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월든

억스리 2010. 8. 5. 17:13

 

지난달 후배 하나가 시골로 내려간다며 인사를 하러 왔다. 촉망받던 인재라 회사에서는 아쉬웠겠지만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후배는 나이 서른에 미혼. 시골로 향하는 후배 앞에 내놓았던 책이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 월든 > (이레)이다.

 

 

월든 > 은 미국의 사상가 소로우가 미국 동북부에 있는 한적한 월든 호숫가에서 살았던 숲속 생활의 세밀한 일기이자 명상의 기록이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하루하루의 이야기지만 책에 매료되는 것은 순간이다. 하버드 출신 사상가의 무한도전이라고나 할까. 소로우가 칩거를 시작한 것이 1854년이니, 벌써 150년 전에 소로우는 물질만능주의를 거부하고 지극히 소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던 것이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는 소로우의 말은 '쉬우나 쉽지 않은 자기식대로 살기'에 대해 고민하게 했고 나에게 긴 여행을 떠날 수 있게 자신감을 안겨줬다.

 

1년간의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온 후, 무엇을 얻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도 < 월든 > 이 먼저 떠올랐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본다고 했던가. 여행 전에는 그의 책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을 봤다면, 여행 후에는 무소유의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콕 박혔다. '그래, 사는 데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하지 않아. 왜 우리는 계속 쓰레기를 쌓아가기 위해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는가'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책을 다시 끌어안았다.

 

후배에게 건네면서 책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역시 다른 메시지를 찾았다. 앞으로 내가 소로우처럼 숲속으로 들어가게 될지, 사막 위를 떠돌지, 욕망의 도시 서울을 계속 헤매고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보석처럼 빛나는 이 책을 들춰볼 것 같다.



" 내가 숲속에 들어간 이유는 
신중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생에서 꼭 알아야할 일을 
과연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 이르렀을 때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도록하기 위해서였다. 
삶이란 그처럼 소중한 것이기에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고 싶지 않았고, 
도저히 불가피하기 전에는 
체념을 익힐 생각도 없었다. 
나는 깊이있게 살면서 
인생의 모든 정수를 뽑아내고 싶었고,
강인하고 엄격하게 삶으로써 
삶이 아닌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 월든중에서





'문화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타적 인간의 출현  (0) 2010.08.05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0) 2010.08.05
BIG SHORT  (0) 2010.07.27
일본의 버블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암시  (0) 2010.07.18
지금 스마트머니는 탄소에 투자한다  (0) 201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