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ihappypower/220235413583
경기 침체, 저성장, 불경기라는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가 않고 익숙한 세상이다.
과거부터 다음 해의 경기 전망이 전년에 비해서 좋았던 적은 한 해도 없었다고 하는 말도 있던데, 그 말의 진위여부를 떠나서 요즘 시대는 정말 소비를 줄이고 근검절약을 해야할 것 같은 시대이다.
요즘의 내 삶을 보았을 때 주거비, 교육비, 생활비, 세금에 대한 부담은 나날이 늘고 있지만, 실질임금은 거의 제자리이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 것 밖에는 다른 대책이 없는 것 같다.
어떨 때는 많지 않은 급여가 나오는 지금의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소비를 그만두다'
이 책은 책 제목을 보았을 때 내게 매력을 주었고, 내 지금의 삶에 어떤 솔루션을 줄 것 같은 책이라는 기대감을 주었다.
어떻게 소비를 그만둘 수 있을까?
'삶과 노동, 소비를 일치시키는 순환사회로!'
이 책의 저자가 주창하는 내용을 요약하여 표현한 내용이다.
책을 읽고서 이 말의 의미를 알았다.
이 책은 '소비를 그만두다'라는 제목에서는 근검절약 생활의 팁을 알려줄 것 같은 책으로 느껴졌는데, 책 속의 내용은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다.
이 책은 절약하는 소비팁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저자의 소비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사회과학 성향의 에세이이다.
일본과 일본인을 중심으로 하여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세대의 차이, 서구 문화에 의해 변화된 일본 문화에 대한 비판, 금전 제일주의인 서구 문화에 대한 비판, 무조건 싼 물건을 사는 소비가 아닌 동네 공동체 사회를 위한 현명한 소비의 필요성, 동네 공동체와 함께 생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소비를 줄이기 위한 팁을 배우고자 했던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서구 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동네 공동체가 왜 중요한지를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비는 '살아가는 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를 원하고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벌어서 쓰는 행위'를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그만둘 소비는 바로 불필요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벌어서 쓰는 행위를 말한다.
먹고사는 데 돈을 쓰는 행위를 소비라 부르지 않는다.
현대인에게 소비는 채워지지 않는 생활을 반영하며 한편으로 정신적인 허기를 채우기 위한 보상행위로 변질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소비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1950년 생이다.
저자의 아버지 세대는 신기할 정도로 소비를 하지 않고 생산에만 매달렸고, 돈이 있어도 바빠서 쓸 시간이 없었고, 거의 매일을 일과 함께 삶이어서 소비자가 될 수 없는 세대였다고 한다.
과거에는 소비보다는 노동이 중요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회 전체가 소비화되면서부터 소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즉 돈이 있는지 없는지가 유일하고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요즘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는 인격도 학력도 아닌 재력이다.
재력이 있으면 인격도 학력도 보완이 되는 세상임을 느낀다.
이 책 중간에는 저자의 창업, 사업 실패, 재창업, 사업 성공, 다시 사업 실패, 그리고 다시 사업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펼쳤던 한 편의 사업 역사를 보는 듯 하기도 했다.
일본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면서 저자는 회사와 공동체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고, 특히 미국 문화에 대해서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을 하였다.
미국은 가족주의, 개인주의, 성과주의, 금전 제일주의가 심하다고 말한다.
미국인에게 자신의 몸을 의지할 곳은 가족밖에 없으며, 가족 외에 몸을 지켜주는 것은 돈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배경에는 미국의 건국사 자체가 원주민의 토지를 수탈할 역사였고, 다툼의 역사인 까닭에 필연적으로 동료 이외의 인간은 적이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해석을 처음 접했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해석이었다.
저자는 과거 일본 문화가 최선이라는 해석을 하고, 일본에 유입된 일본을 변화시킨 서구 문화는 잘못된 문화라고 지적한다.
자주 말하는 글로벌 표준은 글로벌이 아니라 그저 영국과 미국의 로컬 시스템의 해석이라고도 말한다.
글로벌리즘은 돈이라는 단일 척도로 세계를 재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일본 중심적인 의견에는 조금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우리가 글로벌을 지향하면서 따르고 있는 서구 문화에는 분명 문제가 많다는 점에는 공감을 하게 되었다.
