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억스리 2022. 9. 8. 17:50

[출처] https://blog.naver.com/armada1588/222769972095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_ 그리고 그 날이 오고 있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와 버린듯. 피터 자이한은 전작인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x...

blog.naver.com

이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와 버린듯.

피터 자이한은 전작인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세일혁명과 미국없는 세계' 를 통해 그간 누누히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의 세계질서는 끝이났다. 앞으로는 새로운 질서 속에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질서란 이런거다.

"지금 같은 글로벌 밸류체인이 작동되는 세상은 막을 내리고, 파편화된 세계가 온다."

(익히 예전부터) 저자의 한결같은 주장은 이런거다.

1. 지금 세계 최강 미국은 참 특이한 나라야. 세계가 바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무역을 할 수 있게끔, 경찰 역할을 충실히 해 주고 있거든

2.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자처한데는 뭐 이유가 있지. 미국이 착해서라기 보다는... 그것이야 말로 바로 공산권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동맹국들을 지켜줄 수 있고, 겸사겸사 석유나 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도 더 쉽게 확보할 수 있고, 뭐 그런거지.

3. 그런데 그 동맹국들은 미국이 만들어 준 자유롭게 교역 가능한 질서를 유지하는데 힘을 보태기는 커녕, 지들끼리 좀 더 먹어보겠다고 딴짓을 하거나 배신을 떄리거나 지들끼리 싸우고 있네. 하 참 어이가 없군.

4. 그래도 미국의 교역, 특히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수급받기 위해서는 어찌되었든 지금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게 좋긴한데,... 어라? 우리나라에서 세일 혁명 덕분에 에너지 자원이 많이 나!

5. 음, 그럼 우리한테 필요한건 다 우리 땅 아니면 주변 나라에서 다 얻거나, 최소한 우리가 현재 국제 질서를 굳이 유지하려 들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확보 가능한데, 내가 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하자?

6. 에잇 모르겠다. 난 더 이상 다른 나라 일에 신경 안쓸테니까 (물론 우리한테 해를 끼치거나 그런게 있으면 언제든 응징해줄거고) 니들끼리 잘해 봐라

7. 미국이 이렇게 서서히 손을 떼니, 각 지역에서 맹주 역할을 하는 이들이 '어라? 이거봐라? 잘만하면 내 세상을 만들 수 있겠는데?' 라면서 고개를 들고 힘을 발휘하려 한다.

8. 새로운 지역 강자들이 활개를 치기 위해 나서면서, 각자도생의 세상이 열린다. (저자가 특별히 뽑은 강자는 일본, 이란, 터키, 아르헨티나. 그리고 프랑스 정도는 숟가락 얹으려나.)

9. 그 와중에 중국이 미국의 빈자리를 채워 세계 패권을 노린다고 하는데... 웃기네, 걔네 ㅄ 이야!

10. 각자 도생의 세계에서 지역을 주름 잡는 동네 짱들이 여기 저기 튀어나와도, 하나 변함 없는 사실은 세계에서 젤 센건 바로 미국이다.

미국이 최고라는 이야기.

문제는 우리잖아! 젠장.

아니, 그러니까 대체 이게 뭔 말이고 우리한테 뭔 의미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밸류체인은 매우 중요하다. 사해동포주의 같은 뜬구름 잡는 이상주의로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당장 먹고 사는데 바쁜 우리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

글로벌 밸류체인이 망가지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1. 쌀을 제외하면 우리가 먹는 곡물 대부분은 수입품이다. 밀가루 수입이 막히면 맛있는 파스타, 와플이 겁나 비싸질 수 있고, 심지어 잔치국수가 플렉스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2. 기름값이 올라 더운 여름에 부채로, 추운 겨울에는 이불을 뒤집어 쓰며 버텨야 한다.

3. 우리나라 기업들 상당수가 경영난에 봉착하고, 회사 잘 다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집에 갔다가 길바닥으로 옮기게 된다. 치킨집 행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닭고기 값이랑 기름 값이 너무 올라서 돈이 많이 드니까.

"결국엔 다 치킨집을 연다는 이야기입니다. 치킨집 여는게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데, 요새 젊은 친구들 세상을 너무 모릅니다."

문제를 더 이야기 하고 싶지만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글로벌 밸류 체인 핵심에 있는 나라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대외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알 수 있다. 국제 무역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당장 피박을 쓰게 된다.

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특히나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나라들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교류했다.

세계가 마치 하나의 경제 권역처럼 서로 강점인 분야에 집중하며 분업을 이루었고, 이를 통해 생산성이 극대화 되면서 아주 많은 나라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득을 보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가장 큰 이익을 본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

교역의 자유가 제한되고, 이에 따라 글로벌 밸류 체인이 막히게 되면 우리는 필요한 원재료를 수입하는데 애를 먹고, 만들어낸 상품을 수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돈을 벌기 힘들어지면서 생활 수준이 하락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인구구조가 열악하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은 곧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간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는 일본이나 유럽 나라들처럼 충분한 부를 쌓지도 못한 상황에서 우리가 돈을 벌 기회를 잃고 있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드는 와중에. 돈벌거리도 줄어든다.

라떼 말로 표현하면 캐안습.

