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armada1588/220878570655
좋은 교양서가 되기 위해 갖춰야할 덕목은 무엇인가?
독자들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다음을 최고의 덕목으로 뽑는다.
1. 풍부한 내용
2. 쉽고 재미있다.
3. 신선한 시각
4. 주제의식
아쉬운 것은 이 네 가지 요소중 일부를 갖춘 책은 그나마 좀 있는 편이지만, 네 가지를 모두 갖춘 책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들을 모두 갖춘 책이 그렇게 인기가 높나 보다.
이 와중에 네 가지를 잘 갖춘 교양 서적을 발견했다. 주제는 미술. 고등학교때 미술 시간을 엄청 싫어했던 나지만 (미술에 비하면 수학은 정말 소년탐정 김전일 급으로 재미있는 과목이다.) 그림 감상은 좋아하는지라, 더더욱 관심이 갔다.
결국 시원하게 지르기.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라는 제목 답게 저자는 철저히 초심자들도 쉽게 이해가 가능하도록 구성을 짠 것 같다.
저자가 수강생과 질의 응답을 하는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다보니, 마치 우리가 저자의 강연을 직접 들으면서 실시간으로 질문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 듯한 기분도 든다. 당연히 가독성도 높고 머리에도 쏙쏙 잘 들어온다.그리고 재미 있다.
내용도 풍부하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대상인 고대 오리엔트 미술만 다루는데도 544 페이지를 할애한다.지엽적인 부분을 갖다 붙인 것도 아니고, 필요 없이 말을 길게 늘이지도 않았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사를 통해 그 시대상을 제법 잘 설명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이 많아 볼거리도 많다.
새로운 시각도 돋보인다. 고대 미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나, 피라미드가 가지는 인류의 보편성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쪽에 지식이 많으셨던 분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던 내용일지 모르지만, 미술에 대해 그저 어렴풋이만 들었던 초심자들이 보기에는 정말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구나, 라며 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주제의식도 좋다. 무엇보다 ‘왜 우리가 미술사를 알면 좋은가?’ 에 대해 고민해 봤다는 것에서 박수가 절로 나왔다.미술을 안다는 것을 어떤 지위나 격조를 높이는데서 찾는게 아니라 인간 사회를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미술을 하나의 언어라고 간주한다. 우리가 어떤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를 아는 것이 큰 힘이 되는데, 미술이 바로 시대를 아는데 필요한 언어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언어를 익히는데 미술사를 배우는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미술작품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읽어내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외국어를 이해하려면 그 언어의 문법과 어휘, 발음을 익혀야 하듯 미술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거죠. 외국어를 배우면 새로운 세상 하나라를 더 읽어낼 수 있게 되듯 미술 언어에 익숙해 지고 나면 문자 언어 이상의 풍성하고 생생한 소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책 528~529쪽 -
“사람마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미술사 공부를 미술이라는 언어를 익히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어요. 이 언어를 익히고 나면 그 동안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던 세계를 조금 더 자세하게,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 책 529쪽 -
조금 더 나아가면, 인간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성찰하는데 미술이라는 언어가 도움이 되고, 그를 연마하는데 미술사를 아는 것이 힘이 된다는 이야기다.
“미술이라는 언어를 배움으로써 깊이 있는 하나의 세계가 열리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책 530쪽 -
덕분에 제법 많은 내용을 쉽게 금방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미술에는 뉴비이지만, 그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미술 작품을 보는 맛도 더더욱 쏠쏠해 졌다.
지금까지는 고대 그리스 시대를 다룬 2권까지만 출간되었다. 이렇게 좋은 책이 중도에 출간이 종료된다면 참 슬플 것 같다. 부디, 출판업계 불황을 잘 견뎌내고, 현대 미술을 다룰 때까지 다 제대로 나왔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을 소개한다.
이집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뜨거운 태양과 끝없는 사막,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풍요로운 나일강, 그리고 나일강에서 유유히 유희를 즐기며 정국을 구상했을 클레오파트라도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feat 스핑크스 :아침에 네다리 점심에 세다리~)
피라미드는 참으로 경이로운 건축물이다. 가장 유명한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그 높이가 무려 146미터 수준에 이른다. 이 정도 높이면 약 40층 건물 수준이라고 하니, 참으로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이 피라미드가 만들어진 시기가 기원전 2530년경이라 하니 말이다.
이쯤 되면 피라미드가 이집트의 상징임은 당연해 보인다. 2천5백년이 흐르고 나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절 이집트 인이나, 후대에 이 땅의 주인이 된 로마인들에게 피라미드는 경이로운 관광명소였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에도 피라미드가 있다고 한다.
