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양복입은 원시인 - 원시인의 심리를 금융시장에 들이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억스리 2012. 2. 8. 10:04

[출처] http://estin.net/forum/book/id/1201

 

(저자 : 행크 데이비스 | 역자 : 김소희 | 출판사 : 지와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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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참고만 하세요)

 

1. 진화심리학에 관심 가진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별 다섯 개(★★★★★)].

2.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의 기원에 궁금했던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별 네 개 반(★★★★☆)].

3. 종교생활에 심취하신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별 두 개(★★)].

4. 두꺼운 책에 알레르기 있으신 분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별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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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선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책, "양복입은 원시인"을 소개합니다. 영어 원제는 "Caveman Logic" 굳이 번역하면, "동굴인간의 논리" 정도가 되겠네요. 예. 오랜 옛적부터 생존을 위해 인간이 노력하다 체득하게 된 원시인 논리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되겠습니다.

 

인간들이 가진 여러 가지 행동. 그 가운데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주식시장에 자주 관측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stocks)과 한 글자만 다른 양말(socks)은 가격이 내려가면 수요가 증가하며, 반대로 양말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듭니다. 그렇지만 주식은 그 반대죠.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일거에 사라집니다. 2011년 9월 말을 돌이켜 보세요. 주식 가격이 자산가치(Book Value) 수준까지 떨어졌고, 게다가 삼성전자 등 주요기업의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주식시장에서는 '손절매'만 넘쳐 났었습니다.

 

이렇듯 이해하기 힘든 인간의 행동을 보면서,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었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야.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된다면, 인간은 점점 합리적으로 변할 거야." 예. 그린스펀이 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부동산시장 및 금융시스템 붕괴 이후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왜 부동산시장의 버블과 금융기관의 방만한 행동을 방치했냐고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죠.

 

그러나, 수 많은 심리 실험은 이런 그린스펀의 말을 전면 부인합니다. 두개에서 세 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제시했을 때와 10개 이상의 선택지를 제시했을 때 인간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오히려 더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인간은 가장 비싼 것과 가장 싼 것 사이의 제품을 고르는 데 익숙하며, 오히려 너무 많은 종류의 제품이 진열대 위를 가득 채우고 있을 때에는 아예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죠.

 

즉 90년대 정보통신(IT) 혁명으로 인터넷 세상이 열리고 컴퓨터의 처리능력이 향상되며, 인간에게 이전보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주어졌지만 2000년에 이어 2008년 또 다시 금융시장은 붕괴되고 말았죠. 한 마디로 인간은 정보가 처리 능력 수준 이상 주어지면, 오히려 그 정보를 무시하거나 혹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시카고 대학교의 똑똑한 교수들이 상상하는. 슈퍼 컴퓨터가 아닙니다.

 

정보가 넘쳐흐를 때, 왜 제대로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저자(행크 데이비스)를 비롯한 진화심리학자들은 '진화 과정'에 답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인간의 진화는 오늘날과 전혀 다른 환경 전혀 다른 세상에서 이뤄졌다는 것입니다. 200년 전 자본주의 발흥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더라도, 이 시대는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라는 것이죠. 이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책의 21페이지 부분).

 

훗날 인간이 되는 사람과(科)의 동물은 약 600만 년 전에 유인원과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왔고, 오늘날 온라인으로 음악을 다운로드하고 비행기 티켓을 살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생존과 번식에는 엄청난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이 가해졌고 생활 조건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천천히 진행된다. 한편으로는 무자비할 정도로 효율성을 추구하며 번식 성공률을 최대화하지 못하는 특징을 배제해간다.

 

즉, 현재 우리는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형질을 가진 사람들의 자손이라는 것입니다. 신체적인 특징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그러하죠. 우리 인간들은 가혹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이한 정서적인 부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책 40∼41페이지 부분).

 

넓은 관점에서 인간 지각의 오류는 두 종류가 있다. 즉 존재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오류와 존재하는 것을 못 보는 것 두가지다. 둘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치명적인가에서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 사바나에 살고 있던 원시인이 어느날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위험한 것일수도, 혹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만일 그가 이를 무시한다면? 이 선택의 장점은 쓸데 없이 도망가거나 몸이 굳어지지 않았으니 칼로리를 비축할 수 있고, 또 주변에 자신의 뛰어남을 알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선택의 치명적인 단점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원시인은 우리의 조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선택의 논점은 '생존과 번식'에 있다. 따라서 우리의 조상이 될 수 있었던 원시인은 일단 어떤 '패턴' 혹은 '징후'를 발견하면 일단 도망치는 것을 선택한 쪽이었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오류에 이 문제를 적용해 보자. 당신이 사회의 새로운 법 체계를 설계하는 책임을 맡았다면 얼마나 엄격한 법 체계를 만들고 싶은가? 만일 그가 시민들이 살인자를 놓치는 것이 가장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우 낮은 수준의 증거만으로 눈에 띄는 살인자 후보를 모두 잡아들일 것이다. 그렇다. 한 명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이때 문제는 살인자가 아닌 사람을 몇 명 처형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양성이 아닌 것을 양성으로 파악하는 허위 양성(→이상한 것이 있으면 도망가고 보는 원시인의 행동), 즉 1유형 오류에 빠지면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법 체계를 만드는 데 다른 우선 순위를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가령 주된 관심사가 무고한 사람을 절대 처형시키지 않는 것이라면 어떤가? 1유형 오류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이런 행동은 죽음을 부른다. 그렇지만 발달된 현대사회에서라면?) 그렇다면 증거 수준을 높게 잡아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처형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경우 진짜 살인자들이 몇몇 풀려날 수 있다(→2유형 오류).

 

자, 1유형 오류를 허락할 것인가? 2유형 오류를 허락할 것인가?

 

어떻습니까? 제가 왜 이 책을 추천하는 지 아시겠죠?

 

히틀러는 대표적으로 1유형 오류를 허용한 사람입니다. 모든 유태인을 박멸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보았죠. 물론 유태인 중에 나쁜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또 간첩짓을 한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유태인을 박멸하는 선택을 했습니다. 1950년대 미국 매카시 의원이 반공산주의 운동을 전개하며 수 많은 사람을 '소련 간첩'으로 몰아갔을 때도 이와 비슷하죠. 즉 조금만 이상하고 맘에 안들면 다 없애버리는 게 세상의 진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이게 파시즘이죠.

 

우리 인간들이 왜 이모양으로 지구를 어지럽히는 지 아시겠죠? 인간 본성에 자리잡고 있던 감정(→1유형 오류를 허용할 수 없어!)이 튀어나오는 순간. 전쟁이 벌어지고 또 상호에 대한 증오감 속에 인종학살이 저질러 집니다. 그리고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 버블도 발생하는 거구요. 집단 심리에 빠져들 때 사람들은 '브레이크'를 제거하니까요. 그리고 자산가격의 조정 가능성을 거론한 사람을 증오하며, 일체의 반론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죠.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한번 더 자신에게 물어보자구요. 난 혹시 1유형 오류를 본능적으로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말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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