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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고 싶어진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일깨워주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려주고, 또 따듯한 목소리로 희망을 얘기해주는 그런 목소리가 때로는 절실히 필요하다. 그저 일상에 파묻혀 바삐 지내며 '생각'하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이 얼마나 삶을 재미없고 허무하게 만드는지. 오에 겐자부로의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 작가는 목소리를 높이지도, 가르치려들지도 않으면서 읽는이를 생각하게 만들고 반성하게 하고 또 가슴아프게 하기도 하고 웃게 만들기도 한다. 1부 칼럼 하나하나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인물과 책은 단숨에 읽어 넘기기엔 벅찬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상상력, 주의력, 일래버레이션, 손, 사물의 혼.... 아 그렇구나, 하고 읽으면서 머릿속 생각은 일파만파로 범위를 넓혀 나간다. 아들 히카리와 살아온 이야기는 작가 스스로 밝히고 있듯 그의 문학의 핵심을 이루는 듯하다.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나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아이는 어느덧 중년의 작곡가가 되었고, 작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바를 이 책에 풀어놓는다. 언어와 표현, 똑바로 선다는 것, 그리고 회복.... 같은 단어와 주제를 놓고도 사람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깊이와 넓이가 다른 것일까. 사물을 보는 눈, 생각하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운다.
책 뒤의 연보를 보니 소설 <어여쁜 애너벨리 몸서리치며 죽어가다>를 지난해 출간했다고 하는데, 과연 이 독특한 제목 속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아, 한가지 더. 책의 무게가 가벼워서 좋다. 요즘 가벼운 책이 추세긴 추센가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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