2050년 예상되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현실화된 악몽

그렇다면 저자의 우려가 얼마나 현실성 있는가?

처음 저자가 책을 내놓았을때까지만 해도 저자의 지나친 미국 중심주의 사고를 비판하며, 저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의견들이 많았다. (물론 나오자마자 베셀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가 어느 나라를 좋아하든간에 저자의 말은 점점 현실로 다가온다.

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하면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러시아는 행동에 옮길것이다.' 라는 저자의 예측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전쟁 초반, 국제사회는 우왕좌왕하며서 눈치 보기 급급하다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2. 미국이 서서히 국제 사회에 대한 관여를 줄이면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었던 인도, 터키(이제 이름을 튀르키에로 바꾼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에 시큰둥 하고, 미국과 별개로 지역 패권에 관심을 두는 등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3. 약 20년전만 해도 정말 하나가 될 것 같았던 유럽연합 소속 나라들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반응,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대러제재 등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여주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이 슬슬 피어오르고 있다.

4. 중국은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들은 이제 남중국해를 넘어 남태평양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분투 중이며, 이는 미국의 최우방국중 하나인 호주를 압박하게 되고, 미국의 서쪽인 태평양 방면에서의 위협을 키우는 일이다.

5. 식량 수출망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글로벌 식품 시장이 요동침에 따라, 곡물이나 식품을 수출하는 나라들이 식량 안보를 이유로 수출 제한을 걸어버렸다. 식량 뿐만 아니라 광물자원이나 필수 소재 부품 역시 전략 자원으로 분류되며 무기화 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무너지면서 세계는 양극화에서 다극화 체제로 이어질거란 전망이 있었으나, 그로부터 20여년간 미국이 세계 원탑의 자리를 차지하며 세상이 굴러갔다.

이제는 다극화 체제가 되어, 각 지역마다 지역 패권을 노리는 나라들끼리 힘을 겨루게 되고, 이들의 갈등이 글로벌 물류 흐름을 막아서면서 세계 경제가 위축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서남아시아에서는 터키-이란-사우디 아라바이가 3파전을 벌이고, 남아시아에서는 인도가 패자로 부상하고자 하고,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일본, 대만, 동남아 나라들과 자웅을 겨루려 할 것이다.

이럴 경우 호르무즈 해협, 인도 앞바다, 말라카 해협, 동중국해, 남해를 원활히 오가는게 어려워질 수 있고, 이는 곧 우리의 통상로, 특히나 없어서는 안될 석유나 천연가스 수입길이 막힐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이 정말로 원대한 꿈을 안고 군사적 행동을 벌인다면, 주한미군을 묶어두기 위해서라도 북한을 그 길에 동참시킬 수도 있다.

김정은은 공산주의 사상의 전파나 적화 통일 같은 이상적 꿈보다는 정권 유지하는 현실적 이득을 중요시하고, 본인 나라보다 강한 대한민국을 상대로 싸워도 승산이 적다는 점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가 중국이 하란대로 순순히 갑자기 군대를 몰고 남쪽을 침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국의 전략적 목표에는 분명 도움이 되고, 본인의 안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행동, 전격적이진 않지만 초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행위 (예를 들면 휴전선 근처에 병력을 증강시키고, 미사일 방향을 남쪽으로 돌리며, 전투기 출격을 자주 시키지만, 공격은 하지 않는 등)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리되면 한반도 긴장 상태가 고조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과 금융 모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쉽지 않은 길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소위 중립외교를 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에 편중되지 말고 중국과도 관계를 유지하자는 이야기다. 특히나 중국에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지금 같은 시기에는 그런 이야기가 더욱 솔깃하게 들린다.

말은 참 쉽지만, 실제 하기 어려운게 우리 인생이다.

약 20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가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주장했다. 그의 비전은 20년전에는 유효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다. 20년전의 미국과 지금 미국이 다르고, 그 시절 중국과 지금 중국이 다르며, 그 무렵 북한과 지금 북한이, 일본이, 러시아가 모두 제각각 다르다.

중국이 대국굴기, 최소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서부는 자기네 나와바리라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을 잡는 평행추 역할을 한다거나, 양자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겠다 하면, 두 나라 모두 코웃음 칠 뿐이다.

앞서 말한 상황(그러니까 중국이 지역 패권을 위해 실력을 발휘하고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을때, 우리가 중국에 가까워진다면,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은 줄어들 수도 있겠지다.

하지만 그리 되면 미국과 일본이 우리 앞을 가로 막는다. 미국과 일본 입장에서는 이제 대한민국은 친중 국가이며 자신들의 경계 대상이므로 우리에게 자유로운 항해를 허용해줄 생각이 없다. 바닷길이 막히게 되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재료들을 사오는 길이 꽉 죄이게 된다. 우리의 숨통도 함께.

한마디로 지금 벌어지는 사건 상황들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우리가 이를 극복하기위해 딱히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는 점은 우리의 미래를 너무 어둡고 불투명하게 만든다.

미국 기업이나 원자재 투자가 답인가...

'문화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불평등  (0) 2022.09.16
인류 본사  (0) 2022.09.15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0) 2022.08.26
바보의 세계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오류사)  (0) 2022.06.21
21세기 화폐전쟁  (0) 2022.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