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우석훈의 디버블링을 읽고, 생태경제학이 대안인가

억스리 2012. 6. 14. 09:35

디버블링

작가
우석훈
출판
개마고원
발매
2011.02.21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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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PI 2,000을 돌파하고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음에도 다시 태어나면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 땅의 20대는 등록금을 걱정하고 30대는 집값마련에 기를 쓰고 40대는 고용불안을 안고 살아갑니다. 왜 그럴까요?

 

디버블링(Debubbling)은 베스트 셀러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교수의 생태 경제학 시리즈에서 나왔습니다. 다소 생소한 생태 경제학은 토건주의의 대안으로서 생태적인 비즈니스를 통해 경제재성장의 동력을 찾는 경제학입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그렇듯이 저자 역시

1)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2)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 후

3) 저자의 경제학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라는 방식으로 글을 풀었습니다. 다만 한국학자가 한국을 그렸기에 조금 난해하면서도 외국서적보다 더 통쾌합니다. 이전에 읽었던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보다 더 깊게 한국을 파헤쳤기에 읽은 재미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을 알고 싶으면 5만원 권 지폐를 보라

디버블링에선 강남TK를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실세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세력으로도 묘사하고 있습니다.

 

화폐개혁이 아닌 음성적인 밀실 거래를 더욱 쉽게 하기 위한 고액권 발행의 역전수를 띄었다. (중략) 보통 사회적 갈등이 생기면 소수 지배층은 하나를 얻는 대신 그보다는 좀 작은 규모의 다른 하나를 양보하게 되는데, 토건 경제를 화폐 정책으로 제어하고자 했던 이 시도에서는 양보 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다 얻어갔다. - 31p

 

5만원권에는 신사임당이 있습니다. 아들을 잘 키워낸 이른바 대치동 맘을 꿈꾸는 극렬 교육 엄마와 지탱해 주는 강남TK의 소망 말입니다. 명쾌합니다.

 

1장 생식의 위기, 가족의 위기

등록금이 천만 원이 넘는 시대에 사는 대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됩니다. 국가가 대안이랍시고 조금 더 저렴한 금리의 대출상품만 소개하면서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힘(만)내라고 외쳐대는 현실입니다. 그들에게는 사랑도 소중하지만 돈도 필수적입니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결혼보다는 저비용 구조인 동거를 선택하기보다는 아예 결혼을 하지 않은 방식을 집단적으로 선택한 거 같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의 증가는 가장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주거형태가 아파트가 아닌 럭셔리한 원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빛을 내서 산 아파트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마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토건(토목+건축)산업의 몰락에서 오는 경기 침체를 과연 한국이 그리고 한국 국민이 버틸 수 있냐고 반문합니다. 대안으로는 게이 커플의 인정, 주급제의 도입을 제시하고 있으나 사회 구조를 변경하는 것 이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2장 토무현, 토명박, 토근혜, 그리고 토건의 완성

한국에서 작은 부자와 중산층은 아파트를 따라 움직이지만, 진짜 부자와 세력가는 도로를 따라 움직인다. 최소 다섯 배에서 보통은 10, 그것도 2~3년 이내에 돈을 벌 수 있다. (중략) 평창으로 내려간 투기꾼들은 하수들이다. 그들은 10년간 기다려온 시간이 아까워 결국 대통령도 움직이게 하고 이건희도 움직이게 할 정도로 무리를 하게 되었고, 그에 따른 비용 지출만이 늘어나게 되었다. – 164p

 

이 책이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가 좌파인 저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토건주의의 화신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국토 균형 개발 + 지역 균형 발전은 모든 선한 의도를 토건으로 바꾸어 버리는 연금술사의 마법의 돌처럼, 지방수도 이전, 그린벨트 개발, 골프장 난립 등으로 바뀌게 됩니다.

2장에서 저자는 대안으로 환경을 해치지 않고도 경제성장을 할 수 있는 생태경제학을 최고의 대안이라고 꺼내 듭니다. 방식이 투박해서 (실제론 노무현 정권 때보단 심하진 않은데도) 토건 신봉자로 알려진 명박 정권과 향후 박근혜 또는 차기 정권 역시 토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이 생태 경제학을 해야 될 적기라고 말합니다.