정말 글로벌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를 위한 글로벌인지 아니면 서구 강대국을 위한 글로벌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 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월마트가 동네 기업을 집어삼키는 사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월마트 이펙트라는 책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월마트가 자전거 제조업체 허피에게 평소 생산 능력의 두 배에 달하는 자전거 물량을 갑자기 주문하면 허피는 어쩔 수 없이 인근 경쟁업체에 제조를 위탁하게 되고, 이때 허피의 제조기술이 자연스럽게 위탁업체로 가게 되어 허피는 기술 우위성을 잃게 되고, 누구나 같은 자전거를 만들어지는 상황이 되면 월마트는 자전거 매입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또한 PB 상품화해서 허피를 몰락시킨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그럴 수 있었으리라는 믿음이 가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대기업 할인점이 아닌 동네 상점에서 현명한 소비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동네 공동체를 살리는 현명한 소비가 동네를 살리고 나를 살리고 국가를 살린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이익이 적정하지 않거나 손해를 보게 되면 언제든 철수해버리는 이방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진보의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고 있다며 더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며 의미가 없다고 반복하여 말한다.
시장이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곡선을 그리던 과거를 지향하기 때문에 기업 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진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경제 저성장, 경제 침체, 경기 불황을 외치면서 현재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공허한 주장일 뿐이고, 어쩌면 이제는 조금은 천천히 가야할 때가 왔음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경제성장을 하지 않는 사회를 재설계하는 것만이 우리 상회에 남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이 책 내용 전부가 마음에 들거나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지나치게 일본 문화를 칭찬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서구 문화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보여주는 색다른 해석에는 많은 공감이 되었고, 서구 사회에 지나친 집착과 따라하기는 분명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주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동네와 공동체를 살리는 소비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실감했다.
저자는 얼마 전에 동네 상점가 한 귀퉁이에 동네 찻집을 열었고, 회사도 동네 근처로 이전을 했다고 한다.
출퇴근에 쓰던 왕복 두 시간을 유익하게 살면서 여유롭게 살고 있다고 한다.
부러운 삶이었다.
소비욕은 상품 더미 속을 오갈 때 커지고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로 가득 찬 업무, 그리고 삐거덕대는 인간관계를 메우려 할 때 더욱 자극을 받아 커지고, 현대인의 과잉 소비는 과잉 스트레스에서 오는 공허감을 메우기 위한 대상행동이다라는 저자의 마지막 메세지를 기억하면서 내 삶에도 불필요한 소비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근거가 되는 신념이다.(p.27)'
'인간이란 자신이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를 실현시키는 동물이다.(p.31)'
'세상에는 잘나가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최고로 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같은 전략과 이론을 적용한다고 해서 후발 주자가 선발 주자의 영광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결국 회사가 잘되느냐 안되느냐는 사람에 달린 것이고, 대부분 성공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p.80)'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시장이 없는 곳에 어떻게 시장을 만드느냐, 즉 시장창조라고 할 수 있다.(p.89)'
'일본의 기업문화는 종신고용, 연공서열 그리고 비정상적일 만큼 뜨거운 충성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p.109)'
'현실에서 성과주의를 실현하기는 어려웠다. 성과주의라 하면 객관적이라는 이미지가 풍기지만 어디까지를 성과롤 잡을지가 분명치 않아
결국 급여 산정자의 주관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p.112)'
'회사는 온갖 이해가 얽힌 역사적인 공동체이며, 일정부분 비합리적이더라도 실제 운용에 효과적인 구조가 존재한다.(p.114)'
'중국과 아프리카의 구석구석까지 도시화가 진행되면 문명은 진전할지 몰라도 문명을 떠받드는 자연은 파괴되고 지구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장소가 될지도 모른다.(p.127)
'한쪽 발이라도 흔들리지 않는 지점에 두고 다른 한쪽 발로 인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평온과 충족감은 확고한 토대 위에서 얻어지기 때문이다.(p.140)'
'낙수효과는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지게 되면 큰 나무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듯이 가난한 자에게도 자연히 부가 이동한다는 논리이다.(p.207)'
'어느 쪽을 고를 것이냐 하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양자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p.220)'
※ 소비를 그만두다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더숲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독서 후기] 소비를 그만두다|작성자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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