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스님의 주례사

억스리 2010. 11. 2. 19:25
법륜 저/김점선 그림 | 휴(休) | 2010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수확의 계절, 가을이여서인지 요즘 주변에 결혼식이 많습니다. 가까운 친지외에도 주변의 모든 지인들을 청하는 것이 요즘 세태입니다. 사실 결혼당사자 축하보다는 혼주 얼굴보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혼식에 참석해서도 혼주와 인사만하고 바로 돌아오느냐, 아니면 끝까지 지켜보느냐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내 나름대로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뻔한 이야기로만 들리는 주례사를 주의깊게 들어보기로 한 거죠. 하객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내가 주례사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말입니다. 그 뒤론 결혼식에 참여하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보통 주례사는 신랑신부의 은사나 목사님과 같이 인생선배가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이 책은 <스님의 주례사>네요. 출가해 결혼한 적도 없는 스님이 주례사를 한다? 뭔가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빌리게 되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남남이 모여 가정을 꾸리는 이성지합의 결혼, 그 결혼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결혼 당사자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을까요? 결혼을 행복한 인연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린 어떻게 행동하고 생활해야 할까요? 결혼생활에 임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 책은 법륜스님이 결혼을 둘러싼 주례사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삶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인생론, 관계론, 인연론, 마음가짐법이기도 합니다.

 

결혼에 대한 법륜스님의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결실이라고 합니다. 법륜스님에게는 가당치 않는 결론입니다. 결혼은 이기심이 가장 많이 투영되어 맺어진 관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는 지적입니다. 외모나 성격, 경제력, 능력 등 여러면에서 나보다 좀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 덕 좀 보자는 욕심과 기대심리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해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다는 거죠. 나는 상대방에게 여러가지 희망사항을 말해도 되지만 상대방은 사랑으로써 나의 지나친 요구까지도 받아들여 달라고 것이지요.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않는 이유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법륜스님이 말하는 주례사의 핵심은 결혼에 대한 이러한 마음을 바꾸라는 것입니다. 나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결혼이 상대방을 속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둘이 있어도 귀찮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결혼을 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베풀어 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결혼생활은 행복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단계가 되어야 부부관계가 진정한 사랑에 바탕을 두게 됩니다.

 

법륜스님의 주례사는 훌륭한 결혼지침서라고 생각됩니다. 더 나아가 인생의 본질을 잘 간파하여 지적한 인생 지침서입니다. 서울 구경해 본 사람보다 가보지 않는 사람이 서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결혼해 본 사람보다 결혼해 보지 않은 스님이 결혼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있네요.  물론 법륜스님 주례사의 단점도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주례에게는 보통 20~30분만 주어지는데요. 그 시간한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 단점이군요 ^^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268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