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죽음, 끝이 아닌 시작... '천국보다 아름다운'

억스리 2009. 12. 28. 10:52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

목석도 춤추게 한다는 하프연주를 하는 오르페우스와

아름다운 에우리디케가 그 주인공입니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그들에게 에우리디케가 독사에 물려 죽는 시련이 닥칩니다.

오르페우스는 가슴 저미는 노래로 하데스의 마음을 움직여

지하세계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나오지요.

단,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조건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에우리디케의 손을 잡고 지상으로 올라가던 오르페우스의 가슴속에

에우리디케가 정말 자신을 따라 오고 있는지, 자신이 하데스에게 속은 건 아닌지

의심이 자리잡고 되고,  결국 오르페우스는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 순간 오르페우스의 뒤를 따라 오고 있던 에우리디케는 사라져버립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안타까움에

의심을 품은 오르페우스를 탓했습니다. 

그가 뒤돌아보지만 않았다면, 의심을 품지만 않았다면...

그들은 다시 지상에서 행복한 연인이 되었을 텐데...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 꿈이 무엇을 가져오나?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이 이런 제 아쉬움 가득한 마음에 행복하게 답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로버트가 1년전에 죽은 동생 크리스의 이야기를

영매를 통해 전달받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크리스는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던 크리스는 앤과 아이들 주위에서 떠돌다

서머랜드(천국)로 가서 앤이 죽은 후 만날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잃고 슬픔 속에서 지내던 아내 앤은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윈터랜드(지옥보다는 지하세계라고 생각해요)로 갑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크리스가 앤을 서머랜드로 데려오기 위해

앤을 찾아나서는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앤과 함께 있기 위해,

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크리스.

그런 크리스의 사랑의 힘으로 그 순간 앤은 그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크리스만이라도 다시 서머랜드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앤, 상관없어. 당신이 없는 천국은 천국도 아니야.‘

‘이 지옥을 우리의 천국으로 만들면 돼’


크리스는 자신이 보여준 사랑의 힘으로 천국으로 돌아오지만

앤은 자살을 했기 때문에 천국에는 오지 못하고 대신 ‘환생’을 선택합니다.

그런 앤과 함께이기 위해 다시 세상에 내려가려고 하는 크리스.

정말 앤에 대한 크리스의 애착과 사랑이 느껴집니다.


‘이제 나는 나의 사랑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거야’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환상과 같은 이야기...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

크리스의 마지막 대사를 읽는데 마음이 먹먹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믿는 마음이 강했기에 크리스와 앤은

다시 만나서 사랑을 나누게 되겠지요. 긴 세월이 걸리긴 하겠지만요.


리처드 매디슨은 이 이야기를 위해 사후세계와 종교에 관한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이와 같지는 않더라도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될까요?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시작을 여는 햄릿 인용문이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해주네요.

 

옮기자면,

'죽는 것은 잠드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겠지.

육체의 짐을 벗었을 때 이 죽음의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꾸게 될까.

두렵구나' - 햄릿 3막 1장

 

리처드 매디슨도 어느정도 이런 세계가 있을 거라 생각을 했으니,

이렇게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우리와 만날 수 있었겠지요?

운명지어진대로의 삶이 아닌 ‘운명’도 바꿀 수 있다면

서머랜드와 윈터랜드 같은 곳이 존재한다면

삶을 살고 있는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크리스의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사랑과 영혼', '썸머스비', '천년의 사랑' 등등이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소설들~)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결말짓는데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그 운명을 뛰어넘으려는 크리스와 그의 사랑이 있어

또한번 다행이다 라고  되뇌어 봅니다.

드라마와 책에서만 꿈꿔볼 수 있는 그런 ‘동화같고,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꿈꿀 수 있는, 이룰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고 믿고싶네요 ^^

 

- 천국보다 아름다운! 영화 스틸컷을 찾아봤는데 너무 이쁘네요~

다른 사진들은 축소했지만 이건 이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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