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김학준 - 러시아 혁명사

억스리 2012. 4. 19. 16:23

[출처] http://blog.daum.net/yoont3/11299571

 

러시아 혁명사

 

 

 

 <러시아 혁명사>는 레닌이 만든 러시아 혁명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책으로 1979년 12월 ‘문학과 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80년대 공산주의에 대한 서적이 전무했던 당시 이 책은 공산주의 혁명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바이블과 같은 책이었다. 당시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공식적인 ‘판금’조치를 받지는 않았지만 이 책을 소지하면 불온분자로 낙인받기 일쑤였던 기억이 난다. 초판 발행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저자는 이후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혁명의 이념적 배경이었던 맑시즘의 붕괴하자 초판내용의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함을 느끼고 새롭게 밝혀진 자료를 추가해 증보판을 펴냈다. 러시아가 사회주의화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것 외에도 20세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양 이데올로기 축의 성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파악하게 하는 주옥같은 저서이다.


 이 책은 우선 러시아 전제정치의 상징이었던 차리즘의 성립과정과 그 성격을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는 초판에서 러시아혁명의 전개과정이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세 혁명가에게 지나치게 편향됐다고 반성하고 증보판에는 룩셈부르크 등 다른 혁명가들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이 외에도 라스푸틴의 사인(死因)에 대한 새로운 해석, 러시아 최초의 혁명이라 할 데카프리스트들의 반란에서 보인 여러 사상의 형성과정, 1899년과 1900년까지 러시아의 거의 모든 대학에서 전개된 집단 시위 등에 관한 내용 등을 보강했다.

 

 국내 학자 중 세계 철학사나 세계 역사에 대해 심층적인 저술을 집필하는 학자는 드문 편이다. 물론 <철학개론>이나 <세계사> 같은 책이 있기는 하고, 다수의 대학 전공 교재가 있기는 하지만 예컨대 국내학자가 <프랑스 혁명사>나 <마르크스 평전>을 넓고 깊게 저술한 책은 극소수로 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번역서를 접한다. 그 번역서는 문장이 난해하고 매끄럽지 못함을 느낀다. 김학준의 <러시아 혁명사>가 순수한 그의 노력만으로 완성 되었는지, 외국 저서를 모방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국내학자가 세계 역사 중의 한 부분을 이토록 깊고 포괄적으로 다루었다는데는 깊은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다. 흔히 '세계 3대 혁명'의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러시아 혁명은 꼭 역사와 사회, 정치를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인류역사와 우리 삶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기에 누구나 알아야할 중요한 사안이다. 

 

 불멸의 로마노프 왕조는 왜 멸망했으며 레닌은 어떻게 성공했으며 러시아 인민들은 왜 레닌의 손을 들어주었는가가 리드미컬하게 전개된다. 역사를 사는 당시의 주인공들에게는 고통스러웠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라는 것을 이 책은 알게 해준다. 통독하다보면 근현대의 문학사 / 정치학사 / 철학사 / 경제학사 등에 대해서도 많은 내용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을 때 책 뒤에 인명 색인을 참고로 하여 어떤 인물이 나올 때마다 그 인물명을 노트에 기록해가면서 읽는게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