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hong8706/4014054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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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참고만 하세요)
1. 한국인 저자가 쓴 주식관련 서적을 애써 기피하셨던 분들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주식투자하며 느꼈던 고민 거리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입니다[별 다섯 개(★★★★★)].
2. 합리적인 기대이론에 기반한 기존의 경제서적에 염증을 느낀 분들에게도 강력 추천합니다[별 다섯 개(★★★★★)].
3. 딱딱한 경제이론 없는 경제관련 서적을 찾던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별 네 개 반(★★★★☆)].
4. 주식투자, 그리고 역사에 대해 관심 없는 분들은 안 읽으셔도 상관 없습니다[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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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고영성님(인터넷 필명 '그녀생각')의 새로운 책 "경제를 읽는 기술 - HIT"을 소개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서평을 쓰려 컴퓨터 앞에 앉으니, 추천사를 부탁하시며 저를 찾아 오셨던 그날이 떠오릅니다. 추천사를 부탁하시는 고영성님에게 제가 그랬죠. "맘에 안들면 추천사 안써드립니다" 그러나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러기에 추천사를 부탁드리러 온 겁니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ㅋ
그 덕분에 세 번이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한 번은 서평을 부탁하실 때, 두 번째는 지방출장 다녀오는 길에, 그리고 세 번째는 지금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요약하면서 읽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두 가지 부분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경제학 공부를 안한 사람이 어떻게 경제학 전공자보다 더 경제학에 대해 박식한가, 그리고 왜 난 비전공자도 깨달을 수 있었던 경제학의 기본적 전제가 가지고 있는 약점에 대해 무지했는가?
제가 고영성님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탄했던 것은 155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신고전파 경제학에 대한 비판 부분이었습니다. 고영성님은 롱텀캐피탈 매니지먼트(LTCM) 파산사건 등 경제학자가 개입한 수많은 실수과 위험을 개관하면서 "왜 경제학은 경제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데 이렇게 무력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신고전파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3가지 기본 전제(경제주체는 이기심에 따라 행동한다. 거래에 완전계약이 이뤄진다. 수확체증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합니다.
먼전 첫 번째 원리, “모든 경제 주체는 이기심에 근거해서만 움직인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에지워스의 말에 대해 통박합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많은 자선사업이 기부자들에게 의해 지원을 받고, 또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특히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수행했던 ‘최후통첩’ 게임 등에 따르면, 인간은 이기적인 동기만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게 밝혀집니다.
최후통첩 게임이란 100달러를 두 사람의 피 실험자 중에서 한 사람(A)에게 주고, A가 다른 한 사람(B)에게 100달러 중에서 일부를 주겠다고 제시하는 게임입니다. 만일 B가 이 제의를 거부하면 두 사람(A, B) 모두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반대로 B가 A의 제안을 수락하면, 두 사람은 100달러를 제안 비율에 따라 나눠가지게 되죠. 이 실험은 수 십 개 나라에서 행해졌는데, 그 결과는 모두 비슷했습니다.
A는 100달러 중에서 약 40% 이상을 B에게 제시했고, 또 B는 이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반대로 40% 이하의 돈을 제시한 경우에는 아주 극히 예외적인 경우(경제학과 학생들)를 제외하고는 모두 B가 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이기적인 동기만으로 인간이 움직인다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죠. 단돈 1달러라도 챙기려면 A의 제안을 수용하는 게 나을 텐데, 어떤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도 약 40% 선을 하회하는 제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거부를 표시했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인간 행동의 진화과정에 있죠. 제가 얼마전 소개한 책 ‘오래된 연장통’에서 설명했듯, 인간의 도덕룰은 아주 본능적인 것입니다. 즉 인간은 ‘공평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 강한 분노를 느끼는 식’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죠. 세계 만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도덕의 5가지 공통점에 대한 책(‘오래된 연장통’)의 설명을 읽다보면, 인간이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강한 터부 및 도덕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인간이 이런 도덕룰을 신봉하고 또 발전시켜 나간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장기적인 생존에 도움되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상대에게 모욕감(이 글에서는 매우 낮은 비율의 최후통첩)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물론 최후통첩 게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A) 상대(B)에게 1달러만 제시하고 자신이 99달러를 챙기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맞지 않다고 생각해 약 40달러 내외의 돈을 B에게 제시합니다. 아마도 인간의 대면접촉이 줄어드는 환경이 지속되면 점차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인간은 신고전파 경제학자(프랜시스 에지워스)의 말과 달리 그렇게 100% 이기적인 단순한 생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157페이지 부분에서 고영성씨는 신고전파의 두 번째 가정(완전계약)에 대해 통박합니다. 여기서 완전 계약이란 둘 이상의 당사자가 한쪽은 비용은 지불하고 다른 한쪽은 그에 상응하는 재화나 서비스 같은 어떤 행동을 취하겠다는 약속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고영성씨는 공해나 교육 등 외부효과가 나타나는 경우에 과연 거래에 완전계약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하며 저 역시 여기에 동의합니다.
