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대담한 작전> - 유발 하라리(김승욱 역, 프시케의 숲)

억스리 2018. 11. 20. 15:15

[출처] https://blog.naver.com/nsc2050/221199510179





<대담한 작전> - 유발 하라리(김승욱 역, 프시케의 숲)



서구 중세의 역사를 바꾼 지상의 특수작전 이야기다. 유발 하라리가 31세인 2007년에 쓴 글로 2017년 12월에 한글 번역판으로 나왔다. 특수작전은 보통 능력 있는 소규모 부대가 좁은 지역에서 짧은 시간 동안 수행하는 전투작전을 말한다. 독창성을 바탕으로 기습적 요소와 대담성을 갖추었으며,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며 군사적 및 정치적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영국의 SAS, 미국의 그린베레, 러시아의 알파포스와 OMON, 이스라엘의 사예렛 마트칼처럼 특수부대는 최정예 부대로 일컬어지지만, 책에서 나오는 특수작전에는 정규군은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하는 경우가 있었다.











 

제1장은 1100년부터 1550년까지의 특수작전의 특징과 기사도 시대의 전쟁을 소개하며, 제2장부터 제7장 마지막 장까지는 1098년부터 1536년까지의 개별적 특수작전이 묘사된다. 완전히 드러내놓고 벌이는 정규전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하게 믿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려운 이야기들의 구성이어서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 대부분이라는 저자의 말은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와 아울러, 저자가 풀어내는 내용에는 허구적이거나 상상으로 엮은 이야기가 많이 섞여 있다는 말이다. '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에서 증명된 하라리의 입담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하며 책장을 넘겼다.












 

기사도 시대의 특수작전에는 공정한 싸움 이상과 더불어 승리라는 현실적 목적이 상존한다. 엄격하게 따진다면 전쟁은 삶의 방식이고 승리보다는 명예를 중시한 기사도의 정신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잘 알려지지 않은 구체적 사실이 허구를 만나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변질된다. 주로 요새에 감춰진 기반시설, 무기체계, 인물, 상징 등이 특수작전의 주요 타깃이다. 중세시대의 군대는 상비군 제도가 미약했기 때문에 기강 해이, 탈영, 반란 등이 만연하였고, 가문이나 왕조 중심의 동맹이 이해타산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경향이 있었다. 주요 전쟁은 왕가의 상속권과 영토 싸움이거나 십자군 전쟁처럼 종교적 이유도 중요 요소로 작용했다.












 

제2장에는 1095년 교황 우르바누스 2세에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의 연장으로, 프랑크 군이 1098년에 시리아의 중요 거점인 안티오키아를 습격하는 내용이 나온다. 총사령관이 된 보에몽이 내부 배신자를 이용하여 잔혹한 살인과 함께 안티오키아를 정복함으로써, 이후 십자군 전쟁이 지속할 수 있었던 엄청난 동력을 부여하였다. 제3장 역시 십자군 전쟁 이야기로, 예루살렘 왕국의 군주 보두앵 2세가 무슬림의 태수 발라크에 의해 에데사 백작령의 위쪽에 위치한 하르푸트로 끌려가 그곳에 이미 잡혀있던 조슬랭 에데사 백작과 함께 억류된다. 에데사 백작령 베스니의 아르메니아인들이 용감하게 구출작전을 벌여 포로들과 함께 하르푸트를 접수하고, 조슬랭이 먼저 삼엄한 경비를 뚫고 탈출하지만 발라크가 다시 보두앵 진영을 점령하여 보두앵을 하란 지역으로 압송한다. 발라크가 죽고 후계자 티무르타사는 거액의 돈을 받고 보두앵을 석방시키며 사건을 마무리한다. 












 

이탈리아 명문 가문인 몬페라토 후작인 콘라트는 예루살렘 왕으로 추대되지만 니자리파 요원의 기습에 살해되고, 이후 니자리파의 악명은 널리 퍼져나간다. 니자리파는 11세기 말, 페르시아 북부에서 탄생한 과격한 천년왕국 신봉자들로서, 암살과 기습을 주무기로 잔인성을 널리 떨치는 바람에 모든 무슬림의 두려움과 적의를 샀다. 프랑스 북부 칼레는 잉글랜드가 점령한 지역이다. 프랑스의 지휘관 조프루아 드 샤르니는 칼레 수복을 위해 성내에 있던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출신 아이메릭의 배신을 이용하여 습격을 시도하는데,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가 이미 일주일 전 음모을 파악하고 아이메릭으로 하여금 이중첩자 구실을 하게 하여 역으로 승리를 이끌어 낸다. 에드워드의 승리로 인하여 칼레 지역은 이후 200년 간이나 잉글랜드의 영역으로 남는다.











제6장에 나오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발루아 가문의 흥망성쇠 이야기는 너무나도 복잡하다. 프랑스 왕국을 다스리는 왕가와 발루아 공작령 간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과 아울러, 잉글랜드를 비롯하여 주위의 다른 나라까지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영토 싸움을 벌인다. 치열한 음모에 이은 기습과 암살, 납치 등에 이어 정략결혼까지 잠시도 쉴 틈 없이 가문과 영토를 지키고 뺏기 위한 처절한 작전이 펼쳐진다. 결국, 부르고뉴의 샤를 공작이 몰락하고 프랑스 내의 부르고뉴 땅은 루이의 손에 떨어지지만, 부르고뉴 가문은 합스부르크 가문과의 혼인으로 명맥은 유지하게 된다.












마지막 7장은 프랑스 왕국과 거대한 제국을 이룬 합스부르크 가의 영토 싸움 중의 한 특수작전을 다루었다. 카를 5세가 프랑스를 침공하는데, 군대 보급체계의 초석이었던 오리올 방앗간을 프랑스 보병 장교 몽뤼크가 습격 작전을 통해 완전히 불태우면서 마침내, 카를의 군대가 엄청난 피해를 입으며 퇴각한다는 내용이다. '사피엔스'의 흥행 성공으로 인하여 나온 유발 하라리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만큼은 여전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1976년생이니 아직도 '엄청난' 작품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느끼게 하지만, 단지 한국에서만의 인기가 아닌 작품 그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녔다는 평가가 있다면 독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