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출처] http://moonlgt2.tistory.com/217
인생을 비관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런데 왜 자살하지 않습니까"라고 다소 잔인한 질문을 하던 정신과 의사가 있었다.
물론 나쁜 마음에서 던진 질문이 아니라 인생을 비관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조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자식들이 걸려서..지금까지 살아온게 억울해서..등등 수 많은 대답이 돌아 왔지만 결론은 하나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죽음의 수용소로 유명한 아우슈비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인간 문제의 가장 심오한 의미에 초점을 둔 한 사람의 극적인 생존경험담을 책으로 펴 냈다.
아우슈비츠에서 수감했던 나날들을 연대기식으로 써나간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극한의 두려움과 절망속에서 수감자들이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밝혀 내고자 한 가벼운 정신의학서적이다.
사회에서 은행총재를 하던 사람, 교수를 하던 사람, 저자같이 정신과 의사를 하던 사람....
이 모든 사람들이 수용소에 들어가는 순간, 그 사람의 이름은 지워지고 단지 하나의 번호만 부여받는다.
자신의 이름은 물론, 사회의 모든 배경이 무시되고 단지 번호로만 불리고 통용되는 곳에서 인간의 자존심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의 발가벗겨진 몸둥아리 하나만 달랑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이 겪게 되는 '1단계 심리적 충격'이다.
나의 자존과 명예, 친구들에게 불리던 이름들은 어디 가고 단지 번호로만 통용되는 무시무시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개인이 받을 충격을 상상해 보라.
수용소 안에는 같은 수감자이면서도 나치에 의해 선택되어 동료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카포'가 있다.
'카포'는 그 역할을 하는 동안에는 가스실로 가는 운명을 연장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기 때문에 나치의 신임을 받으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같은 수감자 동료들에게 잔인하게 구는 행태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카포'의 권위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저 사람은 사회 있었을 때 고작 은행총재의 자리에 있었대..그런데 지금 저기서 카포까지 하고 있어'라는 말을 수감자들이 수군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수감자들은 매일같이 가스실로 끌려가는 사람들 속에 포함되지 않으려는 처절한 생존경쟁과 '카포'들로 인한 극한의 두려움을 맛보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잃을 이성이 없게 만드는 숱한 좌절과 모든 희망이 꺾여져 나가는 절망을 차례로 맛보며 수감자들은 '2단계의 심리적 무감각'에 진입하게 된다.
무감각이란 더 이상 기댈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마지막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가스실로 가는 것도 별로 두렵지가 않다.
밤에 잠을 잘 때는 먹는 꿈을 꾸며 일순간이나마 행복한 순간을 맛보기도 하는 것이 이 단계다.
그리고 1단계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려고 격려하며 동료를 지키고 싶어하던 마음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이제는 나의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 아니면 매사에 철저한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의식 깊은 곳에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단 하나 살아있는 것은 가족, 연인, 친지, 그리고 세상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감정이다.
서쪽 하늘에 보이는 저녁 노을을 보며 수감자들은 마음속으로 탄성을 내지른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수용소에서는 매 순간 본인이 모르는 새 죽음의 순간들이 찾아왔다가 비켜간다.
바깥에 공사하러 가는데 자원하면 바깥바람도 쐴 수 있다고 유혹하면 죄수들은 트럭에 올라탄다.
잠시라도 죽음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보고픈 마음의 발로인 것이다. 하지만 트럭은 옆 수용소로 직행하여 그들을 죽여 버린다.
트럭에 올라 타느냐, 타지 않느냐가 죽음의 순간을 결정한 것이다.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이러한 불안한 환경에서의 삶을 한 저명한 연구전문 심리학자는 '일시적인 삶'이라고 규정했다.
그것이 몇 달이든, 몇 년이든, 그것은 일시적인 삶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삶에서는 자기에게 닥치는 모든 일이 무의미해지며 삶에 대한의지가 없다.
그저 의식없는 벌레처럼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지낼 뿐이다.
미래의 목표를 가지지 못해 스스로 퇴행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 중의 극소수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높은 영적인 경지에 올라 가기도 한다.
평범한 환경에서는 절대로 성취할 수 없는 높은 경지의 달관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강조한다.
이 모든 절망적인 것들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그것은 곧바로 죽음을 부른다고..
절망으로 가득찬 마음속 깊은 곳에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니체의 말을 다시 적어 본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