제가 일전에 소개한 제프리 삭스 교수님의 책("커먼웰스 - 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 에서도 지적했듯, 환경문제는 기본적으로 '외부효과' 때문에 그토록 해결이 어려운 것입니다. 공해물질을 장마철에 몰래 방출하는 기업은 사회에 엄청난 환경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지만, 이 기업은 대신 환경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되기에 경쟁자에 비해 비용의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지구역 설정(=국립공원 등)이나 환경부담금 부과, 그리고 탄소배출권 거래 등의 다양한 해결책이 나오고 있지만 세상 어디도 환경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습니다. 오히려 세계GDP는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인간이 지구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형편이죠. 여기 어디에 '완전계약'이 존재합니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계약이 존재할 뿐이죠.
이뿐이 아닙니다. 노동시장은 환경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불완전계약' 문제가 존재하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든 이민 1세대는 이 국가 국민에 비해 평균 50% 내외의 소득을 올리며, 이민 2세대는 75∼80%의 소득을 올립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그 이유는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습니다. 어떤 노동자가 어느 수준의 지식과 근력, 그리고 어떤 수용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고용주가 알기란 불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 역시 자신의 능력을 고용주들에게 제대로 알릴 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면접 등이 얼마나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
더 나아가 기업주는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이민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낮은 임금을 강요하며, 또 이 나라의 근로자들은 이런 현상을 수용해 노동시장에 '분단(Segmatation)' 현상이 출현합니다. 1970년대 미국의 노동경제학자 피오르(Michael J. Piore)는 "분단 노동시장 이론"을 주창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정규직의 1차 노동시장과 비정규직(및 이민자 위주의) 2차 노동시장으로 분단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술적인 논쟁은 제쳐두더라도, 한국 노동시장이 정규직 시장과 비정규직 시장으로 분단되어 있는 징후 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동일한 노동에 대해 서로 다른 임금을 지급하는 분단된 시장에 '완전계약'이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159페이지에서 고영성씨는 신고전파의 세 번째 가정, "규모에 따른 수익 체감" 문제에 대해 강한 비판을 제기합니다. 18세기 말에 발생한 산업혁명, 그리고 2000년대 후반에 발생한 인터넷 혁명 등으로 인해 사회 경제 전반에 강력한 수확 체증 현상이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신고전파의 세 번째 가정 역시 불합리하다는 것이죠. 기업들은 수확체증을 기대할 수 있기에 몸집을 계속 불리며,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기에 더욱 더 혁신을 추구합니다. 그리고 그 혁신의 결과 독점기업이 되는 순간, 일체의 혁신을 거부하며 독점을 강화하기 위해 '비' 생산성적인 행동을 지속하죠.
결국 이런 분석의 결과, 고영성씨는 역사에 눈을 돌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간들이 19세기부터 만들어 온 수 많은 버블과 패닉 속에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책의 마지막 결론 부분은 약간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그건 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구경제학 관련 서적 집필 경험) 때문으로 이 부분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큰 문제 될 수 없는 듯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경제적 지식이 부족한 분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언어로 쓰여졌으며, 일반적 경제적 통념으로 이해 안되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제 블로그를 들르시는 모든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즐거운 투자되시길~
목 차
머릿말
1부 Old HIT - 3가지 신화
01. Hacking 분석
1. 경제, 미스터리인가?
2. 투자전문가들, 혹성 탈출은 가능한가?
3. 경제학자, 경제예측이 가장 쉬웠어요!
4. 경제전문가들의 교만, 의료계에서 배우는 교훈
5. 분석Hacking의 한계, 잼이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6. 결론, 경계警戒와 경의敬意 사이에서
02. Intelligence 정보
1. 경제, 퍼즐인가?
2. 골드만삭스, 밴드왜건과 인적 네트워크
3. 정보의 비대칭성, 슬픈 담장 앞에 서서
4. 언론, 독이 든 성배
5. 부패와 사기, 과연 봉은 누구인가?
6. 경제지표, 설계결함 주의!
7. 결론, 연애 사이트와 정신병원
03. Theory 이론
1. 경제학이라는 신화, 굿바이 맨큐!
2. 호모 이코노미쿠스, 지킬박사와 하이드
3. 차별과 정체성, 너와 나 그리고 우리
4. 광고, 산타클로스의 비밀
5. 공짜, From 원자 경제 to 비트 경제
6. 민스키, 금융위기 본질에 다가서다
7. 결론, 이론이라는 권위에 맞서
2부 New HIT-경제를 읽는 기술
01. History 역사
1. 왜 역사인가?
2. 1492, 나비의 세 번의 날갯짓
3. 이번엔 다르다, 아니 그렇지 않다
02. Issue 이슈 & Trend 트렌드
1. 2008년 금융위기, 대공황으로 말하다
2. G2中美 갈등,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보다
3. 유럽 재정위기, 부채의 덫에 빠지다
4. 대한민국 부동산, 우리는 어디쯤 왔는가?
5. 화폐전쟁, 달러는 무너지는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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