 

3 2012년 대선과 탈토건의 정치경제학

4대강 정도의 사안이라면 식수원과 관련된 안전성 그리고 교량 등 사업 구간 시설의 안정성 여부에 대한 정밀 진단이 있었어야 했다. 4대강 사업에서는 감사원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공사 입장으로는 22억을 그냥 가져갈 기회이니깐 좋았을 것 같지만, 오염이 생기면 피해자가 생긴다는 것은 간단한 물리의 법칙이다. – 304p

 

미국에 이어 일본도 고생하고 있는 토건과 부동산 투기에 의한 거품(버블)의 불안함을 대한민국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처럼 금을 싹 쓸어가는 기축통화도 하지 않는 한국정부가 멀쩡한 청사를 새로 짓고 ’5세훈이시장이 한강 둔치 새로운 놀이기구를 만들다 보면 적자재정을 하게 되고 그 부담은 국민들에게 전가됩니다.

다만 노무현이 골프를 좋아해서, 지도층이 골프를 통해 부적절한 토건 사업이 시행되는 걸 진저리를 내는 저자가 골프를 아직까지는 치지 않는좌파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부문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물론 골프장 건설이 생태학적으로 환경을 해치기에 그 기분을 이해는 합니다만 골프장처럼 위락(?)시설도 일정 부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내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생태경제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나 토건과 같은 경제성과를 낼 수 있는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다만 20대의 빈곤화와 가족의 감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생태경제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기엔 경제학자들이 변명으로 항상 말하는 알려지지 않은 변수너무 많습니다.

 

4장 디버블링과 국민경제의 생태적 대전환

일주일에 이틀 일하는 정규직, 재택근무 그리고 완전연봉제, 사교육 폐지, 4일제 수업, 등록금 100만원 시대, 무료 버스 운행, 생태적 세제개편, 마케팅 사회의 해체 – 4장 목차 중에서

 

이 장에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생태경제학의 현실적용방안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목차를 봐도 감이 잡히듯이 좀 덜 벌되 좀 더 윤택하게 살아보는 주의로 보여집니다. 일주일에 이틀 일하고 그것 마저 재택 근무를 한다면, 친환경사업이라 하고선 4대강 공사를 하는 말뿐인 그린사업인 아니라 교통이 줄어들어 자연스런 그린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덜 일하는 게 오히려 여가시간 증가로 인해 책도 읽고 휴식도 취함으로써 창의성과 종합성을 기르게 되어 사회가 윤택해 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저자가 주장한 대로 창의성을 중시하는 예술집단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 등 2차 산업에서는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제조업에서는 재택근무가 매우 어렵고 숙련자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원하기 때문에 2일 근무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대학교 100만원 역시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재단이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한 적립금과 묶여있는 돈 대신 쓸 대학예산을 오롯이 등록금으로 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100만원 등록금은 현실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결론적으로 생태경제학이 토건사업의 경제성을 대체할 수 있는가?

한국이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엔 공감합니다. 그런데도 더 앞을 향해 달리라는 명박 정부에게 피로감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2012년 대선에는 분명 경제보단 복지정책이 주가 될 것입니다. 생태경제학은 여러모로 복지정책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다만 2009년처럼 국제적인 경제침체가 다시 발생한다면, 과연 그 때에도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일본이 저자의 말대로라면 토건의 거품을 해쳐 나오다 파산했을 법한데도 쓰나미와 지진에 원자력 발전소도 터지는 이 상황에서도 경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제조업 강국이기에 라는 답을 가지고 있기에, 생태경제학은 분명 좋은 대안이지만 향후 미래는 지금의 토건사업이 생태경제학일지는 몰라도 일정 부분 복지강화를 도입하는 절충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케팅 사회의 해체를 원해서 그런지 홍보 한 번 제대로 안 한 이 책을 발행 첫 날에 찾아 읽은 나도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웃음) 한국사회를 신문과 TV라는 어쩌면 명박 정권이 들면서 특히 더한 꼭두각시 매체 너머 또 다른 진실이 있다라는 생각을 해 준 점에서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독자의 손에 오기엔 명박 정권처럼 너무 투박하여 마치 연구소 논문을 읽는 느낌이 조금 아쉽습니다.

 

p.s.

왜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맬서스를 그렇게도 좋아할까요? 맬서스의 인구론은 결국 선진국의 인구감소로 틀린 경제학이 되었음에도 말이죠. 몇 달 전에 회사 건물 지하 구내 식당 입구에서 인상적인 문구가 있어 참고로 올립니다.

 

세상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정확한 비평을 하는 비관론자가 대체로 옳다.

다만 낙관론자가 세상을 바꾸어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