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생물철학, 최종덕, 생각의힘, 2014

억스리 2019. 4. 11. 17:46

[출처] https://blog.naver.com/withcoffee67/220646116093



 


생물학을 공부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살아오면서 내가 배우고 있는 분야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해봤을까? 하는 물음이 들어 집어든 책.


분자 생물학, 면역학, 발생 생물학, 유기 화학, 생화학 등등의 여러 과목으로 나누어진 과학 분야의 용어를 외우고 익숙해져서 어디가서 아는 척이라도 해볼 수 있게만 하는데 내 지난 배움의 시간을 쓰지는 않았는지^^;


물론 용어의 정의와 새로운 개념을 머리에 익히는 것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생명에 대해 배웠으니 '생명이란?' 이란 질문을 해봤어야 하는 게... 어째 배움만 있었지 생각과 사유는 없었던 지난날이 아니었나 싶어 부끄럽기도 해서 고른 책이기는 한데, 졸리기는 끝없이 졸리더라.


운동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체력 훈련과 전술 훈련을 하듯, 연구쪽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실험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쌓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분야에 대한 지식과 생각, 자신만의 철학을 다져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면역학의 철학 부분. (나름 관련 분야라^^) 면역 시스템이 외부 칩입자를 인식 하는 것을 자기self-비자기nonself 구분이라 하는데, 이 '면역학적 자아'와 타자를 구분하는 것은 외부 물질인 항원에 달라붙는 항체의 맨 끝에 있는 항원 인식 부분에 의해 결정이 된다고.


그렇기에, 자아란 내가 가진 무슨 특별한 것에 의해 정해지는 게 아니라 내 것이 아닌 것들을 제외한 것일지도?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내 것이 아닌 것은? 어쩌면 나는 무작정 내가 가지지 못한 것, 비자기를 얻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가진 것을 돌아보고 어떤 것을 위해 살고, 움직여야 할지를 조금만 멈춰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지.


또한 항체의 자기-비자기를 정의하는 항원 인지 부위는 이미 유전자의 조합으로(V,D,J) 결정이 되지만, 기억T세포와 같이 후천적으로도 항원에 대한, 자아와 타자에 대한 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점은 우리의 삶도 이미 주어진 것이 많겠지만 살아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작은 수준의 세포의 생명이 그렇다면 이 작은 존재들이 모인 나라는 생명도 변할 수 있겠지.


여러 생각을 해봐야, 현실은 실험 잘 하고 논문 잘 쓰고 거기에 특허도 잘 내서 연구비 잘 따오는 연구자가 더 중요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며 가끔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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