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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 중국 경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억스리 2013. 10. 28. 11:08

[출처] http://pinepark.blog.me/60197782016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작가
랑셴핑, 쑨진
출판
책이있는풍경
발매
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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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78: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 랑셴핑, 쑨진 지음, 이지은 옮김, 책이있는풍경(2012, 3쇄), 550쪽..........(중국 톺아보기 26)

 

 

최근 중국 경제의 침체와 경착륙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한 포럼에서, 미국 프린스턴 대 폴 크루그먼 교수가 중국 경제에 대해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만으로 일궈온 초고속 성장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성장 둔화에 따른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혹 차이나 쇼크 닥치지 않을 까 염려하는 이들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리커창 총리가 경제 성장률을 낮춰 잡고, 지방정부 부채의 축소, 금융시스템 개선 등 개혁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거품 성장 속에 가려졌던 근본적인 취약점과 위기요인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미국식 해법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국제금융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좌파 경제학자인 홍콩 중문대 교수인 랑셴핑과 그의 학술 조수 역할을 하고 있는 쑨진이 공동으로 펴낸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中國經濟到了最危險的邊緣)’>란 책이다. 그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자본전쟁>으로 널리 알려진 학자다.  

 

 

중국 경제의 위기의 주범, 인플레이션과 부동산 거품

 

랑셴핑은 침체의 늪을 헤매는 중국 경제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진단한다.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과열된 부동산 시장, 폭리에 취해 개혁을 외면하는 국유기업, 위기에 직면한 민영기업들, 문제투성이의 금융정책에 도사린 고질적인 취약점과 문제점을 적시하면서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이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 중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내몰린 첫 번째 요인은 철도 건설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데 있다. 중국의 철도부는 4만 1,000km에 달하는 고속철 및 복선 전철 건설 사업에 2조 4,000억 위안을 쏟아 붓고 추가 비용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국가 보조금을 요청하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책과 10대 산업 진흥책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속철이나 고속도로 같은 대규모 토목 사업 추진을 위해 10조 위안이나 되는 돈을 찍어내면서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 2010년 말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은 식품, 과일, 의류 등 생활물가 상승으로 나타났고, 2011년 말에는 ‘돼지고기 대란’ 등 인민의 실물 경제에 심각한 여파를 미쳤다.  

 

랑셴핑은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나선형 인플레이션’의 특성을 보여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처음 식품 가격이 올라 서민 생활이 팍팍해지면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임금인상이 제조업과 농업 부문의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생활필수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한 중국의 경제학자들의 진단도 한 목소리가 아니다.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저우치런(周其仁) 원장은 과도한 외화예금이 주원인이라며 외인론을 제기한 반면,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샤빈(夏斌)은 공급 부족으로 물가가 인상되었다는 내인론을 주장했다.  

 

저자는 이 두 가지 원인론이 현실의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면서 비이성적인 정부 투자가 과도한 통화 발행의 도화선이 되었다며 ‘정부투자론’을 제기했다. 지방정부의 악성 채무의 구조조정이 시급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부동산 시장도 붕괴 직전의 조짐을 보인다. 토지개발권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인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통해 중국 경제를 견인했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신용대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20조에 육박하게 되어, 부동산 거품이 빠질 경우 집값 폭락과 대규모 금융위기로 이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다.  


 

중국 경제의 암, 국유기업의 독점의 횡포  

 

국유기업의 비효율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거대 국유기업인 페트로 차이나, 시노펙, 차이나 모바일 등은 정부의 직접 보조금은 물론 신용대출, 토지 임대, 자원세 등의 막대한 부가 보조금을 기반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보수 수준도 과도하게 높다. 2009년 상장한 중앙 국유기업 경영진의 연봉은 민간업체보다 61%나 높았다.  

 

국유기업의 최고의 폐단은 역시 이들이 시장독점을 통해 가격 상승을 좌지우지 한다는 데 있다. 페트라 차이나는 산하 기업 쿤룬가스를 통해 가스 공급량을 조절해가며 도매가격을 인상해 소매 업체의 가격 인상을 압박했다.  

 

3대 자동차 국유기업인 창안자동차(長安汽車), 장링자동차(江鈴汽車), 상하이자동차는 외국계 자본 유입을 합자형태로 규정한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시장을 독점하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국유기업들의 독점적 지위는 이들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30년 동안 합자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자체 기술 개발은 저조했고, “진정한 의미의 자체적인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자동차를 단 한 대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업체에 자국의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전수받겠다는 전략이 실패한 셈이다.  

 

송전 네트워크 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는 국가전력망공사는 독점이익을 토대로 닥치는 대로 기업을 집어삼키고 있고, 중국 3대 통신업계 거물인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유니콘, 차이나 텔레콤은 기간망 사용료를 마음대로 올리거나 광대역 통신 서비스 업체의 네트워크 사용 요금을 쥐락펴락하거나 아예 네트워크 공급을 중단하기도 한다.  

 

랑셴핑이 진단하는 중국의 다양한 국유기업들의 횡포와 폭리의 근원은 독점에 있다고 질타한다. 특히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할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에 대해서 감독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전력, 통신, 항공 등에서 요금 인상과 서비스의 저하를 불러와 결국 무고한 서민이 고통을 받는다.  

 

저자는 국유기업 독점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경제 운용 사례에서 도출한다. 누구든지 발전소를 세울 수 있도록 하되, 환경보호에 관한 항목을 중점적으로 체크하여 사업 허가 여부를 심사하거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팀에서 전기 요금의 조정을 심사토록 하는 미국의 합리적 방식을 본받을 것을 요구하는 것도 한 예다.  


