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억스리 2009. 3. 29. 13:16


사진출처 : 인터넷서점 알라딘




88만원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박권일 지음
레디앙
2007.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급속히 사회 전반에 퍼져서
이제는 다른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매우 어려워보이는 지금의 시대를
사람들은 '불확실성의 시대'라 부른다.
예측가능하지 못한 미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현재의 꿈을 버리지만, 그것도 미래의 풍요를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예측가능하지 못한 미래가 희망적이라면야, 얼마든지 불쑥 찾아오는 기쁨을 맘껏 누려주겠지만
그 미래라는 것이 암울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금 이순간 절망하고 있거나
승자독식의 무한 경쟁 시스템에서 5%의 이익과 말도되지 않는 저임금을 위해 오늘도 하루를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다루는 책은 의지만 있다면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도 물론 그런 류의 책 중에 하나이다.
다만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세대간 착취, 세대간 경쟁 이라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계급문제에만 한정되었던 사고는 세대간 착취와 경쟁이 조금은 생소하게 들리기도 한다.
책은, IMF를 기점으로 사회 전반이 신자유주의 시스템으로 변하기 시작하면서
결정적으로 취업의 기회가 줄어들고, 대부분이 비정규직과 저임금노동분야로 진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꼬집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본질이 있지만
지금의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로만 얘기하기에는 다른 신자유주의 국가들과의 차이가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심각한 세대간 착취와 경쟁이라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4,50대와 민주화운동의 경제적 성과를 그대로 챙겨간 386세대들은
젊은 세대에게 그것들을 나누어 주지 않는다. 물론 개별적으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그렇게 IMF이후 시대에 성인이 된 현재의 20대는 심하게 말하면 '주차관리소에서 인사를 해야 하는' 그런 세대이다.
책의 저자 또한 20대에게 '주차관리소에서 인사를 시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첫 섹스의 경제학 : 동거를 상상하지 못하는 한국의 10대>라는 첫장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책은
경제학 책이지만 사회학적 문제들과 많은 연관을 지니고 있으며 (어차피 두 문제는 연관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만)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쓰여있어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재미만 가지고 책을 대하기에는 책의 주제가 현실의 공기만큼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사실 20대는 세대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다변화된 세대이고, 개인화된 세대이다.
88만원 세대라는 이름조차도 그들에게 통일성을 가지기도 어렵다.
그런 20대를 기성세대는 자신들과 다르다며 (마치 자신들은 이전세대의 좋은것만 계승하는냥) 질타하기도 한다.
경제적으로 생기는 이런 고립은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고립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모두가 늪에 빠지는 위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금보다 더한...
책은 20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토플책을 덮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드는 것 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20대가 그렇게 하기 전에 사회적으로 외면되어 있는 세대를
- 이는 문화적으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20대의, 20대를 위한, 20대에 의한 문화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
위해 사회가 노력해야 되지 않겠는가.

국가나 사회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그곳의 '대학'에 가보라고 했다.
그만큼 젊은 이들의 철학과 세계관은 다른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희망이기 때문일 것이다.
20대가 되었을 때 사회적응을 위해 국가에서 수백, 수천만원의 돈을 지원해주는 국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먹고살만큼의 안정과 자신을 위한 투자에 쏟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필요하지 않을까...




덧. 88만원 세대란? (책에서 따옴)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0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세전 소득이다.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평생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88만원 세대'는 우리나라 여러 세대 중 처음으로 승자독식 게임을 받아들인 세대들이다.
탈출구는 없다.
이 20대가 조승희처럼 권총을 들 것인가, 아니면 전 세대인 386이 그랬던 것처럼 바리케이드와 짱돌을 들 것인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