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인강을 듣다 보면 문득 강사들의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 질 때가 있다.
특히나 정말 재미 없는 과목을 들을 때면.
특히나 회계나 세무 분야 과목을 들을 때가 그렇다. (그리고, 업무 특성상 당연히 회계나 세무 분야를 들을 일이 많다는게 함정) 정말 이 과목들은 어쩜 그렇게 재미도 없는지. 꼭 날 보는 것 같다.
그러던 중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부의 지도' 와 '세계사' 라는 대목 덕분에 회계 특유의 핵노잼을 극복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 때문이었나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책에는 분개나 계정 같은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왔다면, 아마도 악플로 도배했을 것이다. 대신 경제사와 경영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회계라고 하면 통상 재무제표와 계정 설명, 회계처리 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는데, 이 책은 재무회계 뿐만 아니라 관리회계, 기업재무 등을 폭 넓게 다룬다.
덕분에 장점이 많다, 계정이나 회계 처리 같은 지엽적이고 노잼 요소들 없이도 충분히 이야기를 끌어 낸다. 계정과 회계처리도 중요하다만, 그 부분은 회계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커버해 주면 되는거 아닌가.
회계라는 영역이 상당히 전문적 영역이다보니 혹여나 책을 읽다가도 독자들이 집중력을 잃어버리기 쉽다.
저자도 이를 걱정했는지, 회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을 등장 시키면서 회계와 경제사를 접목시킨다. 아마 회계 분야 강사들 중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비틀즈 같은 사람들로부터 회계 이야기를 끌어 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 희한한 일을 저자가 해냈다.
암튼 사람들이 많이들 들어봄직한 인물로 그 시대를 설명하고, 시대를 설명하면서 회계라는 토픽에 대해 이야기하니, 자연스레 스토리에 녹아들 수 있다.
최근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50대 사건으로 본 돈의 역사'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심지어 제목 긴 것도 비슷하다. 다만 돈의 역사는 역사적 사건들을 가지고 금융과 경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회계까지 다루는 '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와는 좀 다르지만 말이다.
사실 경제사 책을 좀 여러번 보다보니, 책에 나온 내용들은 대부분 어디서 들어봤던 이야기다. 다만, 파편화 되어 있는 에피소드들을 제대로 한 큐에 묶어 이야기를 해 주니,
'오~ 이게 이거랑 연결되는거였어?'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미국 남북전쟁과 'What a wonderful world' 라는 올드팝으로 유명한 가수 루이 암스트롱이 기업 공시나 연결회계와 관계 있다는 생각을 누가 해 보겠는가!
김정운 박사가 그의 역작 '에디톨로지'에서 지식과 정보의 구성이 중요하다 했는데, 저자는 남들이 어디선가 들어 봄직한 파편화된 에피소드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여 보여주니, 김정운 박사가 봤다면 '그래, 바로 이렇게' 라고 인정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재미를 추구하는 학자가 이렇게 핵노잼 분야를 시간들여 공들여 탐독할 것 같지 않지만.
암튼 이 책은 '알아야 하지만, 알기에는 너무나 핵노잼이라 접근 조차 하기 싫은 회계라는 분야를 쉽고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과 '파편화된 지식과 정보를 잘 구성하여, 제법 유용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만들었다'는 점 덕에 한번 쯤 읽어보는게 좋지 않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