 

폭리 취하는 무자비한 괴물 은행과 불안정한 중국 증시


2012년 중국의 민간 신용대출 시스템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살인적인 고금리가 주범이다. “장쑤성 쓰홍현 지역의 월 대출이자는 중국에서 가장 높은 50%를 기록했다.” 100위안을 빌렸을 때 연이자는 원금보다 여섯 배가 많은 600위안에 달했다.

 

하지만 민간 신용대출 시장의 과열은 중국 은행과 국유기업의 고리대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 뿐 아니라 중국의 국유기업들이 대놓고 고리의 대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민간 자본의 고리대 사업을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민이나 사정이 급한 중소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민간 신용대출에 매달리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정부의 은행시스템에서 대규모 민간 프로젝트에 신용대출을 쉽게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2008년에 ‘대출만 가능하고 예금은 취급하지 않는’ 소액 대출 업체의 설립을 허가함으로써 3천여 개의 소액 대출 업체가 생겼지만, 자본금에만 의존한 대출 능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지속적 경영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민간 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막고 있는 건 정상적인 시장 경제의 금융시스템 구축에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중국 증시의 불안정성도 중국증권관리감독위원회의 지나친 관치에 기인한다. 저자는 중국 증시를 개혁하려면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의 경쟁을 허용하고, 위원회가 갖고 있는 구조조정 및 주식 추가 발행 심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미국처럼 상장을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을 투자자의 손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민영기업들의 허약한 체질도 문제가 심각하다. 2011년엔 중국 유명 가구의 대명사인 다빈치 가구가 싸구려 가구를 해외의 고가 명품 가구로 속여 판 사실이 폭로됐다. 마구잡이식으로 해외 제품들을 베끼기에 열중하는 중국 기업들의 안이한 경영 행태의 표본적 사례다. 이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 무신경한 중국 정부에게도 책임이 크다.

 

또한 부가가치세 이외에 부과되던 영업세 등 중소기업 및 소기업들에게 부과되는 높은 세율,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의 제한, 잦은 원자재 가격 파동 등이 민영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저자는 중소기업의 진흥을 위해 정부에서 종합적인 납세상한법을 내놓거나 업계와 상품에 따라 부가가치세 세율을 설정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안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민주화 없는 경제 자유화는 없다.  

 

랑셴핑은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을 들춰내고 철저한 개혁을 주문한다. 그가 진단하는 중국 경제의 핵심적인 병폐의 본질은 중국 정부의 지나친 관치와 국유기업들의 독점의 폐해다. 이를 혁파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가장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를 작동시키고 있는 미국의 해법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들은 매우 구체적이다. 미국, 영국, 홍콩, 독일의 실제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중국 당국에 이를 본받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제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유사한 부문에서의 미국의 효과적인 제도를 비교해 줌으로써 중국 경제 운영의 낙후성을 부각시키고, 실효성이 큰 제도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왜 랑셴핑은 모든 부분의 개혁의 비법으로 최고의 경쟁 상대인 미국의 경제 운용 사례를 들고 있을까? 미국식 방식의 핵심은 자율과 경쟁이다. 결국 그는 중국 경제가 살 길은 독점의 폐해를 줄이고 민간의 활력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역시,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있는 셈이다.  

 

랑셴핑이 제시한 각 부문별 해법은 일견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암적 존재들을 혁신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탁상공론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는 경제의 제반 문제점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조명하고 그에 따른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랑셴핑은 경제 제도의 운용이 국가의 정치적 제도와 사회문화적 환경과 시민의 역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중국 경제 기반의 취약점은 이들이 시장경제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실상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운용의 잘못된 관성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어서, 자유주의 시장 경제 운용의 작동 원리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개혁방안의 핵심에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운용의 철학인 독점의 완화와 경제 자유화의 기조가 공통적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일당독재와 국유기업과의 끈끈한 유착을 깰 수 있어야 하고 경제 자유화와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철학의 내면화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를 뒷받침한 민주적 법 질서의 확립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삼권 분립과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적 정치원리조차 외면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철학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내 아쉬웠던 점은 저자가 중국 경제의 각 부문별 혁신 방안으로 미국의 사례를 꼬박 꼬박 들면서, 정작 그러한 제도가 미국에서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통찰하고, 이러한 근원적 환경 조성을 위해 중국 정부가 해야 할 창조적 혁신을 왜 주문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었다.  

 

중국은 경제체제는 물론 국가통치체제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주도의 공급 중심의 경제 운용방식에서 민간 주도의 소비자 중심의 경제 운영 방식으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새롭게 요구되는 경제 운용방식은 필연적으로 현재의 공산당 일당독재의 정치체제와 불화할 수밖에 없다. 랑셴핑 또한 이를 모를 리 없다. 현재의 공산당 독재체제로는 한계에 직면한 경제적 비효율성을 결코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없다.  

 

랑셴핑이 정말 혜안과 양심을 갖춘 지식인이라면 경제개혁의 전제조건으로 다당제와 국민의 민주적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체제로의 변화를 촉구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랑셴핑은 미국식 해법을 주문하면서도 정작 미국에서 배워야 할 시장경제의 밑바닥을 흐르는 도도한 철학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체제, 사회 문화적 준칙들에 대해서는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좌파 경제학자의 충실한 자기검열 때문일까?아니면 그는 정말 경제적 문제가 오로지 경제적 측면에서 모두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헛똑똑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