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미움받을 용기 - 집단주의적 문화 속에 고통받는 사람에게 주는 귀한 '치료제'

억스리 2015. 4. 6. 17:43

[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220321400517



미움받을 용기

작가
고가 후미타케,기시미 이치로 지음
출판
인플루엔셜
발매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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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미움받을 용기"가 되겠습니다. 일단 저는 두 가지 책 선택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이나 일본 저자의 책은 피한다는 겁니다. 일본 저자 중에 다치바나 다케시 같은 예외도 있지만, 무라까미 하루끼처럼 역시 피하기를 잘했다 싶은 작가들이 즐비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저자들은 자기 복제가 엄청 심하고(아마 편집자들이 들들 볶나 봅니다), 더욱이 독창성이 떨어져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잘 할지 몰라도, 대체 '자기 이야기'가 없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듭니다.


두 번째 기준은 '베스트 셀러'를 피하는 겁니다. 특히 이 책처럼 유명 인사가 '감수'하고, 또 그 덕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잘 팔리는 경우에는.. 10년이 가도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10년 뒤에도 살아 남은 스테디 셀러라면.. 그 때 읽어도 늦지 않을 것이고.. 99%의 베스트셀러는 스테디 셀러의 길을 가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책 "미움받을 용기"는 이상의 두 기준(혹은 편견)을 깨뜨린 책입니다. 일본 저자가 쓴 책인데다, 베스트셀러로.. 제가 가진 책은 대충 30쇄를 찍었으니.. 도서 정가제 불황을 극뽁한 위업을 달성한 셈입니다. ㅋ


물론 제가 돈 주고 산 책은 아닙니다. 지인의 선물로 읽게 된 책인데.. 참 건질게 많았습니다. 물론, 책의 내용에 다 동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후반에 나오는 '공동체' 이야기는 전~혀 동의할 수 없었고. 또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에서는 혀를 많이 찼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동물입니다. 그러기에.. 수 많은 사회 저명인사(아놀드 형님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가 스캔들로 노년을 망쳤습니다. 그 숭고한 뜻, 거룩한 철학을 끝까지 실천에 옮긴 사람은 정말 드물며.. 심지어 마더 테레사 조차 끊임없이 신의 존재를 의심했습니다. 


물론.. 그러기에 더 숭고할지 모릅니다. 인간의 본능에 도전하며, 더 나아가 본능을 억제하는 것. 아무나 못합니다. 특히 인간의 인내심은 '근육'과 같아서.. 단련되지 않은 인내심은 쉽게 피로심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http://jnga.blog.me/80192959444

자비를 팔다: 테레사 수녀의 두 얼굴
자비를 팔다 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출판 모멘토 발매 2008.01.15 리뷰보기 사람들은 순수함을 꽤나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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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이러한데.. '대가'를 구하지 말고 친절을 베풀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라는 아들러의 주장은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일전에 추천했던 기브 앤드 테이크처럼, 끊임없이 남에게 베푸는 기버들이 '협력의 진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http://blog.naver.com/hong8706/40190535254

기브앤테이크 - 왜 나누는 사람이 성공하는가?
일전에 소개했던 책, "영장류 게임"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권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세계적인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과의 교수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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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동체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이 책은 한국인에게 매우 귀한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고향 경상도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남사 시럽구로, 어째 그런댜?"라는 말입니다. 굳이 번역해 보면 "남 부끄럽게,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라고 번역할 수 있겠네요.


예. 말 그대로 모든 행동의 준거 기준은 '남의 시선'입니다. 


항상 체면을 생각하고,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사는 공동체. 그게 제가 태어난 고향 마을의 모습입니다. 당연히 '공부'가 엄청 중요합니다. 설이나 추석 때 고향 내려가면 항상 하는 이야기는 정해져 있습니다. 윗 동네 누구는 어디 다니고, 아랫 동네 머시기는 어디 진학했다. 그리고 누구 결혼식에서는 정말 먹을 게 없었다 등등


모두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읽고 뒷다마 까기라고 해석하는)만 합니다. 


어쩌면 이해는 됩니다. 쌀농사 문화권, 그것도 소농 중심의 주자학 도덕 세례가 수 백년에 걸쳐 내려온 세상. 그런 세상에서 자란 노인분들이 자본주의 사회, 그것도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어릴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냈지만, 고향 떠난지 사십년이 지나도록 전혀 변화 없는 세상을 만나면.. 이제는 슬슬 무섭기까지 합니다.


