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세상을 뒤흔든 질병과 치유의 역사

억스리 2019. 3. 18. 17:18

[출처] https://blog.naver.com/sangsangch_/22105494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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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하루에 지음 / 황명섭 옮김 
15,800원 / 244쪽 / 2017년 8월 발행

“우리는 어떻게 질병과 맞서 왔는가?”


페스트에서 에볼라바이러스까지,
질병과 함께한 삶과, 깊은 생각−

페스트에서 스페인 인플루엔자 그리고 에볼라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무너져 가는 사회, 변화하는 문화·예술 및 역사를 재조명하다.

중세의 페스트에서 최근의 에볼라 출혈열까지, 인간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투쟁을 통해 구축되어 왔다. 이 책은 전염병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찾고 그 안에 남아 있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자취를 더듬어 본다.
역사 속에서 전염병과 인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전염병의 대유행과 그것이 인류 문화에 끼친 영향을 파헤친다. 감염 면역학과 백신학을 전공으로 한 저자는 유럽의 종교, 문학, 미술, 음악 등 사회 각 분야에 녹아있는 질병의 흔적을 발견하고 저자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전개한다. 또한 일본의 대문호인 요사노 아키코, 히구치 이치요, 미야오 도미코, 무코다 구니코, 고타 후미 등의 작품을 통해서도 질병과 치유의 역사를 세밀히 더듬어 보았다. 
의학이 눈부시게 발달한 현대 사회는, 역설적이게도 일단 전염병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다. 전염병과 인간의 투쟁이라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향후 바이러스에 어떻게 맞서야 할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실감하게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인생이란 많은 것을 받아들여 마음속으로 이해하며 하나씩 하나씩 나선 계단을 오르는 과정과 같다.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돌계단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 작은 등을 달아 어둠을 밝히고 싶다. 등불은 사람과 사람을 배려하는 온정이고 나눔이다. 그리고 그것이 공중위생 정신의 본질이기도 하다. p.18~19

평생에 걸친 방랑과 편력 생활을 한 파라겔수스는 오히려 그에게 민중의 생활에 밀착함으로써 수많은 질병을 직접 경험하고 깊은 병세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질병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p.22

슈베르트는 병으로 고통 받는 고난속에서 인생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자신의 죽음 을 인식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였을 때 진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고귀한 삶과 재능이 어우러지며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의 증표로서 수많은 가곡을 남길 수 있었다. p.58

새까매진 몸을 농도가 진한 소금물로 문질러 씻은 탓에 피부는 화상을 입고 뻣뻣해지며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노동의 대가로 받은 아주 적은 식량에 만족하며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가혹한 노동에 동원되었다. p.76

그 순간 앗!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나왔다. 엄청난 수의 버드나무 잎 하나하나에는 나치에 의해 학살된 유대인들의 이름과 사망 연도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여기에도 1942, 1943, 1944, 1945라는 숫자가 이어졌다. 이 사망자의 이름이 새겨진 버드나무를 사람들은 ‘통곡의 버드나무’로 부른다. p.100

▷▶ 머리말

 

전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하던 시기에 그것이 유발하는 사회와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독일 유학 시절이었다. 낡은 하숙집의 어두운 조명 아래서 『질병의 사회사』,  『죽음의 풍경』(다치카와 쇼지 저)을 열독하던 그때가 그립다. 유럽의 오래된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에 감염증의 참화가 떠오르는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내가 살던 마르부르크에도 한센병의 구세주로 추앙받는 성 엘리자베트가 잠든 오래된 교회가 남아 있다. 하숙집 창문을 열면 정면으로 그 아름답고 장엄한 교회의 첨탑이 보이고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교회의 돌기둥에는 중세 시대부터 수 세기에 걸쳐 한센병과 페스트, 다양한 역병과 전쟁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의 슬픔이 배어 있다.
전염병이 유행하던 그 당시 극한 상황에 내몰린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무너져 가는 사회, 변화하는 문화와 예술 및 역사까지 움직였던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공중위생을 직업으로 삼은 나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에게 감염증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이기도 했다.
그 후 나는 많은 실험과 다독, 그리고 라틴어를 배우며 독일 거리에서 중세의 자취를 탐구했다. 그저 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생각하며 무심히 지나치던 장소에서 가슴을 죄어 오는 아픔에 멈춰 선 것은, 그 질병의 역사에 내가 발을 들여놓고 있기 때문이다.
귀국 후 나는 H5N1형 조류 인플루엔자에서 변이하는 신형 인플루엔자 대책에 관여하게 되었다. 신형 인플루엔자는 사람에게도 닭에게도 전신 감염을 일으키고 강한 병원성으로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이 H5N1형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2015년 8월 현재, 지난해 에볼라 출혈열 유행으로 피폐했던 서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가금류에 유행했다. 이 조류 인플루엔자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강독성 신형 인플루엔자로 변종할 경우엔 스페인 인플루엔자 이상의 피해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날의 감염증은 일단 발병하면 순식간에 세계적 유행을 일으키기 쉬운 사회적 환경이 갖춰져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국가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감염증도 고속 대량 수송 시대에 항공기 등을 배경으로 단시간에 국내로 유입할 수 있다. 이후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발달한 철도망과 도로망을 통해 삽시간에 전국으로 확산한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는 즉시 대유행하며 수많은 사람이 동시에 감염을 일으킨다. 그리고 환자가 몰려드는 병원은 일차적으로 의료 종사가가 원내 감염으로 쓰러진다. 따라서 선진 의료를 자랑하는 일본이라 해도 의료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물류 산업에 감염자가 발생하면 의약품, 생활필수품이 고갈될 수 있다. 자급자족 시대였던 1920년대 전후에 스페인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며 아사자가 속출했던 사실을 우리는 되돌아보아야 한다. 감염증의 유행 형태는 병원체와 숙주뿐 아니라 사회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고 형성된다. 현대 사회는 감염증, 특히 기침이나 재채기 등 타액으로 전파되는 호흡기 감염증에 매우 취약한 구조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회 환경과 감염증 유행의 변모’를 나는 다치카와 쇼지 기타자토 대학 명예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 가르침과 연구를 통해 나는 인간의 지혜로 감염증 유행의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을 나는 백신 접종과 상비약 비축, 대책 수립, 감염증 교육의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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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질병과 치유의 역사

작가
오카다 하루에 저, 황명섭
출판
상상채널
발매
2017.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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