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마음으로 거니는 동양화산책

억스리 2011. 4. 12. 15:30

[출처] http://blog.naver.com/woodway/40105639177

 

마음으로 거니는 동양화 산책

허유 지음
다빈치 2000.11.01
평점

그림이란 무형에서 유형을 창조하는 조형예술로서 형(形)이 근본이 된다. 형이란 자연의 형상을 새로운 이상으로, 완미(完美)한 전형(典型)을 이루기 위하여는 화가의 주관정신이 필요한데 그것은 화가의 심령(心靈)작용에 의한다.(24쪽)

- 왕미(王微 415~443), <서화>(敍畵)

 

 '시는 무형(無形)의 그림이며, 그림은 유형(有形)의 시다.'(43쪽)

 

 사의(寫意)는 추상도 사실도 아니다. 단지 마음속의 품은 뜻을 손으로 그려내는 것일 뿐이다. 또한 화면에 여백을 남겨두기를 좋아하여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으로 그림이게 한다는 여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52쪽)

 

원나라의 황공망(黃公望 1269~1354)은 시문, 음율에 능하여 50세 이후에 부춘산으로 들어가 그림을 그렸다.(57쪽)

 

동기창은 "화가의 마음은 세사의 먼지와 때를 제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화가는 자연히 그 마음에 봉우리와 계곡이 생겨나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필치로 그것을 표현할 때 그 작품은 실제하는 산수의 정신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그의 저서 <화안(畵眼>에서 강조했다.(67~68쪽)

 

 문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세한도는 그가 제주도에 유배 생활중이던 59세 때에 제작된 그림으로 원숙한 필의(筆意)로 세속적인 습기를 없앤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의 꽃이라 할 수 있다.(69~70쪽)

 

 사군자는 문인화의 기본적 화제로 매란국죽을 말한 것이다. 원래는 그림에서 사용한 것이 아니고 인물을 가리킨 말이다. 즉 중국 전국시대에 맹상군, 평원군, 춘신군, 신릉군 등 뜻이 높은 이들 네 사람의 기개와 덕망을 높이 받들기 위하여 부른 이름이다. 그림에서는 명나라의 화가 진계유(陳繼儒 1558~1639)가 지은 매,란,국,죽의 <사보(四譜)>에서 처음으로 쓰였다.

 

 매란국죽 가운데에서도 묵죽화(墨竹畵)는 원대에 성행했다. 그 까닭은 선비의 절개와 염세사상을 표현하는 데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화는 사람으로 하여금 속되지 않게 하고(梅令人高), 난초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윽하게 하고(蘭令人幽), 국화는 사람으로 하여금 질박하게 하고(菊令人野), 대나무는 사람으로 하여금 운치있게 한다(竹令人韻)고 생각한 것 같다.(93쪽)

 

 중국 육조시대의 왕미는 그의 저서 <서화>에서 "천지만물은 무궁무진하고 그림의 대상도 무궁무진한데, 이 대상을 형태로 찾지 말고 마음속에 있는 영(靈)적인 형태로 찾아야 한다" 고 강조하였다.(159쪽)

 

 청나라 초기의 석도(石濤)는 "일획은 모든 것의 근본이요, 만상의 근본이 된다."고 하였다.(161쪽)

 

 송나라 곽약허는 <도화견문지>에서 말하기를 "인품이 이미 높으면 기운이 절로 높지 않을 수 없고, 기운이 이미 높으면 생동함에 이르지 못한다"고 하였다.(162쪽)

 

 무심의 경지에서 그림을 그리면 그림다운 그림이 나오고, 좋은 그림을 그리려는 집착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노력에 비하여 헛수고의 경우가 많다.(164~165쪽)

 

 "아무리 명예를 얻은 화가일지라도 인격을 닦지 않으면 그림은 한푼의 가치도 없다" - 도미오카 데쓰사이 (165쪽)

 

 중국 청나라 제백석(齊白石)은 "그림은 닮음과 닮지 않음의 사이(似與不似之間)에 있는 것을 귀하다" 했는데, 이는 청초 화가 석도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것이다. 그는 닮지 않는 것은 세상을 속이는 것이고, 지나치게 닮는 것은 세상에 아부하는 것이라 했다.(173쪽)

 

 감상자가 실제의 사물을 너무 지나치게 변형시켜 그림이 무엇을 그렸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그것은 사람을 속이는 것이고, 반대로 그림이 지나치게 닮았다면 감상자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어서 닮음과 닮지 않음 사이에 있어야만 비로소 귀한 그림이라 했다.(178쪽)

 

6법이란 무엇인가? - 사혁(謝赫), <古畵品錄>

 

1. 기운생동(氣韻生動:기운이 생동하다): 그림의 주제가 명확하고 형상이 생동하며 표현이 진실한 것을 말한다.
2. 골법용필(骨法用筆:골법으로 붓을 사용한다): 형상을 묘사할 때 붓놀림의 강약을 말한다.
3. 응물상형(應物象形: 사물과 매우 흡사하게 그린다): 그림의 대상의 관찰과 묘사의 세밀함, 정확함을 말한다.
4. 수류부채(隨類賦彩: 사물의 종류에 따라 색을 칠한다): 그림을 그릴 때 반드시 사물과 맞는 채색을 해야 한다.
5. 경영위치(經營位置: 화면의 위치를 경영한다): 그림을 그리는 데 화면의 구상과 배치를 말한다.
6. 전이모사(傳移模寫: 옮겨서 베껴 그린다): 옛 화가들의 그림이나 선생의 그림을 그대로 베끼는 것을 말한다.


(178~180쪽)

 

 에술 창작은 반드시 강약, 허실이 있어야 무한한 생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기운생동 역시 여기서 비롯되는 것이다.

 허실의 미학관념은 역경에서 얻은 것이다. 소위 음양이 서로 함께 싸고 있고, 음양이 서로 생하는 것으로 음은 양을, 양은 음을 서로 붙잡고 있다. 모든 창조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188쪽)

 

 자연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연의 본래 모습을 그리지 않고 사물의 실체를 그리려 해서는 되겠는가? 본연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진정 예술가의 진면목이다.(188~189쪽)

 

 "화법이 없는 것이 법이다.(無法而法)"라고 석도는 그의 저서인 <화보(畵譜)>에서 강조하였다. 이것이야야말로 그림에서 최상의 법이라고 생각한다.(192쪽)

 

 중국의 북송 때 시와 그림, 시와 선(禪), 그림과 선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원나라 이후 문인화의 성행과 더불어 중국 예술론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었다. 언어를 빌어 마음속의 뜻을 그리는 시의 예술과 형상을 빌어 마음속의 뜻을 그리는 그림이 일체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와 그림을 깊이 있고 풍성하게 하기 위하여 자연사상이 선의 사상으로 일체화되었다.(200쪽)

 

 옛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는 누구보다 만권서와 천리행을 주장하였지만, 인품이 높지 않으면 그림은 가치를 잃고, 진정 마음에서 자유스러움이 없는 여행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즉 마음에서 초탈없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본다.(210쪽)

 

 허유
본명 허승욱. 1948년 남원 출생. 저서에 <사군자의 세계>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