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어떤 책을 읽어요?

억스리 2013. 3. 4. 11:06

[출처] http://blog.naver.com/ljb1202/180296982


독서 (La lecture)
앙리 팡탱 라투르

제가 어릴 적에 그다지 유복한 집은 아니였지만 대한민국의 대다수의 부모님이 그러하듯이 집에 위인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집에 위인전이 있었다는 기억과 읽었다는 기억만 저에게 존재합니다. 어떤 위인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크면서 이런 저런 위인들에 대한 기억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당시에 읽었던 책들이 제 머리에 남아 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주로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가면 그 집에 어떤 책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본 후에 기회를 노려 친구에게 빌려 달라고 했는데 그 책들이 거의 대부분 친구 녀석의 책이 아니라 친구의 형이나 누나 책으로 기업됩니다. 최인호씨의 소설도 읽었고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도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는 고 2 당시에 제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파리대왕'을 쉬는 시간에 읽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어린 시절에 읽었던 15소년 표류기와 비슷합니다. 그저, 책 표지에 커다랗게 노벨 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자랑스럽게 인쇄되어 있었죠. 갑자기 담임 선생님이 통로를 걸어가다가 제가 읽고 있는 책을 보더니 '뭐 보냐?'하고 집어 들었습니다. 다시 돌려 주면서 하는 이야기가 '네가 이해나 하겠어?'였습니다. 비록, 무슨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몰라도 사실 교사가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속으로 '그래 모른다 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에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탐독을 했던 책은 바로 김용의 '영웅문'이였습니다. 당시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정비석의 손자병법을 비롯한 책들이 유행했습니다. 그렇게 입문했던 무협소설류가 처음이자 마지막인 고려원의 영웅문으로 도달하게 된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제가 단순해서 인지 많은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2부 사조협려전보다는 1부와 3부가 더 좋더라고요. 그 외에 모든 김용의 소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웅문은 몇 번 이나 읽었고 최근 10년 동안 읽은 기억이 있어 다시 읽으려고 노력중인데 읽으면 다른 책을 못 읽고 영웅문을 시리즈로 읽을까봐 주저하고 있네요.

20대는 가장 책을 읽지 않은 시기였던 듯 합니다. 워낙 혈기왕성하고 노는 것이 더 급선무였던 시기라서 책을 읽기보다는 밖에 나가 놀기 바쁜 시절이였던 듯 합니다. 특히, 제가 배우 쪽을 꿈꾸고 노력하던 시기라서 세익스피어나 베게트와 같은 연극과 관련된 책들을 읽었는데 20대에 가장 열심히 읽었던 책은 바로 '스크린'과 '키노'라는 영화 잡지 였습니다.

처음에는 '스크린'잡지를 주로 읽었는데 읽다보니 가십거리들이 대부분이 였는데 당시에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정성일씨가 스크린에서 나오면서 창간한 키노잡지를 읽게 되었는데 저로써는 키노라는 잡지가 철학서를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좋았던 잡지였지만 - 지금도 소장하고 있으니 말이죠 - 너무 난체 한 것이 아닐까싶기도 합니다. 영화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데 의미를 부여하고 숨은 뜻을 찾는데 집중하다보니 말이죠. 그래도, 읽으면서 참 좋았습니다. 매 달마다 일주일을 넘게 붙잡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책 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책 읽는다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적도 얼마나 읽는지에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읽었는데 이때부터 의식하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없어 차비가 없으면 집까지 걸어가고 밥 얻어먹고 다녔던 20대를 넘어 30대부터 돈이라는 것을 벌기위해 찾은 것이 책이였습니다.

사업을 하자니 자본도 아이템도 없었고 투자를 하려는데 누구도 저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책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에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으라고 추천한 책들에 대해 열심히 갈무리를 해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찾아 읽었습니다.

부동산, 주식쪽이나 기본적인 재테크 서적들을 찾아 읽었는데 어느 순간 투자라는 것이 나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여 주로 자기 계발서적을 읽었습니다. 나폴레온 힐, 브라이언 트레이시, 앤소니 라빈스, 맥스웰, 지그 지글러등의 그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쓴 거의 대부분의 자기 계발서적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몇 년을 그렇게 읽다보니 - 한 달에 자기 계발서를 7권 읽고 다른 책 2~3권 식으로 - 이제는 뻔한 내용에 더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이제는 자기 계발서적들을 거의 읽지 않지만 제 생각에는 꼭 읽어 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약간은 뜬구름 잡기식의 이야기고 또 다른 면에서는 성공지상적인 이야기일지라도 - 미국은 이 분야로 잘 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으니 - 각오를 다지게 되고 느슨해지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 도움이 분명히 많이 되었습니다.

