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dlguswo1221.blog.me/220052311518
고등학교 2학년시절 당시 우리나라에 첫 FTA 체결과 관련해서 자유무역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이슈였었다. 문학시간에 선생님께서 FTA에 관련한 찬반의견을 나누어서 5분 말하기 발표 숙제로 내주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찬성의 입장이여서 자료도 조사해보고 근거 논리를 만들어서 발표했었다. 이 책에서도 소개되어있는 '리카도 이론'이 그 근거였다.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초과 생산물을 서로 교환을 하여 전체적인 총 부의 양을 증가시킨다는 논리는 매력적으로 들렸다. 이과학생으로서도 뭔가 수학적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논리가 신기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그런 논리가 서양의 제국주의가 팽배하던시절,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열강은 산업화된 기반을 바탕으로 직물생산과 같은 2차산업 혹은 3차산업에 집중하고, 식민지는 1차산업(농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또한 근래에 들어서도 부자나라는 부자가 되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에 대한 이유에도 연관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강대국들이 자국중심의 질서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 신흥국들이 일어서는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든것 같다. WTO와 같은 무역기구의 설립으로부터 각종 지적재산권강화에 이르기까지, 강대국들은 빈민국들보다 훨씬더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을 하면서 사회적 부를 점점 키워가고, 빈민국들은 산업화를 이루기 어렵거나 결국 농업과 같은 1차산업에 머무르게되면서 가난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지는것 같다.

책에 소개가 되어있듯이 "부국들의 수출은 '좋은' 효과(수확 체증과 불완전 경쟁)을 얻는데 비해, 빈국들의 전통적인 수출품은 그 반대인 '나쁜' 효과(수확체감과 완전경쟁)를 얻는 것이다." (p.51)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초기 개발와 안정화가 어렵지만 틀이 갖추어지게 되면 생산단가가 낮아질 뿐더러 적은 노동으로도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윈도우가 소개되어있었다. 처음 개발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에 오른 다음에는 시장의 가격을 회사가 결정할 수 있고 지적재산권이라는 근거로 특별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지속적인 개발과 경쟁사들과의 경쟁도 있겠지만..) 반면 농업과 같은 1차산업에 집중하는 빈국들은 처음에는 생산을 통해 수입을 올릴 수 있으나,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결국 완전경쟁에 들어가게 되고 생산에 따른 부가가지가 점점 하락하게 된다. 예를들어 농작물 재배의 경우 처음에는 돈을 벌 수 있으나 해당 작물의 가치가 오르게되면 많은 사람들이 재배하여 작물가치가 내려가게되고, 날씨나 병충해와같은 불확실한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시장의 가격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완전 경쟁체제하에 있어야한다. 어떻게 보면 인식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간과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개념들을 여러 예시와 개념을 통해서 명확하게 정리해주어서 잘 와닿았던 것 같다. 특히 실제 사례중에 전후 독일의 처리에 관련한 모건소 플랜과 마셜플랜은 앞서 설명한 원리에 대한 역사적 실험이여서 더 흥미있었다. 독일의 재무장화를 걱정한 승전국들은 독일의 산업을 해체하고 모건소 플랜을 통하여 농업국가로 만들려고 했으나 점점 독일경제가 안좋아지고 주변 유럽국가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결국 미국을 주축으로한 승전국들은 이러한 악순환을 전환시키기위해서 마셜플랜을 통한 재산업화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구실 생활에 있어서 지도교수님이 이야기해주셨던 Positioning이라는 개념이 생각났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점점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운이라는 요소로만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사실 이 책도 요즘 들어서 드는 이런 고민 때문에 관심이가서 읽어보게 되었다. 그런점에 있어서 수확체증과 불완전 경쟁, 수확체감과 완전경쟁이라는 키워드는 참 의미있는 개념인것 같다. 비단 이 책의 내용이 국가와 국가간에 해당하는 내용만이라고 보진 않는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유사한 큰 틀내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연장선에서 과연 지금 내가 걸어온 길 그리고 내가 가진 역량을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부국의 길은 무엇일까. 그리고 코 앞에 닥친 위험을 모면하기 위하여 빈국의 길에 안주하는 선택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한편으로는 삶의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과연 나는 냉철하게 그 길을 구분할 수 있을까. 점점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와 가는 상황에 있어서 두렵기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설레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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