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극한속에서 깨달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 - 운명 (임레 케르테스 )

억스리 2009. 3. 2. 09:45

운명운명 - 10점
임레 케르테스 지음, 박종대, 모명숙 옮김/다른우리


이작품은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헝가리 작가인 임레 케르테스 본인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전적 소설이다.

이작품은 정말 특이하다.  분명히 홀로코스트에 관련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화가 나지 않는다. 화는 커녕 오히려 "음 그냥 살만했나??" 이런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도 평이하게 흘러간다.
나치에 대한 분노의 표현도 없다. 분명히 화가나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야 하는데 작가는 객관적으로 그상황자체를 묘사할뿐이다.


그리고 작품의 맨끝에 가선 놀라운 말을 던진다.

"강제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말할것이라고..."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를 현재에 서서 뒤를 바라보며 한꺼번에 인식한다. 마치 과거의 모든 사건들이 그냥 어느순간 한꺼번에 닥쳐온것 처럼.. 그리고 그것을 운명이라 칭하고 거대한 시대의 광기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냐 그냥 운명이니 잊으라 이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다르게 본다.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을 현재에 서서 앞을 바라보며 하나하나의 단계로 인식한다. 그는 한순간 한순간을 충실히 보냈을뿐이다. 그리고 순간 순간을 통해서 서서히 깨달아가며 한 순간이 끝나면 다음순간이 오게 된다.

아주 짧은 1분이라는 시간마저도 그순간 일어났던 일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 짧은 1분이라는 시간에서도 우리스스로를 개척해나갈수있게 된다. 작가가 바라보는 삶이란 이런것이다. 앞에서서 뒤를 바라보며 한꺼번에 다가온 운명속에서 체념하기 보다는 순간순간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존재, 자신의 실존을 확인하는 것이다.

"운명이 존재한다면 자유란 불가능하다........ 만일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다..... 나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저 문장속에서 작가의 삶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게 들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