 심리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이 때문에 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는 일은 그 어떤 과학자나 전문가도 불가능하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 있게 시장 전망을 한다면, 그에게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옳다.
-54P
2장에 들어서며 '노동자를 탄압한다고 사용자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라는 큰 주제에도 놀랐지만, 소제목 중 '노동자의 적은 중간관리자'라는 제목을 보고도 놀랐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사용자를 옹호하는 글도 중간관리자만 탓하는 글도 아닌데요. 알량한 기득권을 놓지 못해, 혹은 약간의 이득을 위해 동료들을 사용자들보다 더 심하게 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행동의 이유가 '신분주의'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데요. 이런 점은 현장에서 3교대 노동자로 일하는 제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도 상당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대부분 현장에 신입사원이 들어오게 되면 관리자가 미울까요? 사장님이 미울까요? 아마 같이 일하는 바로 위의 선배가 미울 것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지만, 거친 현장 사람들은 노동조합이라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싸가지 없는 놈'이 되거나 '불만 많은 놈'이 되거나 합니다. 이렇게 작은 직장에서도 진급이라는 좁은 문을 두어 서로 경쟁하게 만들며, 신분(?)에 따른 권리를 부여해 줍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임금협상'을 할 때는 '동지'가 되고, 평상시에는 '신분이 다른 몸'이 됩니다.
개인적으론 다행인 게 이런 좋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던 선배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권리를 내려놓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간다면, 작은 문제보다 더 본질적이고 커다란 문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신분주의는 국가 통치의 훌륭한 수단이다. 국가는 공권력만으로는 이른바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여기서 '질서'는 기득권이 안전하게 유지되는 체계를 말한다. 평등을 요구하는 국민, 특히 민초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기득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때 신분주의가 매우 효과적으로 평등 요구를 억누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비공식적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 대중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분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중략) 현대에는 태생적 신분주의를 타파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후천적 신분주의를 조장해 중세 이상의 신분사회를 만들고 있다.
-71P
우리 회사에도 노조의 현장 부위원장을 하며 "주말엔 쉬어야지. 가정들도 없냐. 미친놈들"이라며 휴게실에서 떠들던 사람을 중간관리자인 조장을 시켜 놓으니 "돈 벌어야지. 주말에 왜 쉬어. 미친놈들"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신분주의를 이용하여 쉽게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노사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대립으로만 문제를 국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노동자와 노동자 간에 벌어지는 갈등이다. 사실 사용자라 칭하지만, 신분주의 개념으로 보면 대부분의 사용자들 또한 누군가의 하급자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중간층 이상의 관리자들이 더는 윤리적이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이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아이히만처럼, 우리는 어느새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는 걸 매우 당연시하며 살고 있다. 물론 그렇게 살아야 좁은 문을 통과해 더 높은 신분을 얻을 수 있는 구조 탓이다.
-75P
▲재벌과 그 자식, 손자들 소식엔 울화통이 터진다. 그들이 가져가는 배당액만 수백억 원이다. 주식 평가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게 정상일까.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은 그들을 칭송하기 바쁘다. 심지어 신파로 가득한 영웅전을 쓴다. 불굴의 의지, 각고의 노력, 피가 마르는 인고의 시간, 긍정 또 긍정 등은 지치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수식어다. 이렇게 가짜 영웅이 탄생한다.
-141P
▲20년을 공부만 한 청년들이 다시 몇 년을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 과연 몇 명이나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설사 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 해도, 과연 이들의 삶은 행복할까. 대체 몇 년을 뼈가 휘도록 노동해야 서울에 집한 채를 마련해 결혼할 수 있는 걸까. 그래도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다행이다. 그마저 실패한 청춘들 대부분은 패배자로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노력과 분투가 젊디젊은 나이에 수억, 수십억, 수백억 원의 돈을 버는 승자들의 노력과 분투보다 덜하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우리 대부분은 참 열심히 산다.
-142P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구조는 갖추지 않고, 수 없이 부도덕한 짓들을 버젓이 벌이는 사람들이 사회적 지도층이라 불리고 있는 모습을 감추며, 우리에게 게을러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훈계를 합니다. 심지어 정직해야 한다고 손가락질을 합니다. 우리는 또 그 말을 믿고 반성하며, '자기계발서'를 탐독하고, 조금 더 긍정적이지 못 했던 것을 탓하며, 성공하기 일보 직전에 포기했었다고 그 한 발을 다시 딛기 위해 새로이 출발을 합니다. 우리는 사회적 모순은 뒤로 한 채, 자신만을 채찍질하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경제기사가 말해주지 않는 28가지>는 그렇게 살아가게 만드는 일면에 경제기사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서'가 비판받는 이유도 동일합니다. 이웃블로거님의 말씀이 생각나는데요. '자기계발서'에는 '자기'만 있고 '우리'는 없다고 합니다. 확실히 우리도 없지만, 그런 류의 책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사회에 불만 갖지 마!!", "직장에서 잘려도 불만 갖지 말고, 빨리 다른 직장을 알아봐!!" 등의 메시지를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노력하면 성공한다'라는 말의 이면에는 '성공하지 못하면 너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죠. 또한 '성공한 사람들은 노력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일 터지는 비리들을 보면 그들이 과연 정당한 노력의 대가만으로 부를 축적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기란, 속이려는 사람의 마음과 자신의 욕심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요. 욕심을 살짝 지우고 주변을 둘러보며 정보들을 접하면 의외로 쉽게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가는 이 책에서 많은 경제 이야기를 아주 쉽게 풀어 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계경제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합니다. 이런 경제의 흐름과 전망 속에서 힘없는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부가 균형을 이뤄야 건강한 세상이다. 이제 그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많이 벌면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침을 흘리며 마냥 승자를 부러워하고, 경배의 잔을 올릴 일이 아니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의 세상을 '조금 더 가진 자'와 '조금 덜 가진 자'의 세상으로 바꿔야 한다.
-148P
이제는 거의 로또복권 수준 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은 신분상승의 기회를 노력하면 잡을 수 있다는 유혹으로 주변의 이웃들을 밟아 가며 살아가라는 말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다 같이 행복하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지식과 경제의 흐름(세계적인 흐름까지)을 알려 주고, 더불어 올바른 시각과 방향까지 제시를 해주는 책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다른 모든 것들도 그렇지만, 특히 경제라는 것은 그렇다는 생각입니다. 살기가 팍팍해졌기에 긍정적인 기사에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럴수록 더욱더 진실을 가려내는 시야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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