30대에 저는 보험영업 - 2년 정도 보험영업을 했고 그 이후 재무설계를 - 했기에 영업관련 책을 상당히 많이 읽었습니다. 추가로 협상이나 대화나 심리에 대한 책들도 꽤 많이 읽었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영업을 못하기도 했고 안하기도 해서 책을 읽었지만 실제에 잘 적용을 못했지만 그 덕분에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책들은 대단히 위대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자신의 삶에서 열심히 노력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비록 실천을 잘 못했어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함께 만나게 되었던 인물이 워렌 버핏이라 워렌버핏에 대한 모든 책들과 가치 투자라고 하는 종류의 주식 책들을 상당히 많이 읽었습니다. 덕분에 재무제표를 보는 법과 어떻게 주식투자를 하는지에 대해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런 책들을 주로 읽다보니 차트나 옵션과 관련된 책들은 아예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열심히 읽다보니 비슷한 이야기들로 점철되어 있어 점점 갈수록 직접 실천의 영역인 듯 하여 최근에는 잘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절로 경제에 대해 궁금해 지다보니 경제 관련 책을 읽게 되었지만 전문적으로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론서적보다는 조금은 말랑말랑한 책들 위주로 많이 읽었던 듯 합니다. 그나마 경제와 관련한 역사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고 실생활에 접목된 경제이야기를 많이 읽었습니다. 이것도 유행이라고 최근에는 이런 류의 책들이 잘 안 나오게 되네요.

경제, 주식과 관련된 책들은 사대주의가 좀 있어 그런지 주로 미국쪽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책들은 잘 안 읽게 되었는데 그래도 최근에는 좋은 책들이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오는 듯 합니다. 일본책들도 가끔 읽었는데 중국쪽의 책들은 좀 거부감이 들어 잘 안 읽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경제 관련 책들을 읽어 인센티브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나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듯 합니다.

30대 후반에 들어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매를 하겠다는 결심을 한 후에 부동산 경매책만 한달에 10권도 넘게 집중적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아울러 부동산과 관련된 책들도 곁들여 읽어 도움이 되었는데 부동산 책은 아무래도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저술한 책들로 읽었는데 막상 읽을 책은 다른 분야의 책에 비해서는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론적인 서적들은 주로 관련 법령을 많이 적어 재미가 없었습니다.

워낙 소설쪽을 젊은 시절에 읽었기에 - 그렇게 보니 제가 10대 후반에 20대 초반에는 시가 유행을 했습니다. 접신꽃 당신이나 홀로서기등의 시집을 그나마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30대에 거의 대부분 실용서적을 주로 읽었지만 읽으면서도 소설이나 인문학쪽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책들을 읽다보니 지금까지와는 전혀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던 물리, 과학, 우주등에 대한 분야에도 관심이 저도 모르게 갖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읽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읽으면 읽는대로 괜찮기도 하더군요. 그렇다고 철학이나 인문관련 책들을 읽으면 척척 이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책은 아직도 선뜻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어떤 분야의 책을 주로 읽는지에 대한 답변을 하기가 힘듭니다.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할 때 읽었던 자기 계발서들은 거의 읽지 않고 있고 투자를 하기 위해 읽었던 주식관련 책들도 잘 읽지 않고 있고 부동산 책들은 나온 책들이 워낙 적어 제가 볼 때 읽어야 할 책은 거의 읽은 것 같고 그러다보니 남은 것은 실용서적 이외에 인문이나 과학과 같은 분야의 많은 책들이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인문 고전도 오래도록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처럼 실용서적도 다시 읽어도 좋을 책들이 있습니다. 성격이 한 번 읽은 책이나 영화등을 다시 보는 편이 아니라 사 놓고 한 번 읽고 다시 보지 않은 책들이 많지만 실용서적중에 좋았던 책들은 다시 읽으려고 계획은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책이든지 읽기 전에는 좋은지 나쁜지 모른다는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는 책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책이 될 수 있는게 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어떤 책이든 책을 읽게 되면 단 하나라도 얻는 게 있습니다. 꼭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책이라도 읽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책이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죠. 

돈 버는 것에 가장 관심이 있는데 의외로 돈 버는 것에 대한 책을 많이 읽지 못하고 있네요. 꼭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을 읽는 것도 아닌가 봅니다. 저는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책을 읽습니다. 나름 서로 다른 분야라 생각하는 책을 골라 읽는 편이고요. 그래도 몇 몇 분야에 편식되어 있지만 어떤 책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책을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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