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철학에게 미래를 묻다

억스리 2012. 10. 19. 11:22

[출처] http://enneaplus.blog.me/140161337054


작가 
안광복 
출판 
휴머니스트 
발매 
2012.04.23

 

지금 이순간, 당신은 기록되고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과 전체적인 틀과 흐름을 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나는 전자에 속한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후자의 그룹에 속하는 소수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될 것이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은 행복할 수는 있다. 그리고 집중과 몰입도에 있어서는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어서 여러 상황들을 야무지게 대처하지는 못할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교사이면서 철학박사인 안광복은 <철학에게 미래를 묻다>에서  ‘상식을 깨는 22개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내용으로 우리시대의 불안과 희망을 들려주고 있다. 사생활, 집중력, 다이어트, 공짜 경제, 글로벌 푸드 등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통해 철학을 말하고 있다. 그가 말하길 유명한 사상가들은 시대의 큰 목소리를 이루는데, 그들의 주장은 당연히 상식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상식을 깨는 목소리는 소수 이론가들의 몫이기 때문이란다.

 

나는 유망주를 발굴하는 심정으로 ‘마이너리티 리포터’들을 찾았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서 시대의 흐름을 짚어내려고 애썼다. 이 같은 노력은 수사관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범인은 눈에 띌 만한 증거는 곧잘 감춰 버린다. 그러나 소소한 단서는 흘려 놓기 쉽다. 나는 ‘우리시대’라는 범인이 놓칠 만한 소소한 주제들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미래를 읽으려 했다.(6쪽)

 

이 책은 다른 철학서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우리의 밀접한 생활에 대해 다룬 것이 많아서 마치 사회학자의 예리한 눈초리로 관찰하고 쓴 글처럼 느껴졌다. 그러므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자세하게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의 최고의 가치 또는 덕목은 무엇일까? 바로 ‘자유’이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느 정도로 자유롭게 살고 있을까? 공동체도 이미 해체되었고, 대가족의 가족구조에서도 벗어나 개인주의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상당히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로워졌을까?

 

정해진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도 어디선가 나를 ‘감시’하는 이들이 튀어나온다. 요금 내는 날을 하루만 놓쳐도 어김없이 날아오는 독촉장이나 부모에게 자녀의 지각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 등등. 분명 우리는 북한만큼 잔인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 일상은 공개 처형이 일어나는 세상보다 훨씬 더 촘촘한 감시로 옥죄어 있다.(81쪽)

 

우리들은 어느 새 영화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도처에 우리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저장되고 있다. 우리들의 생활은 속속들이 공개되어 있다. 신용카드나 현금카드의 사용 내역, 버스나 지하철에서의 움직임 등 곳곳에는 우리의 감시자가 충실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 인터넷 공간도 마찬가지다. IP주소 하나면 나의 모든 접속이 밝혀진다. 닭 먹고 오리발 내밀던 시대는 이미 강 건너 간 것이다.

 

우리 시대에는 권력을 쥔 자들 또한 철저히 감시당한다.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들이 권력자들을 감시하는 데도 쓰인다. 뉴스에 등장하는 숱한 비리 증거 화면들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CCTV카메라는 권력자들의 잘못을 잡아내는 데도 요긴하게 쓰인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무리 힘센 사람도 눈치를 보며 살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힘센 권력자라도 무수히 많은 인터넷 사이트와 게시판을 완벽하게 다스릴 방법은 없다. 잘못은 어디서든 드러날 수 있고, 이에 따라 여론은 무섭게 타오른다. 결국 우리는 권력자들은 시민을 감시하고 시민은 권력자를 감시하는 ‘거울 같은 세상’에서 사는 셈이다.(85쪽)

 

이제 우리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우리의 자유는 감시 속에서 정해진 틀에 맞춰 길들여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사회가 허락하는 것들, 곧 ‘바랄 수 있는 것들’만 바라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길들여지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 자유와 의지는 어디에 있는가? 어느 것에도 예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는 없을까? 또 미래의 자유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