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확신의 덫 - 유능한 사람이 왜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버려지는가?

억스리 2014. 7. 28. 09:48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220072659447



오늘 소개할 책 "확신의 덫"은 개인적으로 "올해의 책" 후보에 오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올해가 다 가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입니다만.. 암튼 굉장히 괜찮은 책입니다. 뭐랄까.. 제가 여러 직장을 다녀서 그런지 모르지만, 직장에서 겪는 일을 정말 생생하게 다룬 제대로 된 '노무관리' 혹은 '인사관리' 서적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회사에서 은따 혹은 왕따가 되는 이른바 '찍힌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유능한 사람이 은따가 되고 왕따가 되며, 결국 쓸쓸히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나가게 되는지 그 과정을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한번 '찍히면'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못난 직원'으로 살게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에 있습니다(책78~79 페이지 부분).

 

성과가 낮은 것으로 (남들에게) 인식된 직원들이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사실은 많은 연구 결과로부터 확인된다. (중략)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지시를 받게 되면 사람들은 '자동항법 장치'를 키게 된다. 시간을 허비하는 일 없이 실행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따르기만 하는 다양한 요구사항을 따르게 된다. (중략)

 

사람들의 생각이 오랫동안 억압되면 학습된 무력감에 의해 한층 더 수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면, 다시 말해서 자기 효능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실패나 통제할 수 없는 사건에 자주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은 외부의 힘에 휘둘린다고 느끼게 되어 노력해봐야 아무런 보상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 아주 괴롭죠. 저도 이 비슷한 일을 당해본 적 있어서 잘 압니다.  무력하며, 자기 혐오에도 쉽게 빠집니다. 돈 버는 게 뭐라고, 이런 대우를 내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것이며.. 당연히 일도 기계적으로 하게 됩니다. 물론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주변에서 계속 감독하고  또 시니컬한 피드백을 받으니, 의욕이 날리 없죠. 결국 '낮은 기대가 낮은 성과를 불러오는' 부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가 나타납니다. 

 

왜 이렇게 부정적인 피그말리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그 답은 바로 '자신감'이 대단히 불안정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책98 페이지 부분).

 

자신감은 불안정한 요소이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거나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아주 조금만 눈치채도 바로 자신감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연구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에게 그릇한 정보를 근거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면 금방 의욕을 상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종목의 운동선수에게 대회에서 라이벌이 더 잘했다는 그릇된 정보를 알려주고 나서 신체 테스트에 참여시키면 인내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피드백을 통해 남자 운동선수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여자 운동 선수의 의욕을 북돋우면 객관적인 성별에 따른 체력의 차이마저 사라지곤 한다.

남자 운동선수의 체력이 여자 운동선수의 체력보다 떨어지는 정도?

 

이게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 자신감이 떨어진 사람들의 전형적인 반응입니다. 자, 그럼 '찍힌 사람들' 다시 말해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사람들은 어떤 죄를 저질렀기에 저런 꼴을 당하는 걸까요? 예. 첫인상이 나빴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책127~128 페이지 부분).

 

4백년 전 영국의 과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의견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가능한 한 모두 찾아낸다. 우리의 관점에 반하는 근거를 보게 되면 간과하거나 폄하할 방법을 찾는다. 그래야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의견이 보편적인 진실인 것처럼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필패 신드롬(=찍힌 하급자가 뭘 해도 자신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자포자기의 상태)'이 본질은 상사들 스스로가 필패 신드롬을 일으키면서도 자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략)

 

(상사와 부하와의) 관계가 언제부터 틀어지기 시작하는지 살펴본 결과, 놀랍도록 빨리 이뤄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날 그리고 첫달에 거의 결정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소한 편견으로 인상 쓰고, 또 목소리에 아주 약간의 감정이 담기는 순간, 부하의 자신감은 순식간에 고갈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편견이 그에 합당한 보답(=부하의 무기력)으로 나타나는 순간, 스스로를 "아주 예측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간주하는 착시에 빠집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처음 본 날부터, 난 저놈이 저럴 줄 알았어!

멀쩡한 사람을 바보 만들고, 또 그 근거까지 만드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