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그렇게 그들은 과학자가 된다 : 포닭블루스

억스리 2016. 10. 24. 11:11

[출처] https://madscientist.wordpress.com/2016/10/19/%EA%B7%B8%EB%A0%87%EA%B2%8C-%EA%B7%B8%EB%93%A4%EC%9D%80-%EA%B3%BC%ED%95%99%EC%9E%90%EA%B0%80-%EB%90%9C%EB%8B%A4-%ED%8F%AC%EB%8B%AD%EB%B8%94%EB%A3%A8%EC%8A%A4/




포닭블루스 : 과학자가 직접 그린 실험실 뒷 이야기,신인철 저, 마리기획, 2016, 16,000원

과학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과학자의 이미지는 어린 시절 읽은 위인전에 나오는 아인슈타인, 퀴리부인 등의 레전드급 과학자, 혹은 SF영화에서 전형적으로 묘사되는 그런 모습 (전공을 불문하고 하얀 가운을 입고, 혹은 칠판에 신들린듯 알수없는 수식을 써내려가거나, 아니면 양손에 연기가 나는 색색깔 플라스크를 들고 등등) 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진짜 과학자’ 들은 누구인가? 그들 역시 동료나 직장상사와의 갈등에 고민하고, 넉넉치 않은 월급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몇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가 생각대로 되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며, 정규직으로 취직하기 힘든 현실을 한탄하기도 하는 보통 생활인일 뿐이다. 더우기 우리가 위인전에서 읽은 ‘천재 레전드 과학자’ 들의 영웅적인 모습 뒤에도 이러한 생활인으로의 모습이 숨어있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대개의 대중들은 관심이 없다. 아이돌의 화장 안한 생얼에 그닥 관심이 없듯이 말이다.

그러한 과학자의 모습을 가장 현실적으로, 실감나게 알 수 있는 책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더우기 실제 현업에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직접 쓴 책은 더욱 더 좋을 것이며 게다가 만화로 된 책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해외의 과학자가 아닌 한국인 과학자가 쓴 책이면 더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전까지 이런 책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 ‘포닭블루스 : 과학자가 직접 그린 실험대 뒷 이야기’ 이다.

그렇다면 ‘포닭’ 은 무엇인가? 과학자가 과학자로써 가장 생산력이 높을 시기라면 아무래도 박사학위를 마친 직후, 즉 포스트 닥터 (Post-Doctor) 과정을 하는 시기일 것이다. 그러나 이 포스트닥, 약칭 ‘포닥’ 시기는 반대로 과학자에게 있어서 가장 힘겨운 시기이기도 하다. 수년의 시기를 거쳐서 애써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오늘날 대개의 학문분야에서는 박사학위를 받고 바로 정규직 연구자로 취업하기보다는 불안정한 계약직의 신분으로 대학 혹은 연구소의 연구실에 소속되어 연구를 계속하는 과정을 이어가고, 이것을 포닥이라고 한다. 비록 박사학위를 받은 고급인력이지만 국가를 막론하고 이들의 대우는 대졸 초봉 수준의 열약한 대우인 경우가 많으며, 고용 역시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포닥’ 아니 ‘포닭질’ 을 하는가? 대개의 포닥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이 독립적으로 일하는 연구자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연구를 하는 신분에 이르는 것이다. 상당수의 직장인들의 꿈이 창업을 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사업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물론 창업을 꿈꾸는 모든 직장인이 성공한 창업가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이러한 포닥 중에서 독립연구자의 꿈을 이루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많은 ‘포닭’ 들은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으며 끝나지 않을 ‘포닭질’ 을  하고 있다.

저자인 신인철 한양대 교수는 국내외에서 한 10여년의 포닥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만화를 코센 (KOSEN)에 2005년부터 연재하였으며, 이 만화는 수많은 포닥 및 대학원생, 그리고 포닥 과정을 거친 수많은 연구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미국 및 국내에서 포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애환을 겪으며, 마침내 조(새) 교수로 ‘업글’ 되게 된다.

그러나 이 만화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흔히 많은 ‘포닭’ 들은 오랜 비정규 연구원 생활에 지쳐 교수가 되면 자신의 모든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를 하곤 한다. 그러나 바닥이 있으면 지하실이 나온다는 오랜 격언과 마찬가지로,  조교수로 업글된 우리의 주인공은 포닥 때에는 경험하지 못하던 수많은 새로운 난관, 즉 부족한 연구비, 수많은 잡무, 연구에 의욕을 보이지 않는 대학원생을 만난다.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이러한 난관을 뚫고 한 사람의 독립된 연구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시대의 상황에 따라서 세부적인 연구 여건은 많이 변화하였지만 한 사람의 과학자로써 성장하여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남기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과 고초가 따른다. 본서는 오늘의 현실에서 ‘한 사람의 과학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를 가장 현실적인 눈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스럽게 보여주는 책으로써, 과학자 및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 그리고 과학자는 나와는 관계없는 별난 천재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모든 일반인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Disclaimer: 아래의 글은 저자의 의뢰에 의한 추천사로 본서에 수록되었고 증정본을 받았슴다. 본 포스팅의 제목은 고레에다 히로가츠 감독의 영화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에서 힌트를 얻었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