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뉴스를 보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 정도라야 겨우 알아볼 법한
CCTV 영상 속의 범인들을 찍혔다하면 기어코 잡아내는 ’과학 수사의 힘’을 보면서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범죄자를 잡는데 유용하게 쓰이는 CCTV가 우리의 생활 낱낱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인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우리 집과 화장실안에까지 설치되어서요.
조지오웰의 <1984>가 점점 더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제 우리는 그런 것들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부터,
최근의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내어줄줄 모르는 하루키의 1Q84,
또 광고인들이라면 아시겠지만 1984년 1월 1일 단 1번의 광고로
광고사에 길이 남은 애플사의 광고까지
조지오웰의 1984는 동서(東西)와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런 책을 이제야 읽어보다니 오호라 통재라!
사실 많은 분들이 (거의 대부분의 성인들이) 조지오웰의 1984를 알고 있지만
(심지어 그 안에 나오는 빅브라더와 전체주의에 의한 무서운 감시
체제정도까지는 다들 알고 있지요~)
그 알고 있는 수에 비해 읽어본 분들은 의외로 적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1948년에 쓰인 이 ’1984년’에 관한 책은
’극한적인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윈스턴 스미스라는 한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1부에서 윈스턴이 누구이며, 이 윈스턴을 둘러싼 1984년 영국(영국사회주의)의
모습은 어떠한지 세세하고 적나라하게 설명합니다.
윈스턴은 영사(영국사회주의)의 외부당원입니다.
당은 크게 내부당원과 외부당원으로 나뉘고 당원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사람들은 노동자로 불리웁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1984년의 모든 사람이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감시를 당하고 세뇌에 가까운
사상 교육을 받는 것은 외부당원에 한정됩니다.
(내부 당원은 보다 높은 특권층, 당의 지도부를 의미합니다.)
윈스턴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속으로 당에 대한 강한 반발심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사실과 진실을 써내고자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종종 노동자들의 구역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당원은 당원 서로들끼리 물론 가족들조차도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살벌한
내부 감시를 받고 있는데요.
노동자의 구역에 허가없이 돌아다니던 어느날 윈스턴은 같은
당원 줄리아를 마주치고 고발될 위험에 떨며 1부가 끝이 납니다.
이어서 2부에서는 그 줄리아와 사랑에 빠져 남몰래 사랑을 나누고,
(1984년은 성욕조차 완벽하게 통제되며 사랑이나 이성간 애정에 대한 감정은
철저히 배척당합니다. ’사랑’은 곧 사상죄를 의미합니다.)
1부에서 알게모를 호감을 느꼈던 오브라이언이라는 내부당원을 만나
’형제단’이라는 현재 빅브라더의 사상을 반대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비밀조직에
들어가게 됩니다. 또 그를 통해 빅브라더가 천하의 역적이자 최고의
사상법으로 꼽는 골드스타인이 쓴 책을 구해 읽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3부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을 위해 3부의 내용은 남겨두기로 하겠습니다.^^
<1984>에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무섭기까지 합니다.
예전의 전제주의 왕권을 누렸던 왕족과 귀족들이 백성이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처럼, 이들은 노동자들이 생계와 생리적 욕구에만 급급하여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기를 바랍니다.
같은 외부당원들은 당의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지성이 필요하지만
그 지성이 당의 존속과 체제를 위협하는 정도가 되어서는 안되기에
굉장히 치밀하고 단계적인 방법들로 그들의 머리속을 지배하고 감시합니다.
읽는 내내 우리의 반쪽 북한이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듯 합니다.
사회주의로 위장한 전체주의의 모습이 꼭 닮아 있으니까요.
또 1960년~1970년대의 한국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체제를 위한 반공의 강조. 마치 정권유지를 위해 전쟁을 계속해서 선동하는
1984년과 놀라우리만치 닮아 있습니다.
조지오웰이 읽어낸 미래는 민주주의를 억압하던 1970년대의 우리의 모습과도
굉장히 밀접하게 닮아있습니다.
읽는 동안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시가 떠올랐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쓴다’는 김지하 시인처럼 윈스턴도 진실을
일기장에 기록합니다.
또 김수영 시인이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끄러워했던 자신의 소시민적 근성처럼,
노동자들은(그리고 우리는) 정작 정말로 화내고 분노해야할 대상을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김수영 시인의 시들도 떠올랐습니다.
분명 오래된 책이지만 전혀 오래되지 않은 느낌의 책.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조지오웰만의 문장력도 일품입니다.
각 부마다 위기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꼭 추천도서 100안에 들어서라기보다 정말 재미있어서라도
한번쯤 읽어볼만한 이야기책임을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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