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억스리 2010. 3. 19. 14:45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김혜남 (갤리온,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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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는다. 이것 저것. 그럼 심리학은 질문에 대해 분석한다. 그런 질문을 하기까지의 상황과 질문자의 생각 등에 대해서... 하지만 이렇다할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작가가 말하길 정신분석학은 말 그대로 분석학이지, 답변을 제시해주고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란다.

 

하지만 누군가 이 책을 선택했다면, 또는 용기를 내어 신경정신과를 찾아가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한다면 그건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극복해 내고자, 응어리를 풀어내고자 한걸음 내딛은 것이고, 그것으로 하여금 무언가 선택의 방향을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지도 받기 위해 선택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불친절하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연의 어떤 것, 그리고 나를 이루고 있는 심리상태, 어린 시절의 공상들을 소름 끼치도록 정확히 짚어낸다. 이별 후 들으며 눈물 흘리던 유행가의 가사처럼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다. 공감하고 소통한다. 그러나 결론 지어주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를 똑바로 직시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캐묻지만 심리학은 답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답하다'를 발간했다. 묻다 발간 이후 수많은 이들이 왜 답은 해주지 않냐며 아우성을 쳤다고 한다. 그럴만 하다. 저자의 스펙이나 책의 제목이 충분히 지금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으니 말이다.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통해 나는 아직 2년이나 혹은 2년밖에 안 남은 서른이 마치 지금인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서른같이 느껴졌다. 30대에 해야할 고민을 지금 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이 지칭하는 서른살은 딱 30도 아닌 지금의 내 나이 20대후반에서 30대 초중반까지를 아우르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서른을, 어린 시절에 생각하기엔 완연한 어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서른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그러므로 초조해 할 필요 없으며, 자신이 뒤처진 건 아닌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준다.

 

서른은 완전한 어른이 아니라, 보다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서른을 어떻게 보냈느냐-20대 후반부터 30대 초중반을 어떻게 보냈느냐-가 어떤 어른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보다 어른스러운,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 나는 심리학이 서른살에게 해주는 답을 읽고 있다. 20대 후반에 이 책을 접하면서 내가 겪어야 할 시행착오들을 보다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 미래가 더 좋아졌을까 후회하기보다는 더 늦게 이 책을 만나지 않고 지금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나는 행운아다. 서른으로 향해 가는 20대 후반의 길목에서 이 책을 만났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