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행복의 정복> - 버트런드 러셀

억스리 2009. 4. 12. 22:31

이른바 합리적 회의주의자라고 불리우는 철학자 겸 수학자, 문필가인 버트런드 러셀의 대표적 저작입니다.

98세까지 살면서 숱한 논저를 남긴 러셀이 왜 천재라고 불리우는지, 저는 이 책을 통하여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외에 유명한 책이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Why I am not a christian)"라는 책이죠.

 

 

행복의 정복



◇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 지음/사회평론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한 성원임을 자각하고, 우주가 베푸는 아름다운 광경과 기쁨을 누린다. (…) 마음속 깊은 곳의 본능을 좇아서 강물처럼 흘러가는 삶에 충분히 몸을 맡길 때, 우리는 가장 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하고 일하며 세상에 관심을 가져라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지성 가운데 한 사람인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의 1930년 저작이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문필가이기도 한 그가 만 58세에 쓴 책이다. 98세까지 장수하면서 40여 권에 이르는 저작을 남기고 노벨 문학상(1950년)까지 수상한 그의 인생 비결도 담겨 있는 듯하다.

 

물론 ‘행복의 정복’은 지금과 80년 가까운 시차가 있어 책에 나오는 사회 상황에 대한 묘사는 약간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에 대한 통찰은 시간의 격차를 뛰어넘는다. 철학자라고 이론만 가득하고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도 된다. 도처에 저자 특유의 냉철한 지성이 번득이긴 해도, 청소년 시절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로 불행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만년의 행복을 누린 저자의 체험이 바탕에 깔려 결코 공허하지 않다.

“문명국가의 대부분 사람이 겪고 있는 원인 모를 일상적인 불행”을 다룬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는 불행에 대해서, 후반부 ‘행복으로 가는 길’은 행복에 대해서 썼다.

 

불행의 근원을 찾는 전반부는 저자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행의 시작임을 깨닫는다. 스스로의 죄와 어리석음, 결점에 집착하는 청교도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외부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불행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자기도취나 권력욕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몰입의 해악을 보여 준다. 집착이나 걱정, 질투 등 불행의 흔한 원인들, 그리고 거기서 빠져나오는 방법도 알려 준다. 권태를 두려워하며 끊임없는 자극을 추구하는 삶의 허망함을 되짚어야 한다. 이를 통해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과 ‘생산적인 권태’의 중요성을 역설한 대목은 두고두고 되새길 만하다.

 

후반부는 “행복은 무엇보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전제 아래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탐구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과 일, 폭넓은 관심이다.

먼저 ‘사랑’은 안정감과 열정의 원천이다. “지나치게 강한 자아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호혜적인 사랑을 피워 나가야 한다. ‘일’은 기술의 발휘와 건설,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일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폭넓은 관심’은 생업이나 주된 관심사 말고도 세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 오는 긴장감을 푸는 열쇠다. 또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균형감각도 얻을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지성인의 충고는 정신의학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같은 길을 가는 한 선배는 항상 “환자는 모두 동토(凍土)에 사는 이들이다. 봄바람으로 얼어붙은 땅을 녹여 꽃을 피우는 것이 치료”라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인생에 대한 관조가 가득한 철학자의 조언에 귀 기울이다 보면, 따뜻한 봄바람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반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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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이란 제목이 매우 의미심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러셀이 이 제목을 붙인 것은 단순하다.

행복은 저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리고 끊임없이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행복은 각각 느끼는 척도가 다른 것이고, 그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셀은 1872년 영국의 귀족집안에서 태어났는데 할아버지가 총리를 두 번이나 역임한 집안. 1970년 98세의 일기로 죽기까지 40여 권의 책을 남겼는데, 그 분야도 철학, 수학, 과학, 윤리학, 사회학, 교육학, 정치학, 역사 등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다.

러셀은 거의 고칠 필요가 없는 원고를 하루에 3000 단어 분량의 글을 썼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1950년 <권위와 개인>이란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외 주요 저서로는 <게으름에 대한 찬양>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수학의 원리> <서양철학사> 등이 있다.

러셀이 이렇듯 심오한 철학자라 이 책 역시 좀 딱딱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러셀은 이 책을 쓴 동기를 ‘이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상식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해 쓴 책이다.

러셀은 여기에서 소개하는 비결들은 ‘직접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것들이며, 이 비결대로 행동할 때마다 더욱 행복해졌다’고 말하는데, 불행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탈출하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러셀은 스스로 자신은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그가 가장 좋아했던 찬송가는 ‘세상에 지친 이 몸에 죄로 된 자’였다고 한다. 그리고 불과 다섯 살 때, 만일 일흔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인생의 14분의 1을 견딘 셈이니 앞으로 길게 뻗어 있는 인생의 지루함을 얼마나 견디기어려울까 생각했다고 한다.

사춘기 때는 삶을 증오해서 늘 자살할 생각을 했는데, 수학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자살 충동을 억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러셀이 행복론을 연구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어쩌면 스스로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의 비결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러셀이 이 책을 쓸 때가 40대였는데, 그는 삶이 즐겁고, 앞으로 한 해 한 해를 새롭게 맞을 때마다 삶이 더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비결은 바로 본인이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서 대부분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스스로 삶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는 것.

 

그리고 러셀은 불행한 사람들은 절망의 늪에 빠져 어떤 만족도 추구하지 않으면서 고통을 잊으려고 기분전환만을 추구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쾌락의 광신자가 된다고 말한다. 가장 쉬운 기분전환이 술에 취하는 것이라면,

러셀은 이에 대해 ‘술에 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살이나 다름없다. 술에 취해서 누리는 행복은 불행을 잠시 중단시키는 데서 오는 순간적이고 소극적인 행복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겐 행복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책에 들어있는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러셀이 말하는 행복의 비결 중 하나만 소개하면, 체념이다.

러셀에 따르면 체념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한 가지는 절망에 근원을 둔 체념이고, 다른 한 가지는 희망에 근원을 둔 체념이다.

러셀은 절망적 체념이 몸에 밴 사람은 진지한 활동이라면 뭐든지 단념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종교적인 관용구나 명상이야말로 인간의 참된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절망감을 감추기도 한다. 하지만 내면의 좌절을 숨기기 위해 어떤 위장을 한다고 해도 이런 사람은 본질적으로 쓸모없는 인간, 철저히 불행한 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복할 수 없는 희망 때문에 체념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사소한 문제들이 생겼을 때 참을성 있게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기차를 놓쳤다고 씩씩대고, 식사가 맛이 없다고 노발대발한다. 그런데 만일 이들이 사소한 문제에다 퍼붓는 정력을 좀 더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제국을 세웠다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걱정과 안달, 짜증 등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는 감정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체념에 도달하지 않는 한 이러한 사소한 감정들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 걱정의 지배에서 벗어난 사람은 늘 짜증을 내던 때에 비해서 인생이 훨씬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기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는 사람만이, 그러한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흔히 빠지기 쉬운 환멸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셀은 불행의 원인이 분명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정체를 명확히 알고, 분명하게 맞서 싸우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혼자 수도승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곧 나의 생존을 지탱하는 토대이고, 나에게 행복한 생활을 가져다주는 기회를 주는 곳이므로 외부 세계에 대해 열정과 관심을 갖고 세상과 교류하면서 살라’고 말한다. 결국 행복의 기준은 스스로 세우는 가치에 있기 때문이고, 그 중심을 잘 갖고 살라는 것.

이 책을 읽다 보면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과, 그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변 사람 눈치 보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책이 쓰인 것은 1930년인데, 마치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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