이 무슨 허경영 대선 공약 같은 소리냐고? 아니다. 진짜란다.
그럼 어디있냐고? 서울에도 있다고 한다. 그것도 강남 3구중에 하나인 송파구에
“걱정 마십시오. 서울에서도 피라미드를 볼 수 있습니다. 석촌동이 그곳이죠. 이름부터 石 (돌 석)자를 써서 석촌동이네요. 아마 피라미드를 쌓은 돌을 보고 그런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
- 책 345쪽 -
"뭐야 내 이름을 외치지 않아도 되는거임?"
이리하면, ‘와 내가 올공을 매주 가는데, 피라미드는 커녕 피라미 한 마리 못 봤소’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피라미드는 석촌동에 있다.
“석촌동 고분은 백제시대의 무덤으로 한 변의 길이가 45미터에 육박합니다. 백제 사람들이 고구려의 유민이었으니 자연히 고구려 무덤과 동일한 무덤 양식으로 만들었겠죠. 땅에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묻은 뒤 봉분을 쌓는 게 아니라 시신 주위에 돌을 쌓아올려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만든 무덤을 돌무지 무덤이라고 불러요”
- 책 345쪽 -
오, 그러니까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운 돌무지 무덤이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그 작성법(?)이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살펴보자
“장군총은 피라미드와 비교해도 작은 규모가 아니에요. 맨 아래층의 한 변이 33미터, 높이가 13미터이니 기자의 대피라미드에는 미치지 못해도 이집트의 평범한 피라미드와 크기가 비슷하지요.
크기나 겉으로 보이는 형태만 비슷한게 아닙니다. 내부 구조까지 유사해서 이집트 피라미드를 도굴한 사람들과 장군총을 도굴한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방법을 썼다고 하네요. 무덤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게 보이죠? 저 구멍이 무덤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입니다. 도굴꾼이 저기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서 각종 부장품을 도굴한거죠”
- 책 344쪽 -
참고로 고구려와 백제 뿐만 아니라 신라도 피라미드와 유사한 봉분이 있다. 물론 신라는 돌이 아니라 흙으로 무덤을 쌓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주 대릉원. 12만평 규모의 대지에 23기 고분이 모여 있다고 한다.
그 규모도 제법 커서 능 하나를 벌초하려면 아이젠을 장착하고 능 꼭대기에 연결된 밧줄을 허리에 감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우리의 고분들과 피라미드를 직접 연결 시켜 같은 류라는 것이 살짝 비약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대한 무덤을 비슷한 모양과 방법으로 비슷한 대상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이 서로 같은 류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그렇다고 이 시대 사람들이 서로 교류를 하며서 무덤 양식을 공유했다고 보기엔 어렵다. 우리 조상들이 이집트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피라미드는 이집트 말고도 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심지어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의 잉카 문명 유적지에도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물이 있죠. 어떤 사람은 고대 이집트인이 태양의 배를 타고 남아메리카로 가서 또 다른 파라오의 제국을 만든 결과 잉카 문명이 탄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에이 설마요. 신빙성 있는 이야기인가요?’
제 생각에는 틀린 주장 같습니다. 잉카 문명은 기원후 12세기에서 시작했으니 시기적으로도 창가 너무 크고요, 다만 왕을 기념하기 위한 거대 무덤, 쉽게 말해 피라미드를 만드는 행위가 세계 곳곳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맞습니다.“
- 책 343쪽 -
그러니까 피라미드는 각 문명권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양식인데, 이는 직접 서로간에 교역이 있었다는 증거는 아니고, 다만 인간 세상의 발전 단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이야기 되겠다.
어쩌면 인간은 단일 종족이니 만큼, 유전자에 각인 된 환경에의 적응코드가 비슷해서,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서로 비슷한 방향으로 삶을 바꿔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암튼 인간은 서로 다른 곳에 떨어진 곳에서도 많이도 비슷하게 문명을 발전시켜 나갔다.
결론
오리엔트 시절 미술사에 대해 알차고 폭 넓게 다루면서도 쉽게 이해 가능하고, 재미가 있다는 것이 큰 장점. 미술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시대와 그 시절 작품들을 보는 신선한 시각이 돋보인다.
'문화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플하게 산다 (0) | 2017.01.07 |
---|---|
퇴근 후 2시간 (0) | 2017.01.07 |
대공황 시대 - 양동휴 (0) | 2016.12.05 |
강대국의 흥망 (0) | 2016.11.22 |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 (0) | 2016.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