물론 이해는 됩니다. 어려서부터 지속적으로 세뇌 당했고, 또 1997년 이후 시작된 장기불황으로 제대로 된 직장 찾기 어려워지면서.. 어쩌면 이런 외부로부터의 압력은 이제 '지상명제'가 된 것 같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남의 시선 의식하고.. 또 남들이 좋다는 직장에 취직한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1993년부터 남들이 좋다는 직장을 단 한차례의 경력 단절도 없이 다니고 있습니다만.. (저 포함해서)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대목에서 오늘 소개하는 책의 조언은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책 160~161 페이지 부분). 


철학자: 공부하는 것은 아이의 과제일세. 거기에 대고 부모가 "공부해"라고 명령하는 것은 타인의 과제에, 비유하자면 흙투성이의 발을 들이미는 행위일세. 그러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지. 우리는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라는 관점에서 과제와 타인의 과제를 분리할 필요가 있네. 


청년: 분리해서, 어떻게 한다는 거죠?


철학자: 타인의 과제에는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 그것 뿐일세.


청년: 그것뿐, 이라고요?


철학자: 모든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대부분 타인의 과제에 함부로 침범하는 것-혹은 자신의 과제에 (남이) 함부로 철범해 들어오는 것-에 의해 발생한다네. (자신과 남의) 과제를 분리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관계가 급격히 달라질 걸세.

이 책의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부분은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결국 우리의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고민이며.. 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주어진 조건 아래) 자신의 과제와 남의 과제를 분리하는 것 뿐이라는 주장은 깊히 곱씹을만 하다고 봅니다. 


조금 더 인용해보겠습니다(책 170~171 페이지 부분). 


청년: 선생님은 부하직원과 상사와의 관계를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철학자: "저 상사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누가봐도 원인론이지. 그러지 말고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상사를 싫어하기로 했다"라거나 "내 무능력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싫어하는 상사를 만들어 냈다"라고 생각하는 걸세. 목적론적인 발상을 하는 거지.


청년: 선생님이 사랑해 마지 않는 목적론으로 생각하면 그렇겠죠. 하지만 제 경우는 다릅니다!


철학자: 만약 자네가 과제를 분리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즉 상사가 아무리 부당하게 화를 내도 그것은 '나'의 과제가 아닐세. 상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지. 자네가 먼저 다가갈 필요도 없고, 고개를 숙일 필요도 없어. 자네가 할 일은, 내 인생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내 과제를 직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어떨까? 


청년: 하지만 그것은.. 


철학자: 인간은 모두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네. 이를테면 부모님과 형의 관계일수도 있고, 직장동료와의 관계일수도 있지. (중략) 나의 제안은 이렇네. 먼저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생각하게. 그리고 과제를 분리하게. 어디까지가 내 과제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의 과제인가. 냉정하게 선을 긋는 걸세. 그리고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이것이야 말로 구체적이고도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네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문제'이니까요.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건 솔직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자신의 문제인지, 아니면 남의 문제까지 끌어앉고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고통 받는가?


더 나아가 남의 문제에 개입한다면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 가족? 아니면 회사 사람? 더 나아가 인류?


저는 그 범위를 '친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제가 휴일날 도서관에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결국 제가 행복하기 위함이니까 말입니다. 제 주위의 사람들과 잘 지내고, 그들이 고통 받지 않기 위해 내가 뭐 할 게 없는가? 더 나아가, 나의 본능적인 욕구를 가로막는 저해 요인을 해결할 방법은 없는가? 등등 말입니다.


암튼.. 오지랍 넓게 남의 일에 간섭하고.. 또 남이 나에게 던져준 과제에 얽메여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이 책의 주장에 부분 공감하게 됩니다. 남들이 보기에 잘 살아가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속으로 곪아가는 이유는.. 결국 남에게 보여주는 인생을 살며,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잔뜩 짊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듭니다 ㅋ


개똥철학이라고 해도 좋고.. 또 이기적인 태도 아니냐고 말씀하셔도 좋고.. 암튼 저는 이 책의 중반부까지는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을 푸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