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책

2차대전의 마이너리그 _ 우리가 처한 현실에 어울리는 책.

억스리 2019. 4. 15. 17:45

[출처] https://blog.naver.com/armada1588/221513821464


영화나 드라마에 주인공만 있는건 아니다. 조연도 있고 보조출연도 있다.

어찌 영화나 드라마뿐이겠는가! 우리 사는 세상 만사도 별 다른게 없는것 같다. 누군가는 주인공이겠지만, 누군가는 주변인인게 이 세상 사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주연과 조연은 서로 비중은 다르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우리의 이목이 주연에 쏠리는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눈을 돌려 조연에 주목해 보면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역사나 밀리터리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 2차대전은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다. 축구로 따지면 프리미어리그, 영화로 따지면 마블 시리즈 급은 되는듯하다.

2차대전이라는 대서사시의 주인공은 단연 독일이다. 그리고 상대역으로는 영국이 적절하고 소련과 미국이 극강의 적수로 나올 법 하다.

그래서 2차대전을 다루는 이야기는 대부분 저들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아시아 전장을 넣어 일본과 중국을 넣기는 해도.

그 밖의 나라는 조연 내지 보조출연으로 취급된다.

2차대전의 마이너리그라는 바로 이 조연들, 그 중에서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다룬다.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가 2차대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된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

폴란드에게는 운명 그 자체였고, 핀란드에게는 피치 못할 선택이었으며, 이탈리아에게는 자충수였다.

그래서 이들은 전쟁에 임하는 자세나, 전쟁을 치르는 모습, 그리고 그 결과가 제각각 달랐다.

우선 폴란드는 독일과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다. 게다가 북유럽 평원 한복판이라 자연적 방벽도 없다. 따라서 유럽내 나라들간 충돌이 벌어질때면 그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기 쉽상이다.

2차대전은 공식적으로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시작되었다. 여기에 독일과 사전에 조약을 맺은 소련이 폴란드 동부를 침공하면서, 폴란드는 개전 초기에 나라가 박멸 당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국토가 유린되었지만 폴란드 국민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이 외국으로 후퇴했다가 병력을 집결한 뒤 연연합군의 축이 되어 독일과 싸웠고, 일부는 국내에서 저항세력을 구성하여 점령군에 맞서 싸웠다.

그렇게 피와 땀을 바쳐가며 싸워 결국에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그들이 맞이한 결말은 비극 그 자체였다.

독일을 밀어내고 폴란드를 차지한 세력은 폴란드가 아니라 소련이었다.

미국과 영국은 자신들과 같이 싸운 전우들을 철저히 외면하여, 폴란드가 독립된 주권국가가 아니라 소련의 위성국 신세로 떨어지는걸 방관했다.

한마디로 폴란드는 미국, 그리고 특히나 영국에게 뒤통수를 거하게 맞은 셈이다.

폴란드의 사례는 '만일 일본의 항복이 좀 더 늦어져서 우리나라 광복군이 우리나라 독립에 기여를 하게 되었으면, 한국전쟁은 안 일어나지 않았을까?' 라는 가설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폴란드처럼 전쟁 내내 참여한 이들도 뒤통수를 맞았는데, 우리라고 뒤통수를 맞지 않을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광복군이 들어 왔어도,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의 지원을 받은 우파 민족주의 세력과 좌파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세력간에 내전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랬다면 적어도 정부 형태를 갖췄고 전선이라는게 존재했던 한국과 북한 사이의 전쟁 보다, 더 많은 사람의 희생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나 더 덧붙이면, 그래도 돌아갈 조국이 있던 광복군에 비해, 그런 조국 조차 사라져버린 폴란드 참전 용사들의 처지는 더더욱 비참했다고 할 수 있다

핀란드 역시 소련이라는 거대한 나라에게 위협을 받았다. 하지만, 독-소 양측에 막강한 적 사이에 낀 폴란드와는 달리, 핀란드 주변에는 소련을 제외하고 그렇게 위협적인 적은 없었다. 아울러 자연적 방벽이 거의 없는 폴란드와 달리, 핀란드에는 매서운 추위와 호수라는 장벽이 있었다.

아울러 핀란드는 강대국에게 핍박받는 약소국이라는 이미지를 적극 활용, 소련 외에는 거의 적을 만들지 않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전쟁이 끝난 뒤에 소련에게 영토를 꽤 할양하긴 했지만, 독립은 유지할 수 있었고, 이후 경제 발전을 통해 살기 좋은 북유럽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탈리아는 말그대로 캐안습의 상황을 맞이했다. 지금도, 그때도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 인구면에서나 경제력면에서나 BIG5 안에 드는 강국이었지만, 역시나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 때도 정치 지도자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탈리아의 통치자 무솔리니는 파시즘의 선두주자로서, 모처럼 하나의 이탈리아를 이루는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잘못된 판단으로 전쟁에 뛰어들었으며, 전쟁에 뛰어 들고 나서도 연이은 삽질 행각으로 이탈리아를 괴멸로 몰고가며, 나라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주역이 된다.

결국 이탈리아는 전쟁 막바지 짧은 시간이지만 독일에게 장악당하기도 했고, 연합군에게 침공을 당하며, 당당히(?) 패전국의 주축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폴란드와 핀란드, 이탈리아는 비록 2차대전의 주역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솔직히 이탈리아에게 이런 표현이 어울릴련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ㅎ) 사람들의 관심은 끌지 못했어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며 족적을 남겼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2차대전의 마이너리그는 마치 출발 비디오 여행의 신스틸러 코너 처럼, 지나치기 쉽지만 사실 작품 내에서 상당한 임팩트를 자랑하는 조연을 소개해 주는 것과도 같은 그런 책인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의 메세지를 우리에게 안겨준다.

동북아, 혹은 북태평양 세계 질서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 그리고 러시아와 일본이라는 상당한 힘을 가진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다. 비록 5천만 인구와 세계 11위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은 나라임에는 분명하지만, 우리를 둘러싼 나라들의 체급 자체가 너무 크다보니, 우리의 국력이 그네들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건 어쩔 수 없다.

폴란드와 핀란드, 이탈리아는 모두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폴란드 처럼 강대국의 세력 대결 한 복판에 놓인 나라이지만, 핀란드처럼 깡패짓을 한 적 없는 작고 약한 나라 코스프레를 할 수 있다.

이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지정학적으로 교역로를 차단당할 위험이 있지만, 그네들처럼 반도에 산지도 많은 덕분에, 자연적 방벽이 거의 없다시피한 폴란드보다는 나라를 지키기에 좀 더 나은 수준이다.

우리의 경제력은 세계 11위 수준이며, 중앙집권체제가 확고하여 유사시에는 상당한 규모의 군수물자를 생산해 낼 수도 있기 때문에, 2차대전 당시 저들 세 나라보다 사정이 나은 면도 있다.

따라서 폴란드, 핀란드, 이탈리아가 2차대전때 보여준 행동과 그 결과는, 향후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우리가 유사시 어떻게 행동해야 나라를 지켜낼 수 있는지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이 점이 '2차대전의 마이너리그